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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젬툰 Jul 05. 2022

만큼만

"오늘 점심은 햄버거 배달시키자."

길어진 미팅에 상사의 제안. 먹을까 말까 고민 중.

"제민이형도 먹을 거예요? 1일 1식 때문에 안 먹어요?"

후배의 질문. 그래. 나는 지금 1일 1식 중이다. 하루 종일 배고픔과 대결을 펼치다 해가진 저녁이 되면 장렬하게 배고픔에게 내 몸을 내어준 지 3년째. 그래서 늘 점심은 패스다.

"아니다, 나도 먹지 뭐."

아무도 유혹하지 않으면 유혹에 흔들리지 않지만, 사실 난 조그마한 유혹에도 아주 쉽게 흔들린다.


햄버거 도착.

즐겨먹던 와퍼보다 훨씬 작은 햄버거. 1일 1식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햄버거에 가장 먼저 손을 뻗은 사람은 나다. 한입, 두입. 그리고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 한입. 순식간에 반토막이 된 햄버거. 사실 어제 느지막이 먹은 치킨과 맥주 때문에 배가 고프진 않았다. 그저 식탐 때문에 햄버거에 손을 댔을 분. 세 입 정도 먹자 내 안의 식탐이 조용히 동굴 속으로 사라진다.


원래의 나였다면 식탐이 해소됐어도 햄버거를 끝까지 먹었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먹다가 멈추는 방법을 마흔이 다 되어서야 알게 됐달까. 먹을 수 있을 만큼만 먹는다. 그게 내가 깨달은 체중 조절의 비법이다. 1일 1식이든 3식이든, 먹긴 먹어야 한다. 3일 1식을 할 수는 없으니까. 가끔 배가 고프면 미친 듯이 식탐에게 지배당하기도 하니까. 먹고 싶다는 욕망 자체를 내가 컨트롤 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는다. 햄버거는 동그랗지만 그게 다 없어질 때까지 입에 욱여넣지 않는다. 그저 먹을 수 있을 만큼 베어 물다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으면 햄버거가 얼만큼 남았든 그냥 남겨버린다.


만큼만.

먹을 수 있을 만큼만 먹고

할 수 있을 만큼만 한다.

수습할 수 있을 만큼만 일을 저지르고, 사랑할 수 있을 만큼만 사람을 만난다. 이제 만큼을 넘치는 일들을 벌리지 않는 것이 감내할만한 삶을 사는 방식임을 알아간다. 그리고 점심에 먹을 수 있을 만큼만 햄버거를 먹은 덕분에, 비록 1일 1식이지만 자괴감을 느끼지 않고 저녁에 삼겹살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하루에 두 끼 먹는 1일 1식 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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