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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사한 김단단 May 30. 2020

어른이 된다는 것

친구와 나누는 맥주 한 잔

자정이 넘은 늦은 밤, 친구와 함께 맥주를 마셨던 때의 일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친구: "야, 니는 요새 연애할 생각 없냐?"


왜 연애 얘기 안하나 했다. 남자 둘이 있는데 이성 얘기가 빠질 수가 없지. 그리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 "연애를 하면 좋은데, 지금은 내 능력 키우는 게 더 급해서 그럴만한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연애하게 되면 돈도 많이 나가고 그래서 지금은 사치인 느낌?"


친구는 내 말을 듣고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는 전문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터라 더 격한 반응을 보였다. 나와 친구는 둘 다 먹고 살 능력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 연애를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친구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 "야, 근데 어른이 된다는게 뭔가를 담담히 포기할 수 있게 되는 거 같지 않냐?"

친구: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어렸을 때는 하고 싶은 거 다 할라 그랬고 하고 싶은 대로 못하면 막 짜증내고 그랬는데, 점점 나이 먹을수록 담담하게 놓는 게 많아지는 거 같다."


나는 어른이 된다는 건 곧, 담담히 포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것이 아닌 것을 미련없이 놓아버릴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어른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걸 포기하는 무력한 사람일 뿐인가요?"라는 식의 의견 말이다.


그런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놓기 위해서는 먼저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메타인지 내지는 자기객관화가 가능한 사람이다.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또한, 내것이 아님을 인지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무력함과는 정반대의 행동인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이상이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이 모두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 이상은 언제나 현실 너머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잘 알고 있는 자만이 내 것이 아닌 것을 놓아버릴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어른은 누구보다 현명하고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어른이 되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서 나이는 많지만 어른이 아닌 사람들이 꽤나 있는 걸까? 나는 그렇게 나이가 들기는 싫다.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어른이 되기 위한 연습을 해 나가야겠다.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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