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도 실수를 한다
[2023년 현재]
정 실장이 해주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네. 대표님"
"정 실장님, 오늘 일정 뭐죠?"
"HS 필름 대표님과 점심식사 일정 있으십니다."
"하...너무 싫어. 난 인간이 너~무 싫은데 심지어 밥을 같이 먹으라고? Shit. 생각만 해도 토할 거 같은데~"
"제가 대표님을 모신 지 이제 10년째인데 처음 뵀을 때는 이 정도 아니셨던 거 같은데..혹시 저 모르는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 겁니까?"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인간의 가장 나약하고 추악한 모습을 14년 동안 보다 보니 그런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죽이고 싶은 인간이 있어도 계약자가 아니면 생사에 관여할 수 없고,
내가 먼저 계약을 제안할 수도 없는 규정 때문에 어떤 새끼를 어쩌지 못하고 지켜만 봐야 했던 게 트리거가 된 것도 있고..
하...또 생각하니까 빡치네. 개새끼."
"아...HS 그룹 장남..그 분 말입니까?"
"그분?"
"그 새끼."
정 실장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 끄덕이는 해주
[해주가 26살 때]
해주는 캐나다 명문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자마자 양아버지 소유의 호텔에서 호텔리어 인턴쉽 6개월, 계약직 1년, 정규직 1년을 일하다가 양부모님의 투자로
작은 호텔을 지어 경영을 시작했고 2년 만에 양부모님께 투자금을 갚아드리고 주식 상장에, 확장까지 승승장구하다가 4년 전 지금의 [블루문]을 지었다.
우연히 HS그룹 장남 이경모가 친구들과 여행차 캐나다를 방문해 해주가 정규직 호텔리어로 일하고 있던 호텔에 묶게 되었고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해주가 하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서로 호감을 갖고 있던 중 남은 여행기간 동안 매일 데이트를 하며 사랑을 키웠고
그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호텔에 머물며 해주와 1년간 만났지만 해주 인생 최악의 남자였다.
처음엔 해주를 제외한 모두를 하대하다가 몇 개월 지나면서 은연중에 해주마저도 하대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 시작했고,
자신의 운전기사를 거슬리게 했다는 사소한 이유로 폭력을 일삼고 매주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었으며,
마약, 대마초가 유일하게 꾸준히 지속하는 취미 중 하나일 정도였다.
그러다 해주는 만나기 전부터 만나던 6년 된 여자친구가 한국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자신과 양다리였던 사실도 어이가 없었지만
외진 곳에 있는 외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해주와 다투는 도중 한국에 있던 여자친구가 캐나다까지, 심지어 그 들의 차량 앞까지 찾아와
울고불고 매달리자 귀찮다는 듯 그대로 그녀를 차로 치어 죽였다.
의도치 않게 살인을 목격하게 된 해주는 자수하고 유가족에게 사죄하라는 해주의 말에 각종 폭언을 퍼부으며 외면했고,
그를 벌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뭐든 해보려 유가족도 찾아갔지만 이미 HS그룹에서 수천만 원을 주고 합의한 뒤였다.
계약자가 없는 상황에 해주가 제안할 수 없고, 피해자와 똑같이 해주고 싶어도 계약이 아닌 개인적으로 인간의 생과 사에 관여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그에게 시간, 감정을 낭비하는 것이 과연 자신을 위한 일이냐는 '신'과 정 실장의 설득에 하려던 일이 무엇이든 참아야 했던 해주
하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정 실장도,
아무도 모르게 이경모를 찾아갔고 클럽 프라이빗 룸에서 마약을 하다가 해주에 의해 아무도 없는 지하실로 소환당했고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에 그를 벽으로 던진 해주
"너 같은 인간들은 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거지?!"
"너..너..너 모야..."
"모긴 모야. 쓰레기 분리 수거 하러 온 악마지.
아 ㅅㅂ...아무리 생각해도 왜 내가 너 따위 때문에 잠 못 자고 괴로워해야 되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왔으니까 딱 죽기 직전까지만 맞자."
해주는 그의 말을 듣기도 전에 그를 사방으로 계속해서 던졌고 일어날 힘도 없어 신음소리만 내뱉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에게 가까지 다가가 그의 가슴 위를 발로 지긋히 힘주어 밟는다.
그는 고통스러움의 소리는 지른다.
"평생 피해자, 유가족 그리고 나한테 속죄하면서 고통스럽게 살길 바란다. 이 개새끼야."
그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그의 기억을 지우는 것까지 잊지 않고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온 해주
목격한 사람도 없고 CCTV도 삭제했으니 문제 될 게 없지만 유일하게 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단 한 사람.
해주를 결국 소환한 '신'
"그렇게 말렸거늘. 내 말을 거역한 것이냐."
해주는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신'께 용서를 빌었다.
"잘못했습니다. 그 새끼 때문에 내 시간, 내 감정을 낭비하는 것이 나를 위한 길인지를 명심하라고 하셨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일로 스트레스받고 잠 못 이루느니 어떻게든 푸는 것이 나를 위한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흠...규정 대로라면 넌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물에 빠져 죽는 것이니 물에 빠져 죽기 직전에 소멸되어야 하지만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 이번 한 번은 넘어가겠노라.
단, 아무런 처벌 없이 넘어가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니 1년 간 순간이동 능력을 제한하겠노라. 의의 있느냐?"
"...없습니다."
"좋다. 가보거라."
이 날 이후 이경모는 영문도 모른 채 3달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이유 없이 우는 일이 많아졌다.
피해자, 유가족, 해주를 생각하면 기억 속의 자신이 했던 행동들과는 달리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나고
비슷하게 생긴 여자만 봐도 본능적으로 피하게 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