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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uda Dec 17. 2019

스타벅스 코리아 마장 휴게소

커피와 나그네와 길

스타벅스 마장 휴게소점.
길 위의 스타벅스 매장.
밴쿠버 스타벅스 커피 값에 비해 1.5배 정도 비싼 메뉴판을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겨울 시즌 메뉴인 토피넛 라테와 딸아이를 위해 망고 패션 프루츠를 주문했다

- 손님, 죄송하지만 앞에 단체 주문이 있어서 좀 기다리셔야 될 것 같습니다. 3분 정도 기다리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 네. 그럼요

사람은 확실히 환경의 동물이고 특별히 난 적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다른 사람보다 빠른가 보다
한국을 떠나 생활한 시간이 한국에 머문 시간보다 훨씬 짧았음에도 그 짧은 시간 동안 한국은 모든 것이 더 빨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3분 기다리는 걸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하는 것도,
단체 손님 2팀. 어림잡아도 10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주문량을 3분 안에 소화하는 것도..
역시 5G 코리아. 최고!

길과 나그네, 그리고 커피.
잘 어울릴 것 같았는데 막상 글자를 써 놓고 보니,
사골국에 크림 스파게티가 차려진 식탁을 보는 것 같다 비슷한 색깔이지만 같이 있는 것보다 따로 있을 때 각각의 존재가 더 빛나는..
나그네를 빼니 좀 나은 것도 같다
나그네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그네라는 제목의 시 때문이었다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나그네는 커피보다는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길과 나그네
정말 완벽히 어울리는 한쌍이다
그럼 나그네가 아니라 커피 때문인가
나그네를 빼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빼면 되는 거였나

아이가 빨대를 하나 더 가져와서 나에게 먹어보라고 권한다
노란 망고 색깔이 아이 마음처럼 예쁘다
그래..
커피를 빼면 어떻고 나그네를 빼면 어떤가
아님 커피도 나그네도 함께 가면 또 어떤가
내가 지금 길 위에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
길 위에서 무엇을 빼고, 무엇을 피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만나도, 무엇과 부딪쳐도
어떻게 함께 가느냐가 중요한 거다

따로 따로 가는 삶보다
가치 가치 가는 삶이 아름답다

토피넛 라테 한잔을 마시며
술 익는 냄새 대신 커피 녹는 냄새 가득한 카페에서 길 위의 나그네가 되어 오늘따라 유난히 예쁜 구름을 눈에 담고 앉아 있으니,
커피 향이 술처럼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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