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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uda Jan 12. 2020

Starbucks  in Grouse Mountain

누군가 날 위하여

해 질녘의 Grouse mountain


쌀쌀한 바깥과 달리 불빛까지도 참 따뜻한 매장 안


스키장에서의 웨딩촬영. 이 부부의 앞 날을 축복한다

Grouse mountain 안에 있는 스타벅스.
문을 여니 커피 냄새보다 먼저 빵 굽는 냄새가 난다
벽난로가 있어서일까? 왠지 깊은 산속 지친 등산객들을 위해 따뜻한 수프를 끓여 준비해 두고 있는 산장이 생각난다

겨울 스키 캠프 시즌이라 유난히 어린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세계 각국의 스키어들이 모이는 곳이어서인지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로, 프랑스어로, 중국어로, 한국어로, 가끔은 알 수 없는 나라 언어로 커피만큼 Kid's hot chocolate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다


오늘은 딸아이  스키 캠프가 있는 날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이것저것 챙겨 스키장에 도착해 시즌 패스권 만들고 아이를 스키 캠프에 넣고 나니 이제야 내가 보인다

배도 고프고..

몸도 나른하고..

아이 키우는 엄마는 아이가 눈 앞에 있을 때는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

그러지 않으면 아이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이미 한 잔 마셨고 달달한 것을 원하는 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 핫쵸코와 샌드위치를 주문해 구석진 테이블에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처럼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많아 보인다

부모와 함께 있는 아이를 보면 가끔은 그 아이와 똑 닮은 부모가 옆에 서있는 경우가 있다

지금 벽난로 옆에 앉아있는 가족이 그렇다

딸은 엄마를 꼭 닮았고 아들은 아빠를 꼭 닮았다

아빠는 털모자를 쓰고 귀에 딱 붙는 귀걸이를 했는데

참 잘 어울린다

귀걸이가 남자의 인상을 가볍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센스 있어 보이게 한다

귀걸이 한 남자에 대한 나의 생각이 이 남자로 인해 바뀔 것 같다

재킷 안에 입은 베스트도 꾸민 듯 안 꾸민 듯 자연스럽다

엄마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나 어울릴 것 같은 그림이 있는 빨간색 스웨터를 입었는데도 철 지난 느낌보다는 오히려 컬러감이 돋보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5월 가정의 달 특집으로 잡지에 소개될 법한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창 밖에 이제 막 웨딩 사진을 찍고 나온 듯한 신혼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시작하는 부부의 모습은 겨울에 보아도 5월의 푸른 나무처럼 싱그럽다

창 밖의 신혼부부를 위해 기도가 하고 싶어 졌다


하느님,

창 너머로 보이는 저 시작하는 부부가 벽난로 앞에 앉아 있는 지금 이 가족처럼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주세요


문득

내가 이렇듯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알지도 못하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듯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누군가 날 위해 기도해 주는 사람이 있어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라우스 마운틴 스타벅스.
오늘도 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또 하나의 인생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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