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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Aug 13. 2024

소주韓잔 사케日잔-89: 사토노호마레(郷乃誉)

한국무역협회 투고 : 여든아홉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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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씩 독자님들께서 희망하시는 글이나 소재를 알려주시면 그것을 토대로 글을 작성하곤 합니다.

이번에는 최근 인연이 되어서 아주 수준 높은 학식과 인문학적 레벨로 귀한 댓글을 많이 달아주신 '설봉재' 님께서 아주 오래된 양조장을 한번 다뤄달라는 요청에 힘입어 칼럼을 기고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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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노호마레 (郷乃誉, さとのほまれ)

 - 스도혼케, 이바라키현 카사마시 (茨城県 笠間市)

 - 1411년 창업해서 883년이 지난 일본의 현역 기업중 9번째로 오래된 기업

 - 2016년 G7 이세시마 정상회의 부인회 만찬주로 제공

 - 모든 라인업이 쥰마이다이긴죠로 생산되고, 로버트파커와 로마네콩티 사장에게까지 극찬받은 사케



올해 한국의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에서 100년 넘은 기업은 총 17곳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2022년엔 9곳이었다가 불과 2년 사이에 삼양그룹, 하이트진로 등 8곳이 추가된 것이라고 합니다.

가장 오래된 기업은 두산그룹으로 1896년에 창업했으니 128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일본은 3만 7085개의 기업이 100년을 넘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이며 200년이 넘는 기업도 1388 군데나 된다고 합니다.

가장 오래된 기업은 콘고구미(金剛組)라는 건축회사로 오사카에 위치하고 있는데 백제에서 건너간 장인들이 만든 회사라고 합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로 기록되고 있으며 서기 578년에 창업해서 올해로 1446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578년 창업해 1446년째를 맞이한 콘코구미 - 홈페이지 인용


재미난 사실은 일본에서 오래된 기업 TOP 10에 사케 양조장이 포함된다는 사실입니다. 1141년에 창업한 스도혼케인데 올해로 883년째로 여전히 현역으로 사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사장은 창업 이후 55대째 당주에 해당되며 현존하는 기업으로는 일본 내에서 9번째에 해당됩니다.  


참고로 두 번째로 오래된 양조장은 아키타현의 히라이즈미 혼포(창업 : 1487년, 브랜드 : 히라이즈미)이며 세 번째는 효고현의 켄비시 주조(창업 : 1505년, 브랜드 : 켄비시), 네 번째는 시가현의 야마지 주조(창업 : 1532년, 브랜드 : 홋코쿠카이도), 다섯 번째는 니가타현의 요시노가와 주조(창업 : 1548년, 브랜드 : 요시노가와)입니다.   


오늘은 이 스도혼케의 대표적 브랜드인 사토노호마레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칸토지방 이바라키현 카사마시


사토노호마레를 양조하는 스도혼케는 이바라키현 카사마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바라키현은 일본에서 가장 매력도가 떨어지는 행정구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케로 접근하면 조금 의미가 다릅니다.


지금도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쌀을 재배하는 현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평야가 많은 현이며 쌀이 많다는 건 그만큼 사케문화도 발전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사토노호마레의 브랜드 자체의 뜻은 고향의 자랑 또는 마을의 영예 정도의 의미가 됩니다.

술, 쌀, 땅, 물, 나무가 주조의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대대로 가훈으로 이어져 오고 있으며 맑은 물과, 양질의 쌀을 기르는 땅을 지키기 위해 주위환경 정비에도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공정에 자연 복류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쌀은 현지 카사마 산만을 사용하며 양조알코올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소재 본연의 맛을 이끌어내는 것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카사마시 스도혼케 전경


1973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열처리하지 않은 나마자케와 여름에 숙성시켜 가을에 출시하는 히야오로시를 생산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일본 최초로 지역농가와 쌀 납품계약을 하거나 주조호적미 생산을 도입하고 고도의 정미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와인에도 아직 마리아주라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시기부터 사케와 요리의 마리아주를 고민하는 등 스도혼케는 단순히 역사만 오래된 것이 아니라 사케의 역사를 이끌어 온 산 증인과 같은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스도혼케 내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로버트 파커의 평가에서 90점을 넘기면 그 사실만으로도 날개 돋친 듯 와인이 팔리곤 했는데, 그에게서 이미 91점을 받았고 International Wine Challenge (IWC)에서 사케 부문이 생긴 2007년부터 금상, 은상, 추천상 까지 다 휩쓸고 의장으로부터 트로피까지 받기도 했으며 이후에도 쭉 수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가장 비싸다는 사케중 하나인 사케헌드레드도 1,000불 정도인데 한때 사토노호마레는 13,000불까지 판매되기도 하는 등 해외에서 더욱 인기가 많은 브랜드였습니다.


2016년에는 일본의 이세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전 아베총리 부인이 주최하는 부인회의 만찬주로 제공되기도 하고 로마네콩티 사장인 오베르 드 빌렌느가 70만 엔의 가격을 직접 매기기도 하는 등 해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스도혼케 라인업 - 홈페이지 인용


그럼 사토노호마레부터 스도혼케가 전개하는 간략한 라인업을 하기와 같이 소개드립니다.



