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석맘 지은 Oct 31. 2020

나만 따라와

하와이에 친구가 놀러 왔을 때 알려주는 보석 같은 실속 여행 코스

  하와이에 살다 보니 가족이나 친구가 놀러 올 때가 있었다. 팍팍한 하와이 생활이지만 그때만큼은 나도 여행객이고 싶어 지곤 했다.

  한 번은 직장 후배가 놀러 왔다. 미혼이고 명절 연휴라 일주일 간 휴가를 내서 온다기에 거의 놀고 있는 방 하나를 내줄 생각으로 오라고 했다. 가족이 아닌 지인이 온 것은 처음이라 나도 무척 설레었다. 워낙 바쁜 친구라 정보 찾아볼 새도 없이 나만 믿고 오겠다기에, 내가 살면서 깨알같이 찾아냈던 보석 같은 코스로 데리고 가리라 맘먹었다. 다행히 그때 어학원도 쉬어서 금상첨화였다.


  그 친구는 토요일 12시에 도착해서 8일을 머물렀지만 하와이의 많은 것을 경험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게 느껴졌다. 여행으로 지친 몸과 마음도 쉬면서 즐길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동선을 짜려고 머리를 싸맸다. 이왕이면 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좋은 곳과 하와이의 필수 코스를 골고루 버무리기로 했다. 와이키키(2일), 동부 해안도로 타고 노스쇼어까지 섬 일주(1일), 카폴레이 및 와이켈레 아웃렛(1일), 시간 여유가 더 있다면 카이 무키, 카할라 비치, 탄탈루스 전망대(1일), 하와이카이,  코스트코(1일) 정도면 괜찮겠다.


  첫째 날, 공항에 마중 나갔다. 우리 집에서 공항까지 고속도로(하이웨이) 타고 막히지 않으면 15분 정도 거리, 그래도 우버 타면 20불, 택시는 40불은 넘게 줘야 하는 거리다. 그렇게 돈을 아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소소하게 뿌듯했다.  

  아무래도 첫날은 시차 적응과 워밍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가볍게 와이키키로 갔다. 해변이 보이는 LuLu's라는 레스토랑(백종원 씨도 방문했다는)에서 하와이 대표 칵테일인 블루하와이와 라바 플로우를 시켜 요기하면서 그간 쌓였던 이야기를 풀었다. 주차는 바로 근처 동물원 주차장(Honolulu Zoo)에 비교적 저렴하게 가능하다. 알라와이 수로 변에 오전 11시부터 무료 주차가 가능하지만 이 곳 도로 사정에 익숙하지 않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차를 보며 태연하게 정지해서 주차하기 쉽지 않다. 하와이 사람들은 그렇게하지만 따라하다가 땀 한 바가지 쏟는다.

    토요일 6시 30분에 와이키키 해변에서 토치 라이팅 쇼가 있는데 나도 본 적이 없어서 기다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와이키키 행사 때문에 취소가 되었다. 아쉬웠지만 해변에서 붉은 노을을 감상하고 축제로 평소보다 더더욱 시끌벅적한 와이키키 거리를 걸으며 인터내셔널 마켓플레이스(쇼핑몰)에서 하는 훌라도 잠시 감상하고(제대로 보고 싶다면 매일 오후 1시에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의 공연을 추천한다) 와이키키를 빠져나왔다. 돈키호테라는 일본 마트에 가서 하와이 맥주(코나 브로잉)를 사들고 건너편에 있는 테디 스비거 버거에 가서 버거를 안주로 마련한 후 애들이 놀고 있던 친구네 들러서 말리부 파인애플 칵테일도 한잔 얻어마시고 집으로 왔다. 아이들 재우고 집에서 밀린 대화와 햄버거, 맥주 그리고 그녀가 애정 하는 한국 드라마를 같이 보며 잠들었다. 그렇게 설레던 첫날이 지나갔다.


