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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Feb 11. 2023

소주韓잔 사케日잔 - 22 : 다이시치 (大七)

한국무역협회 투고 : 스물두 번째 이야기

다이시치 (大七, だいしち)

 - 후쿠시마현 니혼마츠시 (福島県 二本松市)

 - 옛날 주조방식인 키모토(生酛) 양조

 - 초편평정미(超扁平精米) 정미방식



항상 후쿠시마현의 술을 소개함에 있어서, 반드시 먼저 언급해야 하는 정보가 있다.

제대로 된 정보의 전달이다.


후쿠시마(福島)는 생각보다 상당히 큰 현(県)으로 일본에서 홋카이도(北海道), 이와테(岩手) 다음으로 세 번째로 큰 현(県)이다. 메이지유신(明治維新) 때의 폐번치현(廃藩置県)으로 이와키(磐城), 이와시로(岩代)가 합해진 현(県)으로, 전라남도보다는 크고, 강원도보다는 작은 사이즈다.


후쿠시마현은 대부분 산지인데, 마을이 생성된 지역으로는 가장 오른쪽의 남북으로 이어진 하마도오리(浜通り), 가운데를 남북으로 이어진 나카도오리(中通り), 가장 서쪽의 아이즈(会津) 지역으로 나뉜다.


사케 즉, 니혼슈(日本酒)에 있어서는 후쿠시마현을 무시할 수가 없는 게, 매년 전국신주감평회에서 가장 많은 금상을 배출하는 현(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은 하마도오리(浜通り)에 해당되고, 후쿠시마의 대부분의 양조장이 아이즈(会津) 지역에 몰려있기에 사케에 있어서의 원전사고의 이미지는 잠시 제쳐두고 술에 집중해도 좋다는 말씀을 먼저 전해드린다.


다만, 금번 소개하는 사케는 나카도오리(中通り)의 니혼마츠시(二本松市)에 위치한 다이시치(大七)다.

니혼슈(日本酒) 양조에 있어서 키모토(生酛) 방식의 양조법이 있다.


통상적인 양조방법에 있어서는 유산(乳酸)을 인공적인 것으로 사용하지만, 키모토(生酛) 양조에서는 유산도 수작업으로 만든다.


인공적 유산균을 쓴 효모를 소쿠죠모토(速醸酛, そくじょうもと)라고 하고, 천연의 유산균을 쓴 효모를 키모토(生酛)라고 한다.


현대에는 인공적 유산이 있지만, 정제된 유산이 없던 옛날에는 유산균도 수작업으로 일일이 만들어냈다.


공기 중이나 양조장의 벽, 천장 등 자연에 자생하는 유산균을 번식시켜서 양조를 했었다.


쌀과 누룩을 갈아 으깨고, 녹여서 걸쭉한 액체로 만들어, 유산균이 생성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고, 공기 중의 유산균을 채취해서 증식시켜 나갔다. 유산균을 맨 처음 공정부터 하나하나 배양하기에는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최근의 양조방식인 소쿠죠모토(速醸酛, そくじょうもと)의 경우는 효모가 약 2주일 만에 만들어지는데 반해, 키모토는 약 1개월이 걸린다. 키모토는 시간도 걸리고, 일손이 많이 가는 옛날 방식의 주조법인 셈이다.


이 키모토는 일본인들도 읽기 어려운 난독(難読) 한자 중 하나다. 니혼슈의 브랜드들도 대부분 읽기 어렵지만, 제조 및 주변 용어들도 상당히 전문적이고, 읽기 어려운 한자가 많아서, 읽어내기만 해도 상당한 수준의 전문가로 비치기도 한다.


그리고 양조방식이 비슷한 것으로 야마하이(山廃)라고 있다.


키모토는 앞에 기술했듯이, 쌀과 누룩을 갈아 으깨어, 액체로 만들어서 유산균의 번식을 기다리는데, 이때의 쌀과 누룩을 갈아 으깨는 작업을 야마오로시(山卸し)라고 한다. 야마하이(山廃)는 이 야마오로시(山卸し) 작업을 하지 않고, 유산균을 배양해서 니혼슈를 만드는 방식을 가리킨다. 야마(山) 오로시를  폐(廃)지한 양조법이라 야마하이(山廃)인 셈이다.



야마오로시는 한겨울의 차가운 시기에 심야부터 새벽에 걸쳐, 몇 번이나 쌀을 휘젓고, 갈아 으깨야하는 중노동이다. 게다가 숙련된 기술도 필요해서 누구나 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야마오로시 작업을 하지 않고도 효소가 쌀을 녹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야마하이(山廃)도 양조법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 키모토 제법으로 유명한 여러 니혼슈가 있으나, 가장 유명한 후쿠시마현(福島県)의 다이시치(大七)다.


다이시치라는 브랜드보다 키모토라는 방식을 라벨의 전면에 내세운다. 덜 알려진 브랜드보다 독특한 양조방식으로 어필하려는 것 같다.


다이시치 주조(大七)는 1752년에 창업했고, 상기의 키모토 양조방식만을 고집해 온 양조장이다.


옛날 이세노쿠니(伊勢国、현재 미에현(三重県)에서 후쿠시마현(福島県) 니혼마츠시(二本松市)로 넘어와 현재 10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초편평정미(超扁平精米)와 일반 다이긴죠(大吟醸) 정미의 비교


정미 방식도 초편평정미(超扁平精米,ちょうへんぺいせいまい)라고 해서 현미의 표면을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같은 두께로 깎아내는 다이시치(第七)의 독자적인 기술이다. 쌀의 표면 부근에 많이 존재하는 잡미의 근원인 단백질을 효율적으로 제거하고, 맛을 구현함에 있어 도움이 되는 전분은 모두 남기는 정미의 혁신과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키모토 방식으로 양조된 술의 맛은 농후하고, 진하고, 묵직하며, 깊은 맛이 있다. 그래서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며, 차게 해서 마시기보다는 상온(常温) 또는 아츠캉(熱燗)으로 마시기에 제격이다.


일반 니혼슈와는 사뭇 다른 다이시치를 한번 맛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후쿠시마현(福島県) 나카도오리(中通り)의 명주, 다이시치(大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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