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했다. 다정했다. (그런데 그것으로 될까...?)
5월 13일.
작은 소동이 있었다.
책소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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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플랫폼P
홍보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나라도 가서 응원해 줄 거야' 마인드로 갔는데 행사가 열리는 코스테이션 건물 입구는 활기찬 분위기였다.
행사에 대한 정보 없이 주말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도 '어, 이게 뭐지, 재밌겠다'하고 건물 안을 기웃거리게 만드는 와글와글함.
안녕. 내가 왔어요.
어떻게든 이 씬의 일부가 될 수 있어서 보람차군요. 그래서 바로 전 날 브런치에 부랴부랴 행사 소개하는 글도 올렸더랬지.
자 그럼 2층 북페어 행사장으로 두근두근 입장해 보자.
아니, 이렇게 멋진 공간이 있다는 거 왜 그동안 아무도 나한테 안 알려줌?? 이런 공간 조성하는 데에 내 세금이 쓰이는 거라면 난 환영 환영 대환영입니다?!
참고로 세금이 1도 아깝지 않은 또 다른 곳은 마포중앙도서관이다. 그런데 현 마포구청장은 이 중앙도서관의 도서 구입비도 대폭 삭감하고 이에 항의하는 도서관장도 해임했다지.
사실, 이 날 책소동 행사는 대체로 유쾌하고 친절하고 또 얌전했다. 난 그래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 방문자로서는 즐겁지만 이렇게 '얌전한' 행사로 세상을 향해서 과연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상대방이 지랄하면 나도 그에 응당한 지랄력을 갖춰야...
이렇게 '문화의 힘으로, 시민의 의지로 우리 함께 해요' 정도의 메시지로 과연 돈의 논리, 힘의 논리에 맞설 수 있을 것인가. 폭발력이 약해 보여서 못내 마음이 쓰였다.
그런데 이 날 행사의 취지 중 일부가 이 공간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소개하는 것이라면 그건 의미 있지 않을까. 보세요. 출판문화를 육성하기 위해서 이런 공간을 조성하고 운영하고 있어요. 이렇게 유의미하고 멋지게 잘 돌아가는 공간을 권력이 짓누르고 없애려고 하고 있어요.
후원의 마음을 한가득 안고 간 만큼, 사진도 열심히 찍고 롤링 페이퍼(?)도 열심히 쓰고, 무엇보다도 참여한 동네책방들 부스에서 책을 잔뜩 사가지고 왔다.
휴, 이번 달에 책 너무 많이 사대서 읽는 속도가 구매하는 속도를 도저히 못 따라가는지라 당분간 작작 좀 사자고 다짐했지만, 어쩔 수 없었네?? 응원을 하려면 돈으로 해야 하니까???
#동네서점
참여한 업체들이 제법 많아서 하나하나 다 소개하는 건 무리겠지만, 이번 행사 목록을 참고해서 향후에 하나하나씩 도장 깨기 하러 다 가봐야지!
책방에 놀러 가는 재미도 물론이지만, 이런 창작자 커뮤니티에 함께 하고 시민의 공간을 유지하는 데에 힘을 보태는 가게라면 꼭 알아두고 싶어.
#어랏오브동네책방페스타
이 부스에서 책 사다가 요즘 내 관심사인 '아릿 오브 동네 책방 페스타' 포스터를 봤다. 알고 보니 임시제본소 대표님 친구가 기획한 행사라고. 조잘조잘 수다 떨다가 페스타 참여 동네책방 지도 받아왔지롱. 현재 내 방 화장대에 붙어 있음.
어랏 오브 동네책방 | 어동페(@alot.of.bookfesta)
#레모출판사
#아니에르노
#프랑스문학
아니 에르노의 <젊은 남자> 프랑스어 원문이 수록된 이 오렌지 하드커버 에디션을 낸 곳이 바로 레모출판사였다. 안 그래도 벼르던 책인데 여기에서 만나다니 아니 구매할 도리가 없군요.
번역가 겸 대표님이 영업을 너무나도 찰지게 하셔서 <젊은 남자> 한 권으로 끝내지 못했다고 한다. 에르노의 <여자아이 기억> 그리고 델핀 드 비강 책들까지 다 집어 들고 말았다.
아, 정말이지 배운 덕후는 당해낼 수가 없다니까. 이 날을 시작으로 아무래도 앞으로 레모의 책들에 돈 깨나 쓸 예정.
#솜프레스
#배현정작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솜프레스. 이번 플랫폼P 사태(?)와 마포 책소동에 대해서 알게 된 계기가 바로 솜프레스 대표 배현정 작가 인스타를 통해서였다.
나 작가님 인사하고 사인 받으려고 솜프레스 월별 일러스트 달력 5월 페이지 챙겨갔는데 깜빡하게 차에 두고 내린 거지... 그래도 작가님하고 안면도 트고 인스타 팔로우도 트고, 하핫, 나름의 목적은 달성했다. 내가 작년 연말에 솜프레스 달력 많이 산 고객임도 어필함 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말하지만 최고의 응원은 돈으로 하는 응원...
이렇게 멋진 공간에서 다양한 동네서점들 구경하고 책도 사고 소소하게 럭키드로우와 워크숍들을 진행하는, 그런 다정한 행사였다.
그래서, 사실 마음속에 우려가 짙었다. 이 정도의 목소리로 되겠니. 조금 더 어그로(...)를 끌어야 하는 거 아닐까. 떡 하나라도 받아먹으려면 결국 울고 불고 떼쓰는 아이가 되어야 하는 이 세상에서 이런 자그마하고 친절한 대응으로 과연... 괜찮겠니.
하지만 그런 염려는 내려놓기로 했다. 이 공간을 지켜내고자 하는 창작자들이 선택한 방법을 존중하고 그저 응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멋진 공간이 있다니'를 알게 되고, 향후에 그 공간의 이름을 언급하는 기사들이 떴을 때에 그저 보아 넘기지 않고 '어라, 여기 그때 우리 다녀온 홍대입구 북페어 거기잖아'라면서 눈길 한 번이라도 더 주게 되기를.
아울러, 행사의 준비 과정에 대해서 훨씬 더 자세히 소개한 글이 있어서 여기에도 하나 붙여본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그렇게 다들 단합해서 우당탕탕 이런 행사를 만들어냈나 싶었는데 그 모습들이 생생하게 그려져서 재밌네.
마포에서 벌어진 우당탕탕 '책소동'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