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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석맘 지은 Oct 20. 2020

하와이에서 차가 필요해?

하와이에서 차 사기

  “차는 잘 모릅니다. 운전만 합니다.”

  예전에 어떤 자동차 정비 서비스 업체 광고에서 한 여자가 한 말로 기억한다. 나도 그렇다. 격하게 공감한다. 

  나의 운전 실력으로 말하자면, 여자 중에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 몇 없다고 장담할 만큼 자신이 있다. 그런데 그 외 차 관련해서는 무지에 가깝다. 심지어 차 보험조차도 관심이 없다. 차 문제라면 청소까지 무조건 신랑에게 떠밀었었다. 그래서 신랑도 없는 하와이에서 차를 사고 싶지 않았다. 신랑은 무조건 차는 있어야 된다고 주장했지만 나는 겁이 났다. 자기 없이 관리를 어떻게 하라고. 혹 문제라도 생겨 정비소에 가는 일은 끔찍하게 생각되었다. 한국에서도 가기 싫어한 곳이다. 

  미국 본토라면 모를까 학교, 집, 마트만 다닐 텐데 과연 차가 필요할까 싶었다. 익숙하지 않은 도로 상황에다 익숙하지 않은 차라니.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한국에서 내 차를 가지고 오고 싶었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고 가능한 방법 찾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포기했고 차가 필요하다면 택시를 타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다.      

  여유가 있어 새 차를 사면 그래도 괜찮다. 당분간 손볼 일이 없을 테니까. 나는 유학 예산을 잡을 때 중고차 비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다. 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막상 중고차 가격을 알아보니 적어도 만불 정도는 잡아야 했다. 중고차가 싫었는데 트라우마가 있었다. 직장 신입 시절, 차가 있기만 해도 행복했던 시절, 폐차 직전의 차를 끌고 다녔는데, 언제부턴가 매달 새 차 할부금만큼의 수리비가 들어가더니, 결국 차 시동이 꺼지고 엔진에서 연기까지 났다. 말도 안 통하는 이곳에서 그런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그래도 걱정 많은 신랑이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고, 마트라도 다니려면 꼭 차가 있어야 된다고 해서 차를 사기로 했다. 대신 알아보는 일은 신랑에게 오롯이 맡겼다. 가뜩이나 정신없는 와중에 차까지 결정하려니, 나로서는 정말 골치가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랑은 각 자동차 회사마다 보유하고 있는 중고자동차 매물을 열심히 검색해서 일일이 확인했고 몇 군데는 직접 들러 확인해 보았다. 내 마음 같아서는 한국에서 내가 타고 다니던 똑같은 자동차를 사고 싶었는데, 나중에 팔 일을 생각하면 일본 자동차가 선호도가 높아서 더 낫다고 했다. 하와이 거주 블로거와 집주인 아주머니로부터 추천 차종과 꿀팁을 얻었다. 

  소형 RV인 RAV4나 혼다 시빅. 월말이나 특히 연말에 가면 판매 직원들이 실적 때문에 싸게 흥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마음에 드는 차라도 처음에는 관심 없는 척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나갔다가 몇 시간 뒤 다시 방문해서 더 싼 가격을 제시해보고 거의 살 것처럼 하다가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다시 나갔다 반복하다 보면 좋은 가격으로 살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가 방문한 매장에서 일본인 신입 직원을 만났는데 한 대라도 팔려고 애를 썼다. 마침 그곳에 한국인 직원분이 계셔서 자세한 내용은 통역을 적극 도와주셨고 몇 번 방문과 흥정 끝에 9천 불 아래의 가격으로 계약할 수 있었다.      


  하와이에서 차가 필요한가?

  하와이에서 공부하고 주말에나 다닐 여유가 생긴다면 굳이 차가 없어도 될 것 같긴 하다. 그리고 학생이라면 버스로도 충분히 다닐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살아보니, 아이와 함께 공부를 하는 나 같은 경우라면 차 없이는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수업시간과 내 수업 시간 사이 빠르게 이동해야 되고 아이들은 걷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일같이 장을 봐도 코스트코에 큰 장을 가득 봐올 때는 도저히 차가 없다면 불가능할 것 같다. 그때마다 우버를 부를 수도 있겠지만 녹록하지 않을 것 같다. 

  결론은 차를 사기를 잘했다. 