  둘째 날에는 노스쇼어로 달렸다. 노스쇼어까지 바로 가면 1시간 남짓 거리지만 아름다운 동부 해안도로를 따라 이곳저곳 구경하다 보면 하루 꼬박 걸리기 일쑤다. 평일에는 아이들 하교 시간이 있어 갈 수 없었고 주말에 투어를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하루 꼬박 걸리는 장거리 운전이 나도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학기 마지막이라 정신이 없어 미리 알아보지 못했더니 한국서 명절 연휴라고 방문 관광객들로 자리가 없다고 했다. 운 좋게도 아이 친구 엄마가 차량 렌트만 해주면 자기네도 오랜만에 노스쇼어에 가볼 겸 신랑이 운전해 주시겠다고 했다. 평소에도 도움을 많이 받아오던 엄마인데 정말 고마웠다. 쉬는 날에 종일 운전을 부탁하자니 미안하기도 했지만 고맙고 다행이라는 마음이 더 컸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신난 투어가 시작되었다. 할로나 블로우 홀(고래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처럼 돌 사이로 파도가 치면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옴), 마카푸 전망대도 들르고, 아름다운 쿠알로아 비치에서 컵라면과 집에서 아침부터 분주하게 만들어 온 무스비도 먹었다. 필수 화장실 코스라는 쿠알로아 렌치 상점에도 들렀다.

  해안 도로가 끝이 나고 유명한 지오반니 새우 트럭을 코 앞에 두고 오직 한 길 밖에 없는 일 차선 도로에서 전선주가 넘어져 한참을 지체하다 차를 돌려 반대 방향으로 오던 길을 다시 한참 돌아 거북이 비치에 다 달았다. 후배는 그 사이 시차 적응으로 자느라 바빠서 머리를 흔들었다. 집에서 나선 지 2시간 여 만에 노스쇼어 도착. 친구 아빠는 말씀이 없어지시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래도 나머지 모두는 신이 나서 종알종알.

  거북이 비치는 너무나 유명한데 좁아서 로컬들은 관광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바로 그곳. 주차도 어려운데 그날따라 주차도 한 번에 했다. 해변에 나와 쉬고 있는 거북이 딱 한 마리를 봤는데도 신기했는데, 이 날따라 4-5마리가 파도가 높아질 때 물속에서 빙글 헤엄치는 장관을 보여주었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내 후배는 참 복도 많았다. 황홀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

  드디어 도착한 노스쇼어 할레이바 타운. 줄 서서 맛보는 마츠모토 쉐이브 아이스에서 더위를 식히고 슬슬 걸어 동네를 둘러보았다. 특색 있는 여러 상점에 들러 구경하고 친구 아빠가 사 오신 훌리훌리 치킨을 게눈 감추듯이 먹어보고 훌리훌리 옆에 유명한 하와이 3대 버거 쿠아 아이나 버거 가게에서 아보카도 버거와 오리지널도 사봤다. 마지막으로 할레이바에 가까운 지오반니 새우 트럭이 문 닫기 전 들러 매운맛, 마늘 맛 싸들고 행복하게 귀가했다. 집에서 역시 코 나브 로잉 맥주와 즐거운 저녁 식사로 마무리.

  

  셋째 날.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월요일. 아이들 하교 전까지 자유시간. 가성비 괜찮은 카이 무키 지역에서 브런치 타임을 가졌다.  Superette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하와이에서 라테로서는 최고의 맛이라고 생각되는 하와이대학교 근처 글레이져스에서 커피 한잔.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주차 후 JCB카드로 무료로 핑크 트롤리 셔틀 타고 와이키키 둘러보기. 다시 알라모아나센터 도착 후 푸드랜드에서 산 신선한 포케로 점심 해결. 애들 픽업 후 집에서 10분 거리 이영애가 결혼했다는 아름다운 카할라 호텔로 출발, 아름다운 전경을 자랑하는 레스토랑에서 호사스럽게 애프터눈 티를 마시고 돌고래와 비치도 감상했다. 저녁에는 백종원 씨 전도사인 후배가 집에서 백종원표 냉라면 해줘서 맛나게 먹고 마무리는 역시 맥주와 드라마.