* 쥰마이다이긴죠 사토노호마레 (화이트 라벨)

純米大吟醸 郷乃譽 (白ラベル)   


사토노호마레 화이트라벨 - 스도혼케 홈페이지 인용


스도혼케의 오리지널 메인 브랜드입니다. 드라이하고 깔끔한 맛입니다. 일식, 양식, 중식 그리고 육류, 해산물 등 그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립니다.

주조호적미는 카사마산 카메노오 계열 코시히카리로 정미비율은 50%입니다.



* 쥰마이다이긴죠 사토노호마레 (레드 라벨)

純米大吟醸 郷乃譽 (赤ラベル)   


사토노호마레 레드라벨 - 스도혼케 홈페이지 인용


화이트라벨 보다 더 세련되고 개성이 풍부한 아카라벨은 섬세하면서 품격이 있어 사케 입문자에게 초강력추천 사케입니다. 기품 있는 빨간 케이스는 스도혼케 라인업 중 선물용으로 가장 인기가 있습니다. 정미비율은 화이트라벨보다 훨씬 더 높은 35%입니다.



* 쥰마이다이긴죠 카잔

純米大吟醸 霞山  


쥰마이다이긴죠 카잔 - 스도혼케 홈페이지 인용


사케 마니아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라인업입니다. 해산물과 육류요리 등 폭넓게 아주 잘 어울립니다.

적당한 산미와 깊은 맛의 밸런스가 압권이며 전골요리나 생선조림 등과도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정미비율은 50%에 니혼슈도는 +4로 다소 드라이한 편입니다.  



* 쥰마이다이긴죠 하나아와세

純米大吟醸 花あわせ  


쥰마이다이긴죠 하나아와세 - 스도혼케 홈페이지 인용


맑은 첫맛과 적당한 여운이 인상적인 라인업입니다. 흰 살 생선과 어패류가 특히 잘 어울립니다. 향기, 맛의 깊이, 향기 등의 요소가 스도혼케 라인업 중 가장 밸런스가 좋습니다.

정미비율은 40%이며 상온 또는 냉장보관으로 해서 드실 때는 차게 해서 마시면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 쥰마이다이긴죠 유스라

純米大吟醸 山桜桃  


쥰마이다이긴죠 유스라 - 스도혼케 홈페이지 인용


이 술 한 병으로 사케에 눈을 떴다는 얘기가 자주 들리는 라인업입니다. 섬세한 카라구치며 맛은 아주 경쾌합니다. 사케 팬의 탄성을 자아내는 임팩트가 압권입니다. 해산물 요리와 가벼운 육류요리에 잘 아울립니다.

정미비율 40%에 니혼슈도 +5로 밸런스가 상당히 좋습니다.



* 쥰마이다이긴죠 야마와타리

純米大吟醸 山渡  


쥰마이다이긴죠 야마와타리 - 스도혼케 홈페이지 인용


스도혼케에서 최고 라인업 쌍두마차중 하나인 야마와타리입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의 요리사와 소믈리에로부터 인정받은 사케입니다. 톡특한 향과 깊은 맛이 특징이며 절제된 풋사과의 향이 나며 가벼운 육류와 해산물이 잘 어울리는데 의외로 치즈와도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정미비율 27%의 어마어마한 스펙을 자랑합니다.



* 쥰마이다이긴죠 카쿤코

純米大吟醸 花薫光


쥰마이다이긴죠 카쿤코 - 스도혼케 홈페이지 인용

야마와타리와 함께 스도혼케의 쌍두마차인 카쿤코는 반드시 와인글라스로 드시길 추천드립니다.

기품 있는 아몬드향과 서양배의 화려한 향이 특징입니다. 야마와타리와 마찬가지로 27%의 정미비율을 가지고 있으며 이 카쿤쇼가 2016년 G7 정상회의 부인회의 만찬주로 선정되었던 사케입니다. 알코올은 16% 전후로 다소 강한 편입니다.




스도혼케는 선조부터 대대로 스도 겐에몬이라는 습명을 쓰고 있습니다. 습명은 대대로 같은 이름을 물려받는 것이기에 몇 대째인지 밝히지 않으면 구별이 가지 않습니다. 현재 스도혼케의 사장은 55대째 스도 겐에몬 상입니다.


55대째 스도 겐에몬 사장 - 홈페이지 인용


스도혼케는 원래 무사 집안이었다가 사케 양조를 하게 된 집안으로 무사 가문의 부자에몬(武左右衛門)이라는 이름과 양조장의 겐에몬(源右衛門)이라는 이름 두 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바라키현의 구 국명인 히타치의 카사마시에서 창업해 800여 년이 훌쩍 넘은 역사는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 긴 시간만큼의 노하우와 전통으로 만들어낸 뛰어난 사케로 더욱 기억되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금번 어느 귀한 독자분의 추천으로 사토노호마레를 다뤄봤습니다만 이 정도의 퍼포먼스와 인기가 있는 명주인 줄 몰랐습니다.



한국에서 모두가 그러하진 않겠지만 합동양조라는 이름으로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일부 기사와 유명한 관광명소에서 전통명주의 이름을 빌려 형편없는 술을 넣어파는 한심한 상술로는 100년 기업은 커녕 10년도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갑니다.


쌀, 누룩, 물로만 만드는 것이 사케가 아니라 철학과 전통과 소비자를 생각하는 마음도 함께 들어가야 진정 사랑받으며 몇백 년 지속되는 전통 있는 사케와 양조장이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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