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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韓잔 사케日잔-158: 요코야마(よこやま)

한국무역협회 투고 : 백 쉰여덟 번째 이야기

by 재미사마 jemisama

요코야마 (横山, よこやま)

- 오모야 주조, 나가사키현 이키시

- 무기쇼츄와 사케를 동시에 생산하는 양조장으로 23년간 멈췄던 사케생산 부활

- '친구'라는 이름의 무기쇼츄로 유명

- 토요비진에 장소를 빌려 23년 만에 사케 부활시킨 후 5년 뒤 새 양조장 건설



제가 몇 년 전 일본의 술 중에 'ちんぐ(친구)'라는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사케가 아니라 보리로 만든 소주인 무기쇼츄였기에 따로 소개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친구라는 술을 간접적으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사케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 그 양조장에서 '요코야마'라는 사케도 양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ちんぐ라고 구글에서 일본어로 검색하면 나가사키현 이키노시마의 방언으로 단짝친구(大親友) 또는 오랜 시간 함께 지낸 친구(長年連れ添った親友)라는 뜻으로 나옵니다.

보리로 만든 무기소주, 친구

이 이키노시마는 과연 어떤 곳이며 왜 친구라는 이름이 적혔을까요?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역사적 사실로 유추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곳은 대마도와 규슈의 후쿠오카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나름 제법 사이즈도 있으면서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한 섬입니다. 조금 네거티브하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곳은 왜구의 주 거점이었습니다.


왜구는 대마도, 이키노시마, 마츠우라를 거점으로 해서 일본 내국민도 약탈했지만 주로 한국과 중국을 많이 괴롭혔습니다. 즉, 여러 의미로 한국과 상당한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몇 백 년이나 지속되었으니 언어에도 많이 그 교류의 흔적이 남아있겠지요. 어떤 면에서는 왜구의 본거지가 이키노시마였다는 강력한 증거가 바로 이 '친구'라는 단어일지 모릅니다.

규슈지방 나가사키현 이키시

주지하시다시피 본 칼럼은 역사적인 해석이나 감정적 대응보다는 팩트만 전달하고 최대한 사케의 관점에서만 풀어나가고 있기에 이 정도로만 배경을 말씀드립니다.


'친구'를 양조하는 오모야 주조는 나가사키현 이키노시마에서 1924년 창업해서 이제 100년 갓 넘은 비교적 젊은(?) 양조장입니다. 상기 언급한 대로 무기쇼츄를 메인으로 양조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이곳 이키노시마는 무기쇼츄의 발상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규슈는 사케보다는 쇼츄가 강한 지역인데 이곳 이키노시마와 오이타현은 무기쇼츄(보리), 구마모토현은 코메쇼츄(쌀), 가고시마현과 미야자기현은 이모쇼츄(고구마), 가고시마현의 아마미는 코쿠토(흑당)쇼츄가 유명합니다. 그리고 남쪽의 오키나와도 안남미(인디카)를 사용한 아와모리라는 쇼츄가 특산물입니다.

九州焼酎.jpg 규슈와 오키나와의 쇼츄 맵 - 타카라 주조 인용 편집

이런 규슈에서 사케가 자리 잡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산지가 많아서 논농사보다는 밭농사가 더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규슈는 평야가 거의 유일하게 발달한 사가현에서 대부분의 사케들이 발전하게 됩니다.


이키노시마는 25,000명 정도가 살고 있는 섬으로 일본의 건국신화에서는 5번째로 만들어진 섬이고 그 섬에 무려 150여 개의 신사가 있어, 신들의 섬으로도 불립니다. 동쪽의 오오마, 서쪽의 이키라 불릴 정도로 참치잡이도 활발했습니다. 사케의 전성기 때는 이키노시마에만 17개의 사케 양조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키노시마의 오모야주조 - 홈페이지 인용

1924년 창업 후 오모야 주조는 사케와 무기쇼츄를 동시에 발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케는 '킨세카이'라는 브랜드였고, 무기쇼츄는 '키쿠시라유키'와 '후지노유키'였습니다. 그렇게 도중에 브랜드의 이름이 변경되기도 하다가 1990년부터 23년간 사케는 생산을 멈추게 됩니다. 무기쇼츄는 계속 생산을 이어오고 있었으나 언젠가는 다시 사케를 부활시키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2013년에 출시가 된 것이 바로 요코야마입니다.


