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법 = 어느 고객도 소외시키지 않는다.
지금 현재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은 어디일까? 시총 기준으로나 매출기준으로 보나 당연히 미국의 애플(Apple)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애플의 저력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누구나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을 처음 발명한 회사이다. “발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하기 전과 후로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2년, 3년 주기로 아무렇지 않게 스마트폰을 교체한다. 사실 냉장고에 버금가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냉장고를 사는 일은 고민하지만 스마트폰은 그렇지 않다. 이러한 교체주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기에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부자기업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의미에서 애플을 조명해보고 싶다. 애플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고객일지라도 놓치지 않고 소외시키지 않는다.
이미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는 아이폰을 통해 정보 접근에 혜택을 보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무슨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겠냐고 반문하겠지만 애플은 Voice Over라는 기능을 통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눈에 아이콘이 보이지 않지만 한번 터치하면 소리를 통해 읽어주고 빠른 속도에 어떤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지 정보를 알려준다. 나도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때 글씨가 잘 보이지 않지만 옆에서 아내가 어떤 메뉴가 있는지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정보 접근에 큰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이 내 손끝에서 어떤 정보에 접근하는지 읽어주는 것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눈을 선사한 것과 다름 없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검색, 전화, 메시지, 쇼핑 등 다양한 영역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아이폰에 연결된 세탁기나 건조기도 쉽게 작동할 수 있으니 누가 옆에서 도움을 주지 않아도 자립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6N0Rai3GtQ8
[출처 : 방구석리뷰룸 유튜브 채널]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정보 접근성 개선과 유니버셜한 생각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시작점은 장애인, 비장애인을 나누어서 생각하는 마인드에서부터 출발한다. 정부는 매년 시각장애인용 TV를 공급한다. 나도 아버지를 통해 그 TV를 사용해본 적이 있는데 기능이라고는 “전원이 켜졌습니다.”. “전원이 꺼졌습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밖에 없다. 눈이 아무리 안보여도 TV소리가 나면 켜진 것이고 들리지 않으면 꺼진 것이 아닌가? 무언가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기능을 넣고 생색내는 듯이 자랑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음성안내 기능은 기본 기능으로 탑재하고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면 된다. 분명히 모든 사람을 위해 만든 제품이 아닌 정상적인 시력과 청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만들고 장애인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면 더이상 기술의 발전 및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애플의 모든 디바이스는 이러한 접근성 기능이 “손쉬운사용”이라는 이름으로 기본탑재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Voice Over” 뿐만 아니라 빛 반사가 심한 사람들을 위한 “화이트포인트 줄이기”, 얅은 글씨를 보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볼드체 텍스트” 기능 들은 조금이라도 시각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곳곳에 배려한 흔적이 넘쳐난다.
내가 점점 흰 종이에 쓰인 글씨가 반사가 심하여 볼 수 없게 되자 점점 검은색 바탕의 흰 글자를 선호하게 되었다. 오프라인에서는 검은색 종이에 흰 글씨를 쓰는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불가능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본값으로 둘 수 있게 되었다. 아이폰에서는 “색상반전” 기능이 있는데 흰 바탕의 글씨라도 반전기능을 통해 내가 원하는 상태로 바꿀 수 있었다. 게다가 홈버튼을 세번 연속으로 눌렀을때 이 기능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따라서 이 기능을 통해 디지털세상에서는 내가 빛 반사에 구애 받지 않고 온전히 텍스트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애플은 이에 그치지 않고 “색상반전”, “스마트 반전” 기능으로 나누었다. 반전이 될 때 이미지는 반전시키지 않고 배경과 글씨만 구분하여 제공하는 놀라운 기능을 추가해주었다. 처음 이 기능을 발견하고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반전을 했을 때 이미지 역시 반전되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옆사람이 나를 이상한 사진을 보는 사람으로 생각할까봐 신경쓰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스마트하게 반전을 구현해주어서 나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런 회사가 세계최고의 기업이라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조직이 비대하고 무겁다면 의사결정하거나 일을 진행할 때 소외된 사람이 있을 것인데 소외 시키지 않고 고객으로 끌어당기는 디테일함이 있다는 것이다. 때론 이렇게 악마와 같은 디테일을 가지고 접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업은 누구에게서나 돈을 벌기 위해 이러한 유니버셜함을 가져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공은 이런 유니버셜함을 반드시 먼저 생각하고 움직여하는 책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업보다 소홀히 여긴다는 생각이 든다.
애플은 이제 한발 더 나아가 검은색 바탕을 위주로 운영체제의 큰 틀을 바꾸었다. 라이트모드, 다크모드를 전환할 수 있게 만들어서 앱이 두가지 모드를 동시에 제공하도록 방침을 세운 것이다. 이러한 다크모드의 탑재는 OLED 디스플레이 특성 (OLED는 검은색상을 표현할때 아예 LED광원을 소등 시킨다) 전기 소모를 줄이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기능이 나와 같은 저시력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앞으로 노화로 인해 시력이 쇠퇴한 노령 사용자들을 위해 배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고령사회가 되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보면서 분명한 이런 검은화면에 대한 수요는 반드시 증가한다. 즉 누구나 저시력자가 될 수 있고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니버셜한 마인드과 실천은 결국 많은 사람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게 된다.
보통 장애인에 대한 캠페인을 보면 동등한 위치, 권리 보장을 앞세워서 어떻게 보면 비장애인들이 가질 수 있는 부채의식이나 죄책감을 자극하여 숙연하게 하고 때로는 동정어린 시선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접근보다는 처음부터 인지의 차이가 있는 객체라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각 고객에게 어떻게 차등적으로 혜택을 줄 것인지 연구하는 방향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하나의 소비자로 인식되고 결국 소비자를 늘려나가는 전략을 취하면 결국 고객의 확대, 이윤의 극대화라는 기업의 기본 가치를 이룰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