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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uda Dec 20. 2019

시차

8분 음표 아침


내가 없는 동안
내가 쓰던 물건에
내가 비워둔 시간만큼의
먼지가 쌓였다

내가 없던 자리에 쌓여 있는 먼지의 두께가
내가 없던 자리의 시간이 얼마만큼이었는지 말해주고 있다
쉽게 닦아버리고 싶지 않았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가 내 몸을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저 먼지를 닦으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보낸 시간도 모두 지워져 버릴 것 같은 두려움.
뭘까?
내 정신과 육체가 따로 분리되어 지난 시간을 보낸 듯한 이 느낌은.

난 시차라는 말이 나와는 관계없는 말인 줄 알았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도착한 그곳의 시간에 내 몸이 그냥 저절로 세팅이 됐었으니까
몰랐었다
그동안 몸이 아니라 마음만 시차 적응이 된 거였다는 것을.
이번엔 몸이 자꾸 반항을 한다
새벽 3시면 어김없이 깨서 아침이 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오늘은 아침이 8분 음표로 오고 있다
왠지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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