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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석맘 지은 Oct 19. 2020

가자, 미국으로, 하와이도 미국이지

왜 어학연수 장소로 하와이를 선택했을까

  “하와이 가면 공부 안 하는데.”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 면접을 볼 때 미국인 영사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날린 한마디였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들었고 여기저기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이 빨개졌다. 마이크를 통해 크게 울려 퍼졌다. 그것도 한국어로.


  나는 왜 어학연수로 수많은 영어권 나라들 중, 미국, 그중에서도 하와이를 선택했을까.      

  유학을 가기로 마음먹고 장소를 알아보려니 영어권 나라가 정말 많았다. 가깝게는 필리핀 등 동남아부터 멀리 유럽까지! 단순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이왕이면 선진국으로 가자고 마음먹었다. 당장 떠오른 나라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였다. 영국은 유럽에서 종종 일어나는 테러가 무서웠고 캐나다와 호주는 한국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았다.

  결국 미국이 세계 1위 경제대국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었고 어떤 나라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그들 속으로 스며 들어가 그들의 삶을 엿보고 싶었다. 뉴스를 떠들썩하게 하는 총기, 인종차별, 마약 사건은 무서웠지만 그로부터 최대한 안전한 지역을 찾아보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지인과 유학원으로부터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본인 경험 위주의 비교대상 없는 정보였다. 결국 소신껏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너무 넓었는데 LA지역은 지진이 무서웠고 동부지역은 한국과 너무 멀었다. 아이러니하게 교육열도 강한 것 같아 유학 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미국에서 유일하게 가본 곳이 그 해 봄 휴가에 들렀던 하와이였다.

  하와이의 치안은 안전한 편이었고 맑은 공기에 온화한 기후, 그리고 사람들도 친절했다. 유학 휴직 승인을 받으려면 사설 어학원이 아닌 공식 교육기관이어야 했는데 마침 하와이 주립대학교 부설 어학원이 있었다. 유학원에서는 하와이를 거의 추천못했는데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이익이 나는 본인 개발 상품 위주로 홍보를 했다. 어느 유학원에 하와이 치안이 좋지 않다고까지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물론 하와이 전문 유학원도 있었지만 본인들과 계약하지 않는 한 정보는 제한적이었고, 나 같이 엄마가 대학 부설 어학원으로 가고 아이들은 공립학교로 가는 케이스는 타산이 맞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나는 역으로, 유학원에서 거의 추천하지 않는 하와이로 결정했다. 유학생도 많지 않겠다는 아주 지극히 혼자만의 생각으로 결정했다.  많은 유학원들 중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상황에 맞춰주는 유학원을 찾아내서 유학 진행을 했다.

      

  다음은 어학연수로 하와이를 선택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이다.     


1. 치안

  하와이는 전 세계에서 오고 싶어 하는 유명 관광지인 만큼 야간에도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많은 경찰관들이 순찰을 한다. 차 안에 물건을 두고 내리면 차량털이범에게 당하기도 한다지만 미국에서 이만큼 안전한 곳도 없다고 들었다. 좀처럼 강력사건은 잘 일어나지 않는데 섬이기 때문에 범인이 도망갈 곳이 없어 결국 잡힐 수밖에 없기 때문.     


2. 교

  하와이에는 비영어권 아이들을 위한 수업이 있다. 이 수업을 ELL(English Language Learner)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이 특히 매력적이다. 하루에 한 시간씩 해당 학생을 영어 실력별로 반을 나누어 별도의 선생님을 두고 꼼꼼히 가르쳐 준다. 아이들을 따로 사설학원이나 사립학교에 보내지 않아도 나라에서 충분히 영어를 배울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큰 혜택이었다. 세계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몰려드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아닐까 싶다. 특히 하와이는 워낙 인종이 다양해 많은 아이들이 ELL 수업을 듣고 있어, 내 아이가 특별히 영어를 못한다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었다. 게다가 우리 학교 ELL 선생님들이 어찌나 자상하신지 감동할 정도였다.


