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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양극성 정동장애, 조울증.

by 제나 Jenna

몇 차례의 우울과 무기력, 두려움을 경험한 뒤 나는 병원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은 삶을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상 생활이 불가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나의 변화를 눈치채고 왜 그런지 묻기 시작했다. “너 요즘 무슨 일 있어?”라는 요지의 질문에 현재 나의 상황을 대답하면 그들은 “맞아. 나도 그런 생각해.”, “나도 요즘 너무 무기력한데 너도 그렇구나?”, “남들도 다 그렇게 살더라.”라는 말이 돌아왔다.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며 산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지 않았다. 나와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웃으며 근황 이야기를 할 수 있지? 내가 정신력이 너무 약한건가? 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나는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삶이 힘들고 버겁지 않았다. 새벽마다 눈을 뜨는 게 무서웠고, 끔찍했고, 지쳤다.


결국 우울증이라는 자가 진단을 내린 후, 병원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병원행을 결심했을 때 나는 나를 내려놓았다. 꽤 긴 기간 동안 내가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었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정신적 고통의 정도가 심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렵사리 나의 상태를 인정한 뒤 나는 집 근처의 여러 병원을 검색했다. 의외로 주변에 정신과는 많았고, 그중에서 인테리어가 가장 깔끔한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병원 앞에서 나는 도저히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의 정신적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세 번을 문 앞에서 돌아갈까 망설이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진에서 본 이상으로 따뜻한 인테리어였다. 잔잔한 클래식, 뉴에이지 음악이 흘러나왔고 간호사 선생님은 친절했다. 어렴풋이 생각했던 하얀색 인테리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놀랐던 건 진료 시작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정신적 고통으로 힘들어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받지 못했던 공감과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진료는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무엇보다도 무기력으로 힘든 상황을 먼저 이야기하자 최근 과거부터 오래된 어렸을 때 과거까지의 이야기를 듣길 원하셨다. 그래서 띄엄띄엄 기억나는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했다.


나의 진단명은 ‘양극성 정동장애’. 다시 말해 ‘조울증’이었다. 보통 우울삽화 때 힘들어서 병원을 찾아오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울증의 사이 사이에 조증이 발생하는 조울증이 있을 수 있어 구분을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의 주기는 약 2년 텀이었고, 점점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치료를 하면 한결 나아질거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진료가 끝났다. 지금은 이 병을 받아들였고, 이 병이 완전히 낫지는 않았지만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고 약을 먹으며 노력하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많은 병에 걸리고 낫는다. 마음의 병도 그중 하나다.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병을 숨기고 애써 외면하지 말고 치료를 받았으면 한다. 무엇보다 병의 원인을 자신의 나약함에서 찾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숨 쉬고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삶의 무게를 지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매일의 삶이 버겁고 때로는 두려워서 피하고 싶지만, 이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힘겹게 혹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나의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늘 발견한 나

#조울증 #양극성 정동장애 #정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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