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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명은 Oct 01. 2022

냉장고

지난겨울 넷플릭스에서 카카오TV 드라마 도시 남녀의 사랑법을 인상 깊게 봤다. 인상 깊게 본 이유는 그 당시 내가 번아웃 증후군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극 중 이은오(김지원 역)는 하고 싶은 대로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걸 서슴지 않는 성격에 1년 동안 양양으로 훌쩍 가서 이은오가 아닌 전혀 다른 이름으로, 다른 모습으로 생활하며 살아본다. 그 모습이 나에게 참 신선했다.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라는 충동을 일으켰던 것 같다. (그리고 too much information이지만 그래서 이후에 힘을 받아 퇴사 이후 제주 한달살이까지도 할 수 있던 것 같다) 그리고 에피소드 중, 강건(류경수 역)과 이은오(김지원 역)가 함께 지내는 집의 냉장고에 다 찍은 필름 카메라의 필름들이 들어 있었다. 이 필름들은 사실 박재원(지창욱 역)의 것이었다. 예전 박재원(지창욱 역)이 색감이 변할까 봐 냉장고에 넣어뒀던 사실이 생각나 이은오(김지원 역)는 그걸 기억해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 나는 냉장고에 필름을 보관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던 것 같다. 이처럼 이미 필름 카메라를 익히 잘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3~6개월 이내에 쓸 경우에는 냉장 보관 또는 그 이후에 써야 해 장기간 보관해야 할 경우 냉동 보관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참, 냉장고는 쉬지 않고 음식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차갑게 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함으로써 사람에게 도움을 많이 준다고 생각했다. 냉장고가 쉬는 시간은 사람들이 이사해야 할 때 또는 사용 연수를 다 채워 이제 다른 냉장고로 교환해야 해서 코드 선을 뽑아줘야 할 때인 것 같다. 사람들이 냉장고에 "그동안 수고했다"라고 해준 적이 있던가? 나름 냉장고도 제 역할이 아닌 것으로도 열심히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아니란 이유로 그런 따뜻한 말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하니 미안해져서 오늘부터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입 밖으로 내뱉으면 이상해 보일 테니 마음으로 '수고했어, 오늘도'라고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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