3. 인종 차별

  나에게는 인종문제도 크게 중요했는데, 캐나다 유명 식당에서 영어가 부족해 약간의 비웃음을 산 기억이 컸다. 나는 그렇다 해도 아이들에게 문제가 된다면 어학연수도 의미가 없었기에 하와이가 인종차별이 없는 미국의 유일한 곳이라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었다. 하와이는 원주민인 폴리네시안, 백인이 20% 안팎, 일본, 중국, 한국, 필리핀 등 아시아계가 5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곳에선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관광객이 많아 영어 발음이 엉망이라도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각국의 독특한 억양이 섞인 발음도 현지인들이 이해를 하니 신기했다.     


4. 편의 시설

  미국 본토에서는 마트를 가는데만 자동차로 1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는데 하와이는 번화한 와이키키 중심으로 마트나 관공서 등 모든 편의시설들이 자동차로 10분 내외 거리에 있어 무척 편리하다. 엄마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생활하기에 어렵지 않은 이유이다. 입맛이 문제라면 중심지에 가까운 한인마트도 3개나 있어 걱정이 없다. 심지어 한국 라면은 세일할 때 한국보다 더 싸다! 그리고 괌이나 사이판에서 관광할 때 꼭 들러 물건을 쓸어 담는다는 ROSS는 동네마다 있다고 느낄 정도로 많다. 월마트, 코스트코, 롱스 드럭, 푸드랜드, 타임스 등 마트도 다양하고 많아 물건 구입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고 백화점이 여러 개 모여 있는 거대한 알라모아나 쇼핑센터도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이다.     


5. 자연환경

  나는 초등학생 시절에는 공부보다는 열심히 놀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놀았던 힘으로 가깝게는 입시까지, 더 나아가 어른이 되어도 힘든 일을 버텨낼 에너지를 얻으리라 믿는다. 하와이는 사계절이 날씨가 좋아서 일 년 내내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바닷가에 가서 놀 수 있다. 만날 잘 다투는 우리 아이들도 바다에 가면 엄마도 찾지 않고 잘 놀아 평화로웠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알라모아나 비치는 내 평화의 장소였다. 그런데 살다 보니 바다보다 미세먼지 없는 공기와 뜨거운 뙤약볕을 무색하게 하는 시원한 바람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6. 도서관

  하와이에는 공립 도서관이 정말 잘 되어 있다. 와이키키가 있는 오아후 섬만 해도 25개의 도서관이 있고 대출 권수 또한 제한이 없다. 한국과 다른 점은 대출증을 잃어버리거나 대출 기간을 연체하면 어김없이 벌금을 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들 학교 도서관에도 몇 천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고 하니 아이들에게 책 읽는 환경만큼은 정말 부러울 따름이다. 특히 집 근처 맥컬리-모일릴리 도서관(현재는 와이키키 쪽으로 이전)은 한국 책도 있어 영어와 한국어를 균형 있게 습득, 유지할 수 있어 좋았다. 한국인 사서 선생님도 상주하고 계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신간도 꽤 있는 것으로 봐서 관리를 잘하고 계신다는 느낌을 주었다.     


7. 시차

  시차 또한 매력적이다.

  실제 한국과 시차는 19시간이지만, 날짜가 하루 차이 난다는 것을 감안하면 피부로 느껴지는 시차는 5시간으로 이곳의 오후 시간과 한국의 오전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 한국과 교류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하와이는 단지 관광지의 매력만 있는 괌과 사이판과는 위상이 다른데, 미국의 50번째 주로서 생활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모든 시설을 갖추었다. 게다가 나의 유학 휴직에 꼭 필요한 조건이었던 하와이 주립대학교 부설 어학원까지 있어 퍼펙트였다.


  세계적인 휴양도시! 연예인들이 앞 다투어 놀러 간다는 그곳! 하정우가 걷기에 최고의 장소로 뽑은 그곳! 그 천국에서 나는 즐겁게 공부하며 아이들과 재밌게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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