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화

재회

by 제나랑


해주가 소환된 곳은 성수대교 중간 지점 그리고 그곳에서 난간에 올라 한강 쪽을 바라보고 울고 있는 한 남자


'응? 뭐야? 이 사람이 장 욱?

아까 이 대표가 말한 소속 작가 그 장 욱?

동명이인이겠지?'


해주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장 욱은 난간으로 올라가 순식간에 뛰어내린다.

당황한 해주는 망설임 없이 욱을 붙잡고 끌어올려 바닥에 떨어뜨린다.

"아직 1월이라 한강물 차가워."


"네?"


상기된 욱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다.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인데 당신이 생각하는 거, 그러기엔 물이 너무 차갑다고."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상관없잖아요. 그냥 가던 길 가세요."


"그치. 난 상관없는 사람이지, 아직은. 근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나? 아닌가? 왜 낯이 익을까?"


"본 적 없구요. 개수작 부리는 거 보니 당신도 정상은 아닌가 보네요. 근데 왜 반말이신지.."


"아, 한강에 뛰어들려고 한 마당에 반말이 중요해? 이상한 놈이군"


욱이 정신 차리려 눈물을 닦아내고 몸까지 돌려 해주를 본다.


그 순간 해주에게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기억 속의 장 욱의 얼굴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중종 이역의 모습에 해주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가..갑자기? 우는 거예요? 그쪽이 왜..왜 우는데요?"


당황한 해주는 급히 눈물을 닦아낸다.


"아니거든. 내가 왜 이런 식으로 당신 앞에 소환됐는지 조금은 알겠네. 나랑 어디 좀 가지?"


"어..어딜요?"


해주와 욱은 '신'에게 소환된다.


"그대가 날 가장 귀찮게 하는 존재인 건 아느냐?"


"죄송해요.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어쩔 수 없었어요. 이 사람 얼굴 좀 봐요~"


"정답을 스스로 알아보려는 노력은 안 하는 것이냐?"


"저는 주로 영혼 소멸을 담보로 계약을 하는데 이 사람은 다른 경우라구요. 그리고 이 사람이 왜 이역의 얼굴을 하고 있는지..."


해주의 말에 놀란 욱은 해주를 혼란스러운 얼굴로 바라본다.


"장 욱. 그대, 고된 삶을 살았구나. 그대는 기억하지 못하는 전생에 관한 이야기니라."


'신'은 욱에게 해주와 욱의 전생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고 해주에게는 무언으로 일관했다.


"그리구요? 저는요?"


"그건 그대가 깨달으리라."


"아니.."


해주와 욱은 성수대교가 아닌 욱의 작업실로 순간 이동 하였고 욱은 아직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얼떨떨하다.


"하...이 영혼을 저보고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저기요."


"저기 아니고 지해주."


"해주 씨, 오늘 일은 아무에게도 말 안 할 테니까 저 좀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작업하던 게 남아서요. 진짜 중요한 일인데..."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 보내주면 또 한강 가게?"


"아..아니요! 안 가요!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작업하던 게 남았다구요..."


"무슨 작업?"


"제가 시나리오를 쓰는데 아직 완성을 못했어요. 회사에선 이번 달까지 무조건 완성해야 영화로 만들 수 있다는데

제가 알기론 아직 투자도 못 받은 걸로 아는데 무슨 영화를 만든다고 이번 달까지 완성하라고 닦달해대는지 모르겠지만. 아무 튼요."


"그렇게 중요한 일인데 왜 무책임하게 죽으려고?"


"뭐라구요? 무책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함부로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지. 네가 네 인생을 함부로 하고 있잖아. 그래, 난 너에 대해 ㅈ도 모르지.

근데 네 인생이 ㅈ같다고 네 목숨까지 함부로 해도 된다는 건 아니야."


"그럼 어쩌라구요! 5살 때 아버지는 집을 나갔구요.

엄마는 지금까지 30년 동안 자기 인생 ㅈ같은 게 저 때문이라고 하고 지금까지 단 하루도 불행하지 않은 날이 있었는 줄 알아요?

꾸역꾸역 고등학교는 나왔는데 대학은 등록금 때문에 못 갔고요. 바로 일하느라 글 쓸 시간조차 없었어요.

군대 가서 처음 글 쓰기 시작했고 지금 회사는 작가가 아니라 스태프로 처음 입사해서 공모전 당선 되고 나서 대표님이 글 써보라고 하셔서 작가가 됐어요.

입봉은 어쩌다 보니 하게 됐는데 그 이후로 글이 안 써져서 후속작 하나 없어요. 3년 동안 글도 못쓰는 게 무슨 작가라고..."


"군대 가서 처음 글 쓸 때 어땠는데?"


"네?"


"군대 가서 처음 글 쓸 때도 불행했어? 공모전 당선 됐을 때도 불행했니?

대표님이 공모전 당선 될 너를 알아보고 스탭한테 작가 해보라고 권하는 게 아무런 배려 없이, 행운 없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입봉도 못하고 포기하는 작가들이 몇 명인지는 알아? 그것조차 너에겐 불행이야?"


해주의 말에 욱은 오열을 하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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