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마음의 고향
(*글 발행은 내일부터지만 어제와 오늘 갑자기 여행을 다녀와서 글로 남긴다.)
스트레스, 스트레스, 스트레스!!

요즘 스트레스 연속인 나날을 보내며 봉인해놨던 P가 해제되었다. 엠비티아이를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성향을 예로 들 때 편리하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나는 P와 J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데, 평정심을 유지할 때는 J 성향이 더 강하지만 궁지에 몰릴수록 P가 강해진다. 갑작스러운 서울 여행은 그래서 결정되었다. 지난 주중에 갑자기 KTX 기차표와 숙소를 예약했다. 너무 뜬금없이 예약하느라 숙소 찾는데 애먹었다. 1박에 20만 원이 훌쩍 넘는 곳들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처음에 1박에 5만 원짜리 숙소를 겨우 찾아 일단 예약했는데 사진 보고 경악하고 악플 테러 후기를 보고 뜨악해서 바로 취소했다. 그러다 8만 원짜리 방을 찾아서 예약했다.
서울은 내 '마음의 고향'이다. 내 사투리를 들으면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 나는 서울 출신이다. 그러나 어릴 때 지방에 와서 계속 살았기 때문에 내가 자란 시골이 실질적인 고향이다. 그래도 나는 서울이라고 하면 고향, 정겨움, 그리움 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어릴 때 친척들이 모두 서울에 있었고 방학이나 명절에 늘 가는 곳이었기에 쌓은 추억이 많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명절은 서울에 와서 보냈다. 그러나 이제는 서울에 올 필요가 없어졌고, 이렇게 일부러 시간을 내고 숙소를 잡지 않으면 오기 힘든 곳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살다가 지쳐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늘 서울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특히 어린 시절을 보냈던 종로구와 주변 지역을 자꾸 가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도 정겨움을 느끼고 싶어서 무작정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
우선 작년부터 국립중앙도서관 정기이용증을 만들기 위해 서울에 방문하려고 했는데 백수 되고 중고차 사고 하면서 우선순위가 미뤄졌다. 그래서 이번에 가서 만들어왔다. 오랜만에 서울 시내버스를 탔다. 오, 전광판이 으리으리하네. 역시 서울이다. 촌사람은 서울 시내버스의 전광판을 보고도 감탄을 한다.
무사히 국립중앙도서관 미션을 완료하고 숙소로 갔다. 도보 30분 거리라 걸으면서 서초 투어를 했다. 첫째 날을 무사히 마쳤다. 음... 숙소는 그냥 그랬다. 다음엔 안 와야지. (❀❛ ֊ ❛„)
둘째 날인 오늘은 부암동에 갔다. 부암동은 대학 시절의 추억이 있는 곳인데, 오래전부터 늘 부암동 투어를 해보고 싶었지만 서울에 올 때마다 일행들의 반응이 시큰둥해서 계속 오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혼자 왔다!
치킨 실컷 먹고 계산 깜빡하고 그냥 나갔다가 주인이 불러서 다시 들어가서 계산했다ㅠㅠ 요새 키오스크 주문을 많이 해서 순간적으로 선불 계산으로 착각했다. 주인은 웃으면서 괜찮다고 했지만 너무 창피했다.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o̴̶̷᷄︿o̴̶̷̥᷅)
부암동 투어는 정말 좋았다. 그런데 너무 많이 걸어서 힘들고 더워서 영화 기생충 촬영지에 가지 못했다. 다시 와서 여기 갔다가 클럽에스프레소 게이샤 드립 커피 마시고 천진포자에서 다른 만두 메뉴 먹고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세계문학전집을 읽고 싶다. 서울 살아야겠네.. 서울로 이사 오고 싶어요! ૮₍ ˃̣̣̥᷄ - ˂̣̣̥᷅ ₎ა
그런데 오늘 신기한 일이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길을 건너는데 어떤 여자가 손을 마구 휘저으며 '언니! 언니!' 하고 외치는 게 아닌가. 서울 길바닥에서 마주칠 사람이 없는데 뭔가 싶어서 빤히 쳐다보다 그만 소리를 꽥 지르며 펄쩍 뛰고 말았다. 대학원 시절 기숙사 한 방을 쓰던 선배기수 동생들이다.
"언니, 웬일이에요? 우린 처음에 언니 서 있는 거 보고 와, 저것 봐 젬마 언니 스타일이다. 하다가 진짜 언니라서 너무 놀랐어요!"
우리는 너무 반가워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에 한번 뭉치기로 하고 헤어졌다. 대학원을 생각하면 쓰라린 마음이 먼저 드는데, 막상 함께 공부하던 이들을 마주치니 같이 공부하고, 방에서 새벽에 같이 영화 보고, 주말에 맛집투어 가고, 웃긴 얘기 하면서 배를 움켜잡고 끅끅거리던 즐거운 순간들이 되살아난다. 그게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
지금은 KTX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다. 내일부터 또 스트레스 시작이다. 만년 권태 노잼 인생을 어떡하면 좋을까? 할 수 없다. 맞서는 수밖에. 그래... 한번 싸워보자 이 지긋지긋한 세상아!! 서울구경하고 콧바람 쐬었으니 내일부터 다시 전투적으로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