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일에 진심인 사람

병원 관찰기

by jen

회사 입사 이래 환절기마다 한 번씩은 뵈었던 회사 근처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원장님).


코로나가 가둔 시간, 웬만한 증상 가지고는 병원에 가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요 며칠 전 아침 약간의 코감기 증상으로 방문한 이비인후과 병원. 굉장히 오랜만의 병원 방문이군... 하면서 들어섰다.


예나 지금이나 변동 없는 철두철미한 진료 절차,

방문 환자는 안내데스크 위에 놓여있는 노트에 이름, 생년월일 등 간단히 기재한 후 대기 공간에 앉아서 기다려야 하고, 간호사 분께서 진료 순서에 맞춰 호명하면 진료실 앞에 앉아서 또 한 번 대기함

원장님의 꼼꼼한 성격 드러나는 단면,

그렇게 넓다고 볼 수 없는 대기 공간 한편에 '백신 접종 후 대기 공간'이라고 별도 표시해 두심

진료실에 들어서서 의자에 앉고 몇 초 안되어서 원장님께서 건네시는 다소 딱딱하고 상당히 목적지향적인 질문, 그러나 환자의 아픈 곳을 고쳐주겠다는 진심의 마음,

OOO 씨, 3년 만이네요. 오늘은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차근차근 진료 보시면서 증상에 따라 검진을 하고, 돌아서자마자 손을 씻으신 후 이어서 내려지는 진단,

코로나는 아닌 것 같아요. 이틀 치 약 드릴 테니 드셔 보시고 다시 뵙는 걸로 할게요. 중간에라도 아프면 언제든지 와야 해요.


그렇다, 나는 이 병원과 원장님에 대해 무한한 신뢰감을 갖고 있고, 사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병원에 들렀다가 별 일이 없다면(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면) 바로 회사에 출근할 마음으로, 병원이 문을 여는 시간보다 넉넉히 20분 먼저 도착해서 대기 공간에 앉아 있었고, 이어 원장님이 출근하시길래, '와우, 9시도 안 돼서 진료받을 수 있겠는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정확히 9시 5분 전, "회의하자."라는 원장님의 외침에 대기 공간 너머 색유리로 가려져 있어 목소리만 들리는 진료실 앞 쪽 공간으로 간호사 세 분이 일사불란하게 이동하셨다.


얼마 전 대기가 너무 길다는 환자의 불만사항이 접수되었는데 대기 관련 안내 문구와 접수 동선을 바꿔보자는 얘기, 병원 청소해주시는 분에게 드릴 월급과 검사실 청소 관련 전달할 메시지, 신속항원검사로 연일 붐비기는 하는데 오늘 하루도 방문하시는 환자분들 잘 보살펴 달라는 당부의 말씀까지.


나는 전부 듣고야 말았다.


어떻게 이렇게 진심일 수가 있지? 개선하려는 노력(환자 불만사항), 미흡한 부분에 대한 주의력(청소), 환자를 위하는 마음(당부말씀) 세 가지 핵심사항을 쏙쏙 뽑아서 말이다.


그렇게 알찬 5분이 지나고, 첫 번째 환자로 들어선 진료실, 다행히 코로나는 아닌 것 같다고 약 처방만 받아서 나오는 길에 나는 이전보다 훨씬, 아주 많이, 원장님을 신뢰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 인사드렸다.


이런 원장님이라면, 이토록 환자를 보는데 진심을 다하는 분이라면, 믿어도 좋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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