  하와이에서 운전하다 보면 양보와 배려를 많이 경험한다. 상대 운전자들이 대부분 양보를 많이 해준다. 전력질주할 듯한 우락부락 문신한 아저씨도 정확히 교통법규를 지킨다. 정말로 한국에서도 운전이 힘든 사람이라면 권하지 않지만 시도해 보자. 

   다만 하와이의 신호체계가 한국과 많이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차가 익숙하지 않은 데다 한국 내에서의 상식으로 생각하다가는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처음에 특히 나를 당황시킨 점은 좌회전 신호가 없다는 것이다. 초록색 불이어서 양방향이 직진 신호를 받았는데 나는 좌회전을 해야 하는 상황일 때다. 좌회전 금지 표지판이 없으면 대부분 좌회전이 가능한데 양방향 직진 신호에서 그 사이를 뚫고 지나가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신호가 몇 번 바뀔 때까지 가지 못하면 어지간하면 경적 소리를 내지 않는 하와이안도 난리를 친다. 그러면 식은땀이 순식간에 쏟아지곤 했다. 팁은, 직진이 당연히 우선인데 내가 좌회전하기 쉽게 어느 정도 교차로 중심 가까이 가서 대기할 수 있다. 신호가 바뀔 무렵 주황색 불로 바뀔 때 직진 차량은 여간해서는 정지를 하고 그 사이 내가 빠져나가면 된다. 간혹 미친 듯이 돌진하는 차량이 있으니 늘 조심해야 된다. 주황색 불이 우리나라보다 1초 정도는 더 길기 때문에 가능하다.     

  두 번째로 나를 당황시킨 것은, one way 시스템이다.

  내가 갈 곳을 모르고 지나쳤는데 하필 one way라 돌아갈 방법을 도무지 모르겠는 거다. 유턴이 되지 않으니 어떻게 가야 되지? 

  하지만 당황하지 말고 차를 세우거나 조금 더 직진하면 우회전하는 도로를 만나게 되고 한번 더 우회전하면 내가 오던 one way와 반대 방향인 one way를 만날 수 있다. 말하자면 상가나 주택이 거대한 중앙선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양 방향 모두에서 진입할 수 있는 입구가 있게 마련이다. 익숙해지면 오히려 편한데, one way에 들어설 때 교차로 모든 차량을 살피지 않아도 되어 편하다. 딱 한 방향만 살피면 진입도 용이하다.      

  세 번째로 나를 당황시킨 것은, 늘 온화한 하와이 사람들이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전력질주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끼어들 때 뒤차량이 전혀 속도를 줄여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꼭 부딪힐 것만 같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가깝지만 이들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시속 55마일이면 대략 시속 90킬로미터쯤 되는 속도인데 심지어 사람들이 짐칸에 소복이 앉아 있는 것을 볼 때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에 사람이 나타나면 질겁을 하는데, 사고 날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익숙하지 않고 매번 네비를 보면서 가야 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갑자기 지나치는 빠져나가는 도로라든가 급 커브길이 많은 것도 뒤에 앉은 아이들은 멀미를 하기 십상이다. 진땀깨나 흘려 나는 되도록 하이웨이를 타지 않았고 차량이 드문 아주 이른 시간에 가곤 했다. 


  추가로 하와이에서 운전할 때 주의할 점이라면, 

  정지선에서 3초 정도 확실히 섰다가 가야 한다는 것이다. 괜찮지 싶어 지나쳤다가는 사고의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눈에 띄지 않던 경찰관에게 걸려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금액의 벌금을 내야 할 수 있다. 향후 미국으로 이민을 올 때 그런 사소한 것들로 거부당할 수도 있으니 뭐든 쉽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차를 확실히 해야 된다. 벌금은 다행이고 한번 견인되면 몇 백 불 쉽게 내야 된다. 인도 쪽에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곳은 주차하지 말고 reserved라고 표시되어 있는 곳도 조심해야 된다. 소화전 앞에도 주차금지이다. 어디든 일찍 도착하면 주차할 곳은 여유 있으니 미리미리 가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운전하면서 휴대폰 사용 금지. 거치대를 두고 내비게이션을 보는 건 괜찮다.      


  하와이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살면 운전은 필수가 된다. 공부하면서 문득 힘들어질 때 10분만 가면 바다, 10분만 가면 산이 우리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노스쇼어나 동부 해안 드라이브를 휙 나가버릴 수도 있고 말이다. 이제는 차가 있어 참 고맙다. 다음에 차를 산다면 짐칸이 딸려 있는 자동차로 시도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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