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는 왜 하필 아홉 켤레 구두를 두고 떠났을까. 내가 이래 봬도 대학 나온 사람이라고 말하던 그 사람은 구두만은 그렇게 반딱하게 닦아놓았다. "난 이제 아무도 안 믿어!" 하고 사라진 그의 심중은 무엇이었을까. 사람을 좋아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상처받고 마음을 닫는 데에는 순식간이다.
그 따위 이웃은 없다는 걸 난 똑똑히 봤다는 그의 외침은 사실 오해였다. 그의 눈앞에 있는 이웃이 바로 그가 마지막으로 희망하던 그 따위 이웃이었다. 나는 그 오해를 풀고 내 자존심을 자존감으로 바꾸려 시도라도 하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지금 나의 마음은 내 청춘을 갈아버린 대가로 받은 것이다. 그니까 말하자면 아홉 켤레의 구두만 남아있던 내게 누군가가 나머지 한 짝을 새 걸로 마련해 준 것이다. 한 쪽에는 구두를 신었지만 한 쪽은 맨발이라 굳은살이 박히고 물집이 잡혀있던 왼발 아래로 그 따위 이웃이 무릎을 굽히고 새 신발을 신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