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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uda Jan 16. 2020

소설도 아닌 것이 수필도 아닌 것이 1

도대체 넌 뭐냐고. Starbucks Coquitlam Center


이 남자가 읽고 있는 책이 읽고 싶어 진다


아시아 직원이 다른 곳보다 많은 것 같은 느낌

Coquitlam Centre Starbucks.
이곳은 내가 밴쿠버에 와서 처음 온 곳이다
언제나처럼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날씨가 추워서인지 여느 때보다 더 내 코를 자극하는 시나몬 향기를 느끼며
시나몬 파우더 세 번 톡톡.
우유 조금.
뚜껑을 닫고 손으로 컵을 돌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온통 눈 덮인 하얀 세상에 커피 향이 입김처럼 피어 나는 카페 한구석에서 블루투스 헤드폰을 끼고 깨알 같은 글씨가 보석처럼 박혀 있는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가끔 손으로 머리를 만지기도 하고
아주 잠깐 고개 들어 창 밖을 내다보다가
언뜻 봐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듯한 커피를 습관처럼 입에 댔다 내려놓으면서 눈은 여전히 책에 두고 있는 남자.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걸까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나 역시 가벼워진 커피 컵을 습관처럼 입으로 가져가며 이 남자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써 가기 시작했다





어제 저녁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대학에서 강의가 있는 날이다
그녀는 아직 눈이 내리고 있어 제설되지 않은 도로가 많다는 뉴스를 듣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다행히 그녀가  재직 중인 학교는 스카이 트레인 역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다
오랜만에 스카이 트레인을 타고 내다보는 창 밖 풍경은 지금 그녀가 듣고 있는 노래처럼 말 그대로 겨울 왕국이었다
Frozen2의 자장가, 기억의 강이 흐른다

'When all is lost, then all is found'

모든 것을 잃고 찾게 되는 것.
그녀는 그게 무엇이든 기쁨에 앞서 모든 것을 잃기까지 너무 지치고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것을 잃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녀는 가슴이 먹먹해져 옴을 느꼈다
그녀는 노래를 들으며 잠들기 전 이렇게 노래를 불러 줄 예쁜 딸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아이에게 불러주는 자장가.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자장가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노래를 들으며 강의 노트를 훑어본다
어느새 그녀가 내릴 정거장이다
그녀는 강의 노트를 가방에 넣고 내릴 준비를 했다
눈이 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지, 출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은 건지를 궁금해하며 그녀는 사람들의 물결을 따라 밖으로 빠져나왔다
밖은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거기다 나무가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불어 그녀는 정말로 눈보라 속을 뚫고 걸어가는 겨울 왕국의 엘사가 된 기분이었다
그녀는 차 안에서 창 밖에 내리는 눈을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에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걸으면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눈이 와서 평소보다 일찍 서두른 덕분에 그녀에겐 강의 시작 전까지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다
마침 바로 앞에 그녀가 즐겨 마시는 커피 전문점이 보였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여느 때보다 더 그녀의 코를 자극하는 시나몬 향기를 느끼며 언제나처럼 그녀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시나몬 파우더 세 번 톡톡,
우유 조금,
뚜껑을 닫고 손으로 컵을 돌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온통 눈 덮인 하얀 세상에 커피 향이 입김처럼 피어 나는 카페 한구석에서 블루투스 헤드폰을 끼고 깨알 같은 글씨가 박혀 있는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그녀 눈에 들어왔다
가끔 손으로 머리를 만지기도 하고
아주 잠깐 고개 들어 창 밖을 내다보다가
언뜻 봐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듯한 커피를 습관처럼 입에 댔다 내려놓으면서 눈은 여전히 책에 두고 있는 남자.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걸까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 걸까

그녀는 그가 궁금해졌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의 옆 테이블이 비어있다
그녀가 커피를 가지고 옆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데 그가 책을 덮어 가방에 넣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간다
그녀는 커피에서 김 빠진 맥주 맛이 난다고 느꼈다
그녀의 귀에선 계속해서


"When all is lost, then all is found"


라는 노랫말이 흘러나왔고 그녀는 이제 입으로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잠시 그렇게 앉아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시계를 보니 한참이 지나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일어나 나가다가 지갑을 떨어 뜨렸다
그녀의 지갑에서 동전 하나가 또르르 굴러 앞에 정차하고 있는 차바퀴 밑에서 멈췄다

지갑을 열어보았다
하필 그 동전이었다
다행히 까만 바퀴 밑에서 유난히 반짝 거리는 동전에 끌려 동전을 줍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주으려고 보니 동전이 바퀴 밑에 끼어 차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꺼내기가 힘들었다
차 밑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강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고 해서 그냥 일어서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차 유리창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그녀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차가 움직이고 누군가가 그 차에서 내려 바퀴 밑의 동전을 꺼내 들고 그녀를 향해 웃으면서 걸어온다
그 남자였다
조금 전 커피숍에서 그녀의 호기심을 허탈함으로 바꾸어 놓고 사라졌던 바로 그 남자.
그 남자가 그녀에게 유난히 반짝이는 동전을 건네주며 말한다

"이 동전 당신 것 맞죠? 그런데 이거 그냥 주기 싫은데 어쩌죠?"


"그냥 받는 건 나도 싫은데 어쩌죠?"

그녀는 그 남자의 연락처를 저장한 후 강의 시간에 맞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녀는 오늘 학생들에게 이야기해 줄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잃지 않았도
찾게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가끔은
쇠도끼를 잃어버렸는데
금도끼를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을.




수필을 쓰다가

소설을

쓰다고 느껴 그만 두게 될지

아니면 그냥 쓰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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