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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석맘 지은 Oct 19. 2020

하와이 공립학교 알아보기

하와이에서 아이들 학교 학군 찾기

  ‘하와이에서 학군은 중요하지 않다.’

  하와이 관련 모 인터넷 카페에서 열심히 학군에 대해 검색하다가 발견한 글이었다. 아무리 하와이가 관광지라고 하지만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을 텐데 학군이 중요하지 않다니? 그런데 나 역시 아이들 학군과 집을 검색하다 내린 결론이 그러했다. 적어도 1년 단기 유학이라면.     

  비록 학생비자는 내가 받았지만 아이들의 공부 또한 이번 유학의 중요한 요소이다 보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사립학교라면 내가 원하는 집에 거주하면서 아이들을 픽업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공립학교는 주소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학군을 정해놓고 집을 알아보게 되었다.

  사립학교는 연결시켜 주는 한국 유학원이 많아 정보를 얻기 쉬운 데다 현지 정착 서비스가 잘 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하와이 소재한 현지 유학원이 가장 정보도 많고 한국인의 정서에 맞춰 맞춤 서비스를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아볼 때 비용은 깜짝 놀랄 만했지만. 

  나는 하와이 소재한 유학원을 통한 것도 아니고 유학원을 통한 현지 정착 서비스도 쉽지 않아 혼자서 고생해야 했다. 하긴 그래야 불만이 없을 케이스였다.

  무엇보다 아이들 학교 정하기가 참 어려웠다. 사립학교는 몇 개가 없는 데다 유학원에서 수입이 발생하므로 정보가 제법 많은 반면 공립학교 정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터넷 카페에 드문드문 올라오는 글로 유추할 수 있었는데 결국 미국 정보는 미국 사이트에서 찾기 수월했다. 미국 공립학교 순위를 알아볼 수 있는 사이트는 그레이트 스쿨.  https://www.greatschools.org/ 영어로 되어 있다고 겁먹지 말자. 마음만 급하게 먹지 않고 하나하나 잘 살펴보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영어로 되어 있는 사이트가 얼마나 부담스러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시도해보자. 그리고 구글에서 만든 웹 브라우저 크롬에서 열면 사이트 번역 기능이 있어 완벽하진 않지만 이해하기가 빠르다.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학교 점수와 순위, 그리고 해당 학교의 지역 범위 restrict를 알 수 있다. 그런 다음 미국 부동산 검색 사이트인 Zillow, Trulia, 하와이 부동산 검색 사이트 Oishi 등을 살펴본다. 

  가보지 않은 동네지만 찾아보다 보면 알게 된다. 등급 상위 학교 주변으로 집을 찾아보면 한국의 아파트와 비슷한 콘도가 없고 주택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주택이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엄마 혼자 아이 둘과 살기에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주택이 과연 안전할지 자신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댁이 주택이었는데 여름철 모기와 각종 벌레로 힘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이 없었다. (실제로 하와이 주택에는 게꼬(작은 도마뱀)가 수시로 발견된다. 이곳 사람들은 안전하고 귀엽다고도 생각하지만.)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터넷 카페에서 ‘현지에서 학교를 다니면 적응하기도 벅찰 텐데 등급이 높은 학교의 교육열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글을 읽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집을 정하는 것만으로도 내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운명처럼 우리가 살 집을 계약하게 되었고 한국인 집주인이 그 집의 학군인 초등, 중등이 나름 괜찮다고 해주어서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혹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매년 1월 1일부터 3월 1일까지 지원하는 GE (Geographic exceptions)에 옮겨야 되는 사유를 기재하고 신청하면 학교를 옮길 수도 있다. 단, 해당 학교에 자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도 하와이 좋은 공립학교가 어디인지 궁금할 수 있다. 나도 많이 알지 못하지만 중심지 기준으로, 초등학교는 노엘라니, 호쿨라니, 와이키키, 차터스 엘레멘터리로는 와이알라에가 있다. 중학교로는 카이 무키가 괜찮고, 수학은 워싱턴 미들스쿨이 하와이 내 경시대회 몇 년째 우승하며 성적이 좋다고 했다. 좋은 학교로 소문난 곳은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많다고 들었다. 

  참고로 작거나 외국인이 많지 않은 학교는 제2외국어가 영어인 아이들 대상인 영어 수업 ELL(English Language Learner)이 없을 수도 있다. 내가 아는 친구는 처음에 ELL 없는 학교에 다니다가 차터스 스쿨로 옮겼는데, 아이들 마다 다르겠지만, 아이의 수준보다 많이 높아 우리보다 9개월이나 먼저 하와이에 왔지만 우리 아이들의 영어에 비해 꽤 오랫동안 늘지 못한 모습도 보았다. 학군이 좋은 곳은 한국인과 일본인이 많다고 들었는데 한국 아이들이 많은 학교가 아이 영어나 정서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을 테니 잘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또 공부 잘하는 학교는 성적을 공개한다고도 들었는데 아이에게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아이의 수준에 맞게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곳이면 좋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작지만 강한 우리 아이 학교가 참 좋았다. 사실 다른 학교는 내가 보내 보지 않아서 비교대상이 없지만.

  한국식의 빡빡한 학교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라면 등급 낮고 놀기만 하는 것 같은 하와이 학교 공부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월급이 엄청 적고 한국에서만큼 인지도가 없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고맙게 생각될 정도로 아이들에게만큼은 열성적이었다.

  한 학년에 반이 2~3개뿐이어서 대부분의 선생님이 학생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학교, 선생님들을 떠올리면 내 마음도 따뜻해진다.

  학부모에게는 다소 무뚝뚝해 보이지만 아이들에게만큼은 함박웃음 지으며 한없이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낮은 자세의 교장선생님, 한국에서는 인사만 강요하고 인사해도 받아주지 않아 속상하다는 교장선생님들과 비교하면 나는 참 좋았다. 

  편의점에서 인사했더니 볼 때마다 반겨주던 컴퓨터 선생님, 아이들 캐리커쳐 그려주며 열렬한 팬들을 몰고 다니는 인기 만점 체육선생님 미스터 T,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 아이들에게도 짜증이나 신경질은커녕, 또박또박 천천히 몇 번이고 반복해서 알려주고, 칭찬의 힘으로 극복해낼 수 있도록 늘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찡 선생님, 언제나 먼저 인사하고 말 걸어주고 개인 메일까지 알려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고 마트에서 만난 나에게 첫째 아이에게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은 우리 지난 학기 최고의 시간이었어!"라며 행복해해 주던 미시즈 T 선생님. 이 곳 선생님들은 단연 최고였다. 한국의 어떤 사설 학원에서도 누릴 수 없는 공립학교 수준이었다.

  우리네 선생님들은 퇴직하면 그 학교에 다시 돌아갈까? 퇴직 후 학교 행사 내빈으로 방문해서 아이들의 환호에 행복해하셨던 선생님. 아이들의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보면 그래 이게 진짜 학교 생활이지, 나도 모르게 울컥 감동의 눈물이 스며 나왔다.      


  1년간 하와이 학교 생활, 어쩌면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영어만 조금 잘하고 나머지 과목은 엉망인 상태로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와이 학교 생활을 학습의 관점으로만 보기에는 너무 아쉽다. 아침 일찍부터 학교에 가고 싶어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 사랑으로 봐주는 선생님들, 잘하면 칭찬하고 못한다고 나무라지 않는 친구들. 아직 어린 나이에 정말 배워야 할 것은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일지도 모른다. 영어는 그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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