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진심인 여자와 배려 깊은 남자가 만나면 생기는
자두의 '대화가 필요해'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평소 이 노래를 좋아했지만, 유독 지난가을 여행이 끝난 이후 더 곱씹게 된 것 같다.
대화가 필요해 우린 대화가 부족해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소한 오해 맘에 없는 말들로
서로 힘들게 해
더 자두 - 대화가 필요해 중에서
S는 나와 MBTI 유형 궁합(S는 INFP, 나는 ENFJ)으로는 찰떡궁합이지만, 서로 다른 부분도 명확히 있다. 그에 대해서는 다행히 서로가 상호보완을 하며 잘 만나고 있다. 그렇게 싸울 일이 없던 우리인데, 즐거운 '가을 휴가'를 떠난 구례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평소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는 구례 쌍산재로 가는 길에 사전 조사를 했다. 쌍산재에서 사진 맛집(*이후 맛집으로 칭하겠다)에서 당황하지 않고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한 인스타그램 탐색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전조사 내용을 S에게도 공유했다. “나는 여기서 이런 식으로 찍을 거야! 여기 진짜 예쁠 것 같지 않아?” 운전 중이던 S는 나의 호들갑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소 지으며 호응해주었다.
구례 쌍산재에 들어서니 공간은 생각보다 넓었다. 우리는 사전 조사를 통해 봤던 맛집을 먼저 찾아갔다. 역시나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걸까.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그 구도의 장소들은 사람들이 줄지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 다른 장소에서 사진을 먼저 찍고 마지막에 그 맛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맛집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일이 벌어졌다.
맛집에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대기 줄이 길었다. 우리는 앞의 사람들이 충분히 사진 찍는 걸 기다렸다. 드디어 우리가 찍을 차례가 왔다. 그 맛집에는 쌍산재 측에서 마련해주는 삼각대가 좋은 구도로 찍을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기분 좋게 내 아이폰을 삼각대에 고정한 뒤에 S와 함께 사진 찍었다.
찰칵! 찰칵! 그런데 어느 순간 S는 카메라를 보지 않고, 시선이 우리 다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가족에게로 가 있었다. 힐끗 눈치를 보며 "다 찍었으면 이만 가자"라고 했다. 그래서 '왜 나보다 타인을 우선으로 배려해 주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아 그냥 자리를 얼른 정리하고 나오고 싶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나: 우리도 다른 곳 먼저 가서 사진 찍고 돌아와서 사람들 다 찍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진 찍고 있던 건데, 왜 사람들 눈치를 보고 있어? 그 사람들도 우리처럼 기다리고 있던 거잖아.
S: 그분들이 우리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걸 봐서... 아기도 있고, 이미 우리는 다 찍은 것 같아서, 기분 나빴으면 미안해.
나: 나는 타인과 함께일 때, 나를 배려해 주지 않는 S의 모습을 보면 앞으로도 신뢰하며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아. 남보다는 먼저 내 편이 되어주는 게 맞는 거라 생각해. 아까 같은 상황이라면 나한테 사전 설명을 해줬으면 나도 이해했을 텐데 아쉬워. 앞으로 나는 또 그러면 서운할 것 같아.
S: 듣고 보니, 맞는 말이야. 앞으로는 그럴 일 없을 거야. 서운하게 해서 미안해.
지금 떠올려보면 왜 그렇게 서운했는지 모를 사소한 일이었다. 그때는 S와의 관계가 소중했기에 별 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서도 큰 그림을 보며 서운했던 나의 속마음을 숨김없이 표현했다. 상대방이 당황하지 않게 내가 왜, 어떤 이유에서 서운함을 느끼는지를 모두 설명한다.
그렇게 우리는 '가을 휴가'를 떠나 의외의 장소에서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는 그 이후로도 솔직하고 의미 있는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갖게 되었고, 지금의 탄탄한 관계를 만들었다. 그 시간들은 참 값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