하지만 이는 야마구치현의 토요비진의 협력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양조된 곳은 이키노시마가 아니었습니다. 토요비진을 양조하는 스미카와 주조장의 장소를 빌려서 양조를 부활시켰던 것이며 이때의 브랜드는 요코야마고쥬(横山五十)였습니다.


요코야마고쥬는 브랜드에도 나와있듯 정미비율 50%의 쥰마이 다이긴죠주이며 쌀은 '야마다니시키'를 100%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WHITE」와 「BLACK」의 2 종류가 있습니다.

2018년에 건립된 요코야마쿠라 - 홈페이지 인용

그러다 2017년에 이키노시마에 사케양조장 요코야마쿠라를 건설하게 되고 드디어 2018년에 이키노시마에서 사케가 생산되게 됩니다. 단순히 양조장을 건설하는 것은 어려움이 없으나 사케양조에 적합한 물을 찾기 위해서 20여 군데나 물을 파고 확인하느라 5년이라 소요된 것입니다. 기존의 오쵸코나 도자기로 만들어진 잔보다는 와인글라스에 마시기에 적합한 모던한 화이트와인 같은 주질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초대 창업주의 '시대에 좌우되지 말고 초심을 돌이켜보라'는 말을 늘 가슴에 새겼던 현재 4대째 '요코야마 타이조' 사장의 의지가 결국 명주를 탄생시킨 것입니다.

오모야 주조의 초대 사장, 요코야마 카쿠조 - 홈페이지 인용

요코야마쿠라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사케는 새로운 브랜드 '요코야마(よこ山)' 시리즈로 전개되고 있으며 늘 영하 5도로 늘 유지하며 주질과 브랜드를 최상의 상태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오모야 주조는 두 형제가 사이좋게 양조장을 이끄는 것도 주목할 만한데, 형인 요코아먀 유조 씨는 대표이사 회장을 역임함과 동시에 무기쇼츄 토지(杜氏)며, 동생 요코야마 타이조 씨는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함과 동시에 사케 토지입니다.


오모야 주조의 무기쇼츄는 1995년에 WTO(세계무역기구)의 트립스 협정에 의해 '지리적 표시'의 산지 지정을 받았습니다. 세계에 눈을 돌려도 산지 지정을 받은 술은 위스키로는 스카치, 버번은 코냑, 와인은 보르도 등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sake_g_omoya_yokoyama-07.png 요코야마 유조 씨와 요코야마 타이죠 씨 - 사케타임즈 인용

무기쇼츄 부문에서는 갖은 수상을 받아오다 드디어 사케부문에서도 '쥰마이다이긴죠 요코야마 GOLD'가 SAKE COMPETITION 2024에서 은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러면 '요코야마'의 대표적인 라인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요코야마 쥰마이다이긴죠 Princess Michiko

Princess Michiko는 전 헤이세이 일왕의 왕비의 이름으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미치코 왕비에게 보낸 장미를 라벨에 넣었으며, 그 장미에서 분리한 효모로 빚어낸 사케로 수량한정품

특정명칭 : 쥰마이다이긴죠

쌀 :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 40%

알코올 도수 : 15%

열처리 : 1회

출하시기 : 연중 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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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거주 18년, 사케 소믈리에, 니혼슈검정, 도쿄시티가이드, 여행지리검정, 관광특산사 보유하고, 2400여 개의 사케를 마시며, 일본전국 제패한 경험으로 일본 문화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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