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화

인간이 악마다

by 제나랑


[일주일 후]


Briana를 다시 찾아간 해주


"우리 계약을 잊은 건 아니겠죠? 이제 대가를 치를 시간입니다."


"네? 버..벌써요? 저..저기...사..살려주세요."


"죽여주면 뭐든지 다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제 와서 자신의 목숨은 살려달라니...계약 위반입니다. 계약서 다시 보여드려요?"


해주의 손에 그녀의 계약서가 나타나고 그녀의 눈앞으로 내민다.


"시..싫다면요? 계약..위반? 그딴 거 모르겠고 전 죽..기 싫어요. 이제야 살만해졌다구요!"


그녀의 뻔뻔한 태세전환에 해주는 한숨을 쉰다.


"계약서 자세히 안 봤네. 어쩔 수 없지."


계약자가 계약 사항에 따라 영혼 소멸이 되면 '신'에게 소환되어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따라

천국 혹은 지옥을 판결받거나 환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위반하고 영혼 소멸을 거부한다면 계약자는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으로 여지없이 바로 소환된다.


그녀는 그녀의 새아버지가 생전에 자신을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주 사냥총을 그녀에게 겨누곤 했는데

그로 인해 총에 맞아 죽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고 불의지옥으로 끌려가 오랜 기간 동안 고통받다가 끝내 저승사자가 총으로 그녀를 향해 겨누며

총알이 날아가 그녀의 이마에 박히는 순간, 끔찍한 고통 속에 결국 소멸되고 말았다.


"그러게 계약서를 잘 보라니까"


[다시 2023년 현재]


HS 필름 대표와의 식사 약속이 있는 [블루문] 안의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자, 대표가 레스토랑 전체를 예약해 놨는지

손님은 아무도 없고 창가 쪽에 대표만 앉아 있다.

해주를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해주에게 악수를 청한다.


"안녕하십니까, 이 찬 입니다."


"안녕하세요. 지해주입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대표가 미리 메뉴를 주문해 놨는지 에피타이저와 와인부터 서빙하는 종업원들


"평소 자주 드신다는 코스로 미리 예약했는데 괜찮죠?"


"네..뭐..."


"결혼은..안 하세요?"


"하...대표님, 그런 형식적이고 진부한 질문 하자고 저랑 밥 먹자고 하신 건 아닐 텐데요?

서로 바쁜 사람들인데 용건만 간단히 하고 일어나시죠? 제가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상관 마시고"


"아...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이 식사 자리의 궁극적인 목적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다름이 아니라, 지 대표님이 호텔 쪽일 외에도 영화, 드라마 관련 투자 사업도 하고 계신다고 들어서요."


"네. 사업이라고 할 것까진 없고 그냥 시나리오든, 대본이든 좋은 작품 있으면 제작 과정에서 투자하고 엔딩크레딧에 이름 올리는 정도죠, 뭐."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세요. 그럼 그 사업을 확장시킬 생각은 없으세요?"


"아직은 없어요."


"그럼 그 투자 아직도 하시나요?"


"네. 좋은 작품 있다면요."


이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비서에게 건네받은 태블릿 PC를 해주에게 건네며 말한다.


"저희 회사에 실력 좋은 시나리오 작가가 있는데..아, 입봉은 했구요! 그 친구가 지금 쓰고 있는 시나리오인데 읽어봐 주실 수 있나 해서요."


해주는 태블릿 PC 속 시나리오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화를 이어간다.


"쓰고 있다구요?"


"아! 일정에 차질 없이 반드시 완성시키겠습니다!"


"시놉시스 말고 지금까지 나온 미완성본 먼저 보고 결정해도 되나요?"


"아! 네! 물론이죠! 대표님 명함에 있는 메일로 보내드리면 될까요?"


"네. 정 실장님이 저에게 전달해 주실 겁니다. 그 작가님 이름 알 수 있을 까요?"


"장 욱 입니다. 외자. 93년생이고 3년 전에 [영혼]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입봉 했습니다.

자세한 프로필은 시나리오와 함께 첨부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검토 후에 정 실장 통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불편했던 식사가 끝나자마자 해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로 향했다.


"정 실장님, 이 대표에 대해서도 좀 알아봐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해주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또다시 사람들의 절박한 기도들이 들리고 눈을 감으며 집중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영혼이 소환되는 것이 아니라 해주가 영혼이 있는 곳으로 소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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