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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uda Dec 11. 2019

Raincouver Vancouver

생활계획표

밴쿠버(Vancouver)에 레인 쿠버(Raincouver)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난 여름보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난다
규칙, 계획.. 이런 종류의 말에 대해 난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생활 계획표를 그렸던 것이.
크게 동그라미를 그리고 하루를 피자 조각 자르 듯 나누어 언제나 기상으로 시작해서 꿈나라로 끝났던 생활 계획표.
아침, 점심, 저녁, 자유시간, 학교 생활, 독서가 다였던..
나누어진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나 보다는 동그라미를 어떤 크기로 그릴까,
부채꼴 모양의 시간 안에 들어앉은 글자들에게 어울리는 그림은 무엇일까를 더 많이 고민했던 그때였다
그런 생활 계획표를 그리게 한 선생님들은
분과 분, 시간과 시간의 경계를 정확히 나누어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셨던 걸까?
계획표에는 7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7시 1분에 일어났으면 그 날 일과는 세모가 되어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엄격한 동그라미 계획표.
어쩌면 나는 그때 이미 알아버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킬 수 있는 생활 계획표 보다 보기에 예쁜 계획표를 만들었던 것일지도..
이제 더 이상 그런 피자판은 만들지 않지만,
난 여전히
지킬 수 있는 계획보다는
지키고 싶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때보다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아지고 무거워졌지만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삶이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만으로도 알 수 있기에,

해야 할 일이

하고 싶은 일이

길게 줄 서 있는 내 삶을 사랑한다
카페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분명 비가 올 것처럼 먹구름이 온 하늘을 덮었었는데 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 세상이 환해졌다
그런 거다
커피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면
가기도 하고 오기도 하는 거다
그것이 기회든 행운이든
그러므로 난 늘 준비된 채로 기다리면 되는 거다
흰구름 사이로 유난히 맑은 하늘이 고개를 내민다
손가락을 뻗어 하늘에 대고 글씨를 쓴다
하늘은 맑고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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