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전힐링

아닌 밤중에 호박전

by JEMMA

오늘 글 발행하는 날 아니지만 그냥 따끈따끈한 글을 쓰고 싶어서 올린다.


평소 나는 요리하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차라리 설거지를 하는 게 낫다. 집밥은 좋아하지만 만드는 건 싫어해서 보통은 반찬 가게 투어를 한 뒤 입맛에 제일 맞는 집에서 사 먹는다. 그런데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해 먹는 음식이 있다. 호박전이다. 계란옷을 입혀서 기분에 따라 어느 날은 부침가루, 어느 날은 빵가루를 묻힌다. 보통 퇴근 후 정리를 좀 하고 호박전을 부치면 먹는 시간은 대략 새벽 2시쯤 된다. 그러니 이 호박전은 어젯밤에 먹은 게 아니라 오늘, 아까 먹은 것이다.


요즘 스트레스 투성이다. 어제 학생 두 명이랑 싸웠다. 그중 한 명은 원래는 그 정도로 화낼 생각이 없었는데 나에게 도끼눈을 뜨고 따박따박 말대꾸를 해서 이성을 잃고 화를 내 버렸다. 그래서 일이 커지게 생겼다. 앞서 싸운 학생 때문에 분노가 축적되어서 더 화가 난 것도 있다. 안 그래도 이번 내신 끝나고 퇴원생들이 꽤 있는데, 나 때문에 얘까지 나가게 생겼다. 아니면 학부모님이 전화가 와서 컴플레인을 걸면 나는 굽히고 걔한테 사과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나가는 것보단 나으려나. 사실 평소에도 가르칠 의욕이 사라지게 만드는 유형이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안 가르치는 게 낫긴 하지만, 원장님 입장에선 추가 퇴원생을 원치 않을 것이기에 나 때문에 애가 나가면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집에 와서 과외 시간표를 짜 보고 교육청에 신고할 경우 돈이 얼마가 되는지 알아보았다. 그런데 합법적으로 과외를 하려니 수업료가 어처구니가 없다. 그 돈 받고 일대일로 정성 들여 수업할 맛이 나냐고. 먹고살 수 있냐고. 분당단가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씨드 학생 구하기도 다소 수월한 공부방을 차리려고 하니 내 집이 없다. 집주인에게 말하면 싫어하거나 월세를 올릴 것 같다. 이전 직장 동료였던 어떤 강사는 투자로 대박이 나서 구축 아파트를 사서 공부방을 차렸다고 한다. 부럽네. 난 이 나이가 되도록 아파트도 못 사고 뭐 했을까. 교습소를 차리려고 하니 보증금이 부족하고 분당단가를 찾아보니 더 열이 받는다. 먹고살라는 거냐고. 너무 짜증 나네. 호박전이나 부쳐야지.


요즘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출이 좀 커서 신용카드를 좀 썼는데 카드값이 평소의 2배가 나왔다. 그래서 메우려고 고난의 행군 중인데, 지난달 어느 일요일에 차 댈 곳이 없어서 동네를 5바퀴 정도 돌았지만 댈 곳이 없었다. 대로에 덤프트럭과 승용차들을 대 놨길래 거기에 주차를 했는데 과태료 날아왔다. 그런데 6월 30일까지 내야 하는데 7월 1일에 확인해서 추가 금액이 붙었다. 그런데 거기다 자동차세 고지서도 날아왔다. 20만 원. 진짜 너무 짜증 나네. 지긋지긋한 다이소 화장품 좀 그만 사고 나 원래 쓰던 화장품을 좀 사고 옷가게 하는 지인 언니 집에서 옷을 좀 팔아주려고 했는데 다 물거품 됐다. 진짜로 호박전을 부쳐야겠다.


송송송송송송!

바르작 바르작 바르작

지글지글지글지글.

맛있다!


그리하여 새벽 3시에 호박전을 홍게 간장에 찍어서 야무지게 먹고 안 씻고 그냥 자버렸다.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씻고 일찍 나왔다. 금요일. 오늘 계획은 도서관에 들러서 책 좀 빌리고 분조카(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책이랑 신문을 좀 읽고 출근하려고 했는데. 그럴 기분도 아니고 또 자료 만들 게 생겨서 학원 옆 카페에서 브런치 세트를 10분 만에 쑤셔 넣고 일찍 출근하려고 한다. 출근하기 전인데 벌써 퇴근하고 싶다. 하지만 일을 수습하려면 일단 출근을 해야겠지. 오늘 부딪혀 보면 이 사태가 어찌 마무리될지 알게 될 것이다.


바라건대 내일은 즐거운 주말을 보낼 수 있기를!


오늘은 빵가루를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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