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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석맘 지은 Oct 20. 2020

공포의 DMV

하와이 운전면허증 교환

  ‘주토피아’라는 애니메이션의 반전 캐릭터 나무늘보를 아시나요? 

  DMV(the Department of Motor Vehicles, 우리나라로 치면 운전면허 시험장)의 직원인데 엄청 느리다. 말도 느릿느릿, 행동도 느릿느릿, 웃는 모습도 한 참 뒤에 “하, 하, 하...” 속이 터진다. 마지막 장면에서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이 친구가 운전하는 반전 매력에 웃음이 빵 터졌다. 하지만 얼마나 일 처리가 더디면 나무늘보로 표현했을까? 하와이에서 DMV 방문 전에 겁부터 났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걱정이 되어서.      


  생각처럼 DMV 직원들이 게으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른 관공서는 칼같이 8시부터 문을 여는데 DMV는 7시 15분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새벽같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배려하지 않았나 싶다. 폭발적인 민원 수요에 비해 직원이 부족해서 처리 속도 자체가 나무늘보처럼 늦어지긴 했지만. 나는 그곳을 다섯 번이나 방문했다! 나에게 하와이 정착할 때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운전면허증 교환이라고 말하겠다. 물론 정확하게 알아보지 못한 나의 실수가 컸지만.     

 

  미국의 몇몇 주는 한국과 협약을 맺어 별도의 운전면허 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운전면허증을 교환, 발급해 주고 있다. 처음에는 혜택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섯 번이나 방문해 보니 차라리 시험이 낫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꼭 운전면허증을 받아야 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발급되는 1년 기한 국제 운전면허증으로 운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제 운전면허증은 운전 시 꼭 여권, 국내 운전면허증, 국제 운전면허증 모두 소지해야 해서 꽤 번거롭고 혹시라도 여권을 분실하면 곤란해지니 현지 운전면허증으로 교환하는 것이 편리하다.      

  운전면허증 종류는 두 가지가 있는데, 운전만 가능한 운전면허증이 있고 신분증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운전면허증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신분증으로 사용 가능한 운전면허증이다. 주류를 사거나 은행 등 업무를 볼 때, 병원이나 약국, 도서관 카드 만들 때도 사용하게 된다. 공원 입장료나 호텔비 등 쏠쏠하게 주민 할인 혜택(카마 아이나)을 볼 수도 있다. 자동차 보험에서도 현지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할인이 된다.

  가지고 있으면 정말 편리하지만, 5번이나 방문하게 되었을 때는 겨우 1년밖에 살지 않는데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만큼 가치가 있을까 싶긴 했었다.


  운전면허증 교환 발급받기 위해서는 여권, 비자 서류, 현지 주거지 증명 2개 이상(집 렌트 계약서, 은행이나 전기회사 등으로부터 받은 우편물 등), 한국 운전면허증, 한국 총영사관에서 발급한 운전면허증 번역 공증서, 사회보장국으로부터 발급받은 소셜 넘버 디나이얼 레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서류를 모두 갖추기 전, 방문 날짜를 예약하기를 권한다. 알로하 큐(https://alohaq.honolulu.gov)라는 정부 사이트에 가서 운전면허시험장 및 방문 사유 등을 클릭 한 뒤 시간, 날짜를 예약하면 된다. 온라인 예약은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기자가 많으면 2, 3달 뒤 예약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조금 먼 곳에 있는 면허시험장 일자도 확인해 보고, 예약을 해 놓고도 짬짬이 검색하다 보면 간혹 갑자기 예약 취소한 자리가 한 둘씩 나오기도 하니 참고하길. 사무실 입구에 있는 기계에서 당일 접수와 예약도 가능했다. 

  그렇지 않고 당장 교환이 필요하다면 이른 아침에 방문하는 방법도 있는데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당일 처리 인원이 다 차 버려 헛걸음을 할 수 있어 일단은 예약하기를 추천한다. 

  예약 날짜를 정하기 전에 비자 시작 일자를 잘 확인해 보아야 한다. 나는 비자 시작일 이전에 방문했다가 퇴짜 맞고 비자 시작일에 방문했더니 아직 전산상으로 확인이 안돼서 또 발급받지 못했다. 그다음에 다시 들렀을 때도 아직 전산상으로 확인이 안 되었다고 해서 결국 5번이나 방문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몇 시간을 기다렸다. 한국처럼 모든 전산이 빠르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비자 시작일 일주일 뒤쯤 가는 편이 좋겠다. 


  서류로는 한국 총영사관에서 발급되는 운전면허증 영문 번역 공증이 필요하다. 한국 운전면허증, 신분증을 가지고 방문하면 발급되고 비용은 4불, 현금만 받는다. 신청서는 미리 검색해서 작성하면 편리한데,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에서 직접 작성할 수도 있지만 영문 주소 등 갑자기 검색하고 작성하려면 땀깨나 흘리게 된다. 참고로 총영사관 민원 업무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이고, 하와이주 공휴일과 우리나라 공휴일 모두 쉬므로 방문 전 미리 확인하는 게 좋겠다. 

  그다음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에 방문해서 소셜 넘버 발급 불가 서류(Denial Letter)를 받아야 되는데 입구에 작성해야 하는 서류가 있다. 이때 모두 다 작성할 필요는 없고 맨 앞장만 작성하면 된다.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사무실 입구에 앉은 직원에게 Denial Letter 또는 Driver license라고 하시면 알아듣는다. 사회보장국에서 주는 서류에 주소가 들어가니 이때에도 주소 확인 서류는 필히 들고 가야 된다. 정착 초기에는 주소 서류를 늘 가지고 다니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된다.


  드디어 DMV 예약 날짜가 되면 예약 시간에 맞춰 가되 생각보다 오래 기다릴 수 있으니 따뜻한 카디건이나 시간을 보낼 휴대폰 충전을 가득하고 여유롭게 가야 스트레치 받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 당일 접수를 했는데 9시가 예정 시간이었지만 11시까지 줄어들지 않았었다. 항상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는 게 좋다. 

  서류 접수가 잘 되었다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사진까지 찍으면 마무리. 그 자리에서 프린트한 임시 운전면허증을 받게 되는데 6~8주 정도 지나면 주소지로 진짜 운전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접수할 때 우리나라 운전면허증에 구멍을 내는데 깜짝 놀랐다. 한국 가서 다시 발급받으면 되기는 하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무턱대고 방문하거나 서류를 잘 못 챙겨가면 애를 먹기 십상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니 서류를 꼼꼼히 잘 챙겨 한번에 발급받도록 하고, 혹시 모르니 한국에서 국제 운전면허증은 꼭 발급받아 오는 편이 안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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