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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uda Dec 19. 2019

스타벅스 코리아 홍대 공항철도점

속눈썹 위에 얹힌 시간들

젊음의 거리 홍대.
내짝궁과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없었고,
딸아이보다 나이 어린 사람은 없었다
우리들의 나이를 합해 평균을 내면 얼추 젊음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샌드위치가 생각난다
샌드위치는 그 속에 무엇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다
햄 치즈 샌드위치, 베이컨 에그 샌드위치..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나는 속이 빈 샌드위치 빵이 된 느낌이다

참 많이 궁금했다
이 거리 안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은 어떤 느낌일지..
지하까지 삼층이나 되는 매장에 빈자리가 하나도 없어, 사람들이 왔다가 그냥 나갈 만큼 꽉 차 있었다
주문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코트를 집어 드는 사람이 있어 운 좋게 자리 하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상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꽉 차있는데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들 시간을 버리기 위해 이곳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재활용 시간을 모아두는 리턴 스토아 같은 느낌이 든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가 좁아서 옆 사람들의 대화를 놓칠 수가 없었다
왼쪽도 오른쪽도 둘 다 커플처럼 보였다
한쪽은
남자가 통화할 때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들을
여자가 이미 아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된 연인들.
한쪽은
뭘 좋아하는지, 어디를 가고 싶은지
처음 만났을 때 묻는 질문들을 서로 건네는 것으로 보아 만난 지 얼마 안 된 연인들.
오래된 연인들은
여자는 엎드려 자고,
남자는 핸드폰을 하며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한다
새로 시작한 연인들은
여자는 커피를 마시고,
남자는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다
시작된 연인들이나 오래된 연인들이나
별로 대화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바라보는 그 눈빛을 기대했는데..
그래서 은근히 설렜는데..
기대가 너무 컸나 보다
시작하는 연인들의 모습에서도
오래된 연인들의 모습에서도 여유를 넘어선 권태가 느껴진다

문득, 지금 내 앞자리에 앉은 내짝궁과의 시작이 생각났다
유난히 긴 그의 속눈썹 덕분에 우린 만났다
그는 유난히 긴 그의 속눈썹 위에
어떤 날은 설렘을, 어떤 날은 그리움을, 어떤 날은 눈물방울 한 개를 얹어 나를 찾아왔었다
그렇게 나는 그의 속눈썹 위에 설렘이, 그리움이, 눈물 방울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 떨어져 있는 지금
그는 나를 통째로 그의 속눈썹 위에 얹고 다닌다


그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의 속눈썹 위에 얹힌 우리 이야기를..
그가 딸아이를 바라보던 그 눈빛 그대로 나를 보며 묻는다


-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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