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기억과 숨은 명소들
하와이는 한국인의 신혼여행지로 사랑받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동경하는 여행지다. 부산 해운대에 살면서 해운대에 자주 가지 않는 것처럼, 하와이에 사는 사람들도 와이키키를 매일 찾지는 않는다. 유학생이었던 우리는 관광객도, 완전한 현지인도 아니었다. 그 경계에서 하와이의 곳곳을 탐험하며,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갔다.
하와이를 찾았다면, 와이키키는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서핑의 전설 듀크 카하나모쿠 동상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 탁 트인 코발트빛 바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명품 매장과 쇼핑몰—이 모든 것이 하와이를 대표한다.
하지만 와이키키는 관광지인 만큼 가격대가 높다. 식비 부담을 줄이려면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간단히 요기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신혼부부들의 필수 코스인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에서 특별한 저녁을 즐길 수도 있다. 금요일 밤이면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도 볼거리다. 붐비는 곳이 싫다면 포트 드루시 해변 공원에서 좀 더 여유롭게 감상하는 것도 방법이다.
와이키키의 밤은 화려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칼라카우아 애비뉴는 안전하지만, 그 뒤쪽 알라와이 운하는 밤에 걷지 않는 것이 좋다. 관광객을 노린 사건도 가끔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틀이면 와이키키를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진짜 하와이를 보고 싶다면, 도심을 조금 벗어나 보자.
다이아몬드 헤드 : 한 시간 정도 오르면 끝없는 태평양이 펼쳐지는 전망을 만날 수 있다. 등산 전, ‘다이아몬드 헤드 인 그릴’에서 도시락과 스콘을, ‘커피빈’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가는 것도 추천한다.
마노아 폭포 트레일 : 하와이 하면 바다만 떠올리지만, 마노아 폭포 트레일은 원시림 풍경을 자랑한다.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이국적인 식물들과 싱그러운 공기가 매력적이다.
탄탈루스 언덕 : 와이키키가 속한 호놀룰루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다. 야경이 아름답지만, 낮에 가도 충분히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밤에는 치안이 다소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비가 흩뿌릴 때면 눈앞에 커다란 무지개를 만날 수도 있다.
와이키키를 떠나면 더 깨끗하고 한적한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카할라 호텔 비치 : 배우 이영애가 결혼식을 올린 곳으로 유명하다. 호텔 내 카페나 식당을 이용하면 무료 주차가 가능하며, 관광객이 적어 조용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코올리나 라군 : 디즈니 호텔이 있는 지역으로, 인공적으로 조성된 아름다운 해변이 특징이다. 해변을 따라 돗자리를 깔고 간식을 먹으며 하루를 보내기 좋다.
하와이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동부 해안 드라이브다. 하루를 할애해 코발트빛 바다와 절경이 펼쳐지는 해안 도로를 달려보자.
하나우마 베이 : 하와이 왕족의 비밀 휴양지였던 만큼, 아름다운 스노클링 명소다. 사전 예약이 필수다.
할로나 블로우홀 : 고래가 물을 뿜는 듯한 천연 분수 현상을 볼 수 있는 명소.
마카푸우 뷰 포인트 트레일 : 30여분 남짓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정상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와이마날로 비치 : 관광객이 적고, 자연 그대로의 해변을 즐길 수 있는 곳.
라니카이 & 카일루아 비치 : 오바마 대통령이 사랑한 해변으로, 부드러운 모래와 맑은 바다가 특징이다.
노스쇼어 : 서퍼들의 천국. 지오반니 새우트럭에서 갈릭버터 쉬림프를 맛보고, 거북이를 볼 수 있는 라니아케아 비치도 들러보자.
할레이바 타운 : 마츠모토 쉐이브 아이스와 주말에만 여는 훌리훌리 치킨은 꼭 먹어봐야 한다.
하와이는 오아후 섬뿐만 아니라, 각 섬마다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빅아일랜드 : 활화산에서 용암을 보고, 천문대에서 별을 관찰할 수 있다.
마우이 : 하늘을 걷는 듯한 하나로드 드라이브와 블랙락 비치에서 거북이와 함께 수영하는 경험.
카우아이 : 헬리콥터를 타고 와이메아 캐년을 감상하고, 케에에 비치에서 멸종 위기의 몽크씰을 볼 수 있다.
4년 동안 하와이에서 보낸 시간은 일상이자 여행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여행이 시작되었고, 매 순간이 새로운 발견이었다. 문을 나서면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졌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하와이 구석구석 지도가 선명하게 펼쳐진다. 여행객이자 현지인이었던 우리는, 하와이와 하나가 되었다.
이 글이 하와이를 꿈꾸는 이들에게 작은 영감이 되길 바라며, 언젠가 다시 그곳에 발을 디딜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