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화

악마도 누군가를 수호한다

by 제나랑


한참을 오열하던 욱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해주


"많이 힘들었겠네...이렇게 살아 있느라...고생했다...그러니까 살아...너를 위해 살아...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말고 너 자신을 위해서...너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건 네 자신 밖에 없어...너를 불행하게 하는 것도 너 자신이고...

다른 사람 때문에 불행하고 ㅈ 같은 인생 때문에 불행한 거 같아도 그 ㅈ 같은 인생 바꿀 수 있는 것도 너 자신 밖에 없어...

네가 네 자신을 사랑해 주고 아껴주면 ㅈ 같은 불행이 닥쳐오려다가도 더 ㅈ 같은 인간에게 옮겨가는 거야...불행은 감기 같은 거라고...

감기가 나을 때쯤 다른 사람에게 옮기고 너는 낫는 것처럼..."


해주의 진심 어린 말에 정신 차리고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켠다.

그러다 문득 해주를 보는 욱


"근데..계속 거기 계실 건가요?"


"하, 참나~ 정신 차리게 해줬더니 이젠 꺼져라?"


"아니, 저..저 그런 말 안 했는데요. 이제 가셔도 돼요."


해주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젓는다.


"아냐, 안 되겠어. 너 그 작품 완성할 때까지 내 바운더리 안에 있어. 그래야 안심이 될 거 같아."


'작품은 둘째치고 내가 곁에 없던 이역의 삶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 무슨 방법이 있겠지.'


"그..그게 무슨..."


해주는 욱의 손을 잡으려다 거두고는 다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순간이동 한다.


'손은 아무래도 좀...그래, 살짝 닿는 걸로 괜찮잖아?'


해주의 사무실에 도착한 두 사람

너무 놀라 숨까지 참고 있던 욱이 숨을 몰아 쉰다.


"후...하...여기가..어디에요?"


"뭐 하러 숨까지 참아? 그런다고 숨이 멎을 거 같아?"


"아니...그게 아니라..."


"여긴 내가 운영하는..아니 지해수가 운영하는 호텔 안 내 사무실이고 넌 악마의 방에서 글을 쓰게 될 거야. 시나리오가 완성될 때까지."


"네? 악마..의 방이요?"


해주는 책장 너머의 방으로 욱을 데려간다.

카페 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광활한 공간이 있고

가장자리를 둘러싼 책장엔 한 칸 한 칸 빼곡하게 각기 다르게 생긴 머그잔에 각 영혼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중엔 [김현숙] 계약자가 마시던 머그잔도 진열되어 있지만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욱도 해주를 따라 안으로 더 들어오자 창가 쪽에 책상과 그의 노트북 그리고 수첩들이 옮겨져 있다.


"더 필요한 거 있음 말해. 갖다 줄게."


"근데 여긴 뭐 하는 데에요? 그냥 평범한 카페처럼 보이지는 않는데..이렇게 많은 머그잔들도 그렇고..."


"쉽게 말하면 나는 본캐가 악마고 부캐가 지해수야. 악마는 하루 한 번 가장 간절하고 나약한 영혼의 기도 소리를 들어.

그 영혼과 이곳에서 계약을 하고 계약이 성사되면 난 그들이 가장 간절하게 소망하는 걸 이루게 해주지.

그 대가로 일주일 뒤 그 영혼을 소멸시킨다. 악마와 손을 잡으면 대가는 반드시 따르는 법이니까.

계약할 때 내가 직접 제조한 음료를 저 머그잔에 제공하는데 각 영혼들이 다른 것처럼 다 다르게 생겼고 영혼이 소멸되면 저렇게 그 영혼의 이름이 새겨지지.

아무도 그들을 기억해주지 않지만 내가 기억하기 위해서. 영혼이 소멸되면 그 존재자체가 사라져 버리거든.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잔인한 일을 하시네요..."


"그치...지금까지는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하라고 하니까 해왔거든? 근데 이제야 '신'의 뜻을 알 것도 같네."


"그게 뭔데요?"


"너. 이렇게라도 널 보라고 '신'이 다 계획하신 거였어. 비록 다른 영혼으로 환생했지만...널 수호하라고..."


"저...근데 작업은 그렇다 치고 잠은 집에서 자도 되죠?"


"아니, 잠만 자고 나온다고 집 갔다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넌 시나리오 완성 될 때까지 여기서 못 나간다니까? 나 없이는?"


"네? 아니..."


"네 책상 옆에 문 하나 보이지?"


해주는 창가를 등지고 있는 책상 오른쪽으로 보이는 문을 가리킨다.


"저거 열어봐."


욱이 해주가 가리키는 문을 열자 또 다른 공간이 나타난다.


침실은 욱의 방을 옮겨놓은 듯하지만 침실을 나서니 욱의 집과는 다른 오피스텔이 나온다.


"어리석은 짓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괜히 힘만 빼지 말고 작업에나 집중해. 알았어?"


욱은 한참을 집 구경 하랴 상황 파악 하랴 정신없이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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