 

  넷째 날, 아이들이 조금 늦게 마치는 날이라 하와이 카이로 떠났다. 평소 맥주와 커피에 조예가 깊은 친구를 위해 하와이 카이에 있는 마리나 쇼핑센터 내 코나 브로잉에 들렀다. 요트 선착장을 바라보며 맥주 샘플러를 맛보고 그중 가장 좋았던 맥주를 더 시키고 피자와 함께하던 행복한 시간. 나는 운전을 위해 입만 적셔서 아쉬웠지만 그 친구가 하와이에서 가장 만족했던 시간이었다. 유명한 레오파즈 마라사다 도넛도 트럭에서 판매해서 맛을 보았다. 근처 코스트코에 가서 후배네 사무실 직원들에게 돌릴 초콜릿이나 커피, 비타민 등을 쇼핑하고 아이들 픽업러 집으로 왔다. 이때부터 평소 쇼핑에 관심 없다던 이 친구의 숨겨진 쇼핑 본능이 눈을 뜬 것 같았다. 둘째 아이 음악 수업이 늦게 마쳐서 오후에는 휴식하고 저녁에 집에 있는 슬로 쿠커로 삼계탕 끓여 먹였다. 자기 전 항상 맥주로 마무리했다.


  다섯째 날, 이 친구의 쇼핑 본능과 먹방이 폭발했다.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내 올드 네이비는 질 좋고 싸기로 유명한 옷가게. 조카 옷을 싸게 많이 사고 사면서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일찍 마친 아이들을 친구네 데려다주고 40분 거리의 와이켈레 아웃렛으로 출발했다. 쇼핑에 큰 관심 없는 친구라 1시간 안에 쇼핑을 끝내고 카폴레이에 있는 쉐라톤 호텔 롱보드 바에서 11시 이전 5불에 마실 수 있는 아이스 마이타이 칵테일을 맛 보여 주려고 했는데 쇼핑 초보자도 잡아 끄는 마성의 와이켈레 아웃렛이었다. 다 포기하고 3시간 쇼핑을 했다. 점심은 롱보드 바에서 코코넛 쉬림프와 마이타이, 난 음료수로 점심을 즐긴 뒤 되돌아와 하와이대학 구경까지. 5불 주고 주차하고 학교 내 캠퍼스 센터에서 스벅 커피 한잔,  대학 내 스벅엔 세금이 안 붙으니 파인애플 텀블러도 하나 사 들고, 저렴하고 맛난 쌀국수 한 그릇. 그리고 다이아몬드와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친구네 집 도착 후 삼겹살과 스테이크 바비큐. 아무래도 이 친구 먹을 복이 있었다.


  여섯째 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계란을 좋아한다는 친구의 말에 에그 앤 띵스에서 브런치를 했다. 다른 곳보다 분위기도 낫고 조용하고 친절한 트럼프 호텔 근처 에그엔  띵스에서 스크램블과 스페셜 브런치를 맛보았다. 양이 너무 많은 팬케익을 시킬 때는 고민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쉽게도 탄탈루스 야경은 지치고 비까지 와서 보지 못했다. 이날 이 친구가 승진한 날이라 라이징 케인스 치킨, 파이 올로지 피자를 사들고 집에서 맥주 마시며 축배를 들었다.


  일곱째 날, 쇼핑의 끝판왕 알라모아나 센터와 로스(Ross)에서 무지막지한 쇼핑, 알라모아나 비치에서 맥주와 포케, 그리고 바로 앞 L & L에서 산 치킨 카츠를 먹으며 수다 떨면서  불꽃놀이를 감상으로 이 여행을 마무리했다.  


  가족이 아닌 잘 모르는 엄마의 친구가 장기간 손님으로 왔을 때 아이들의 불편함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 조금 곤란을 겪었지만 나도 오랜만에 아이들이 아닌 친구와 이곳저곳을 쏘다닐 수 있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등하교를 챙기게 되어 친구를 더 많이 챙겨주진 못했지만 나로서는 최선을 다 했다. 나도 예전에 멋모르고 자취든 결혼한 신혼집이든 선배나 친구의 집에 여행 삼아 간 적이 많았는데 눈치 없이 군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도 해 보았고 기꺼이 시간과 공간을 내어준 그들에게 감사한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성장해 나가는가 보다. 여행에서는 이렇게 항상 얻는 것이 있어 의미가 있다.























이전 15화 하와이 시골 촌놈, 대도시 LA 방문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