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눈물
석범과 저승사자가 사라지고 난 후, 해주는 부상을 입은 옆구리가 그제야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쓰러진다.
[밴쿠버 병원]
해주는 응급실로 실려가 상처를 봉합하는 치료를 받고 링거 주사를 맞으며 누워있고 의식을 찾으면 상태를 지켜보자는 말을 남기고
급하게 응급실로 들어오는 응급환자를 보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 의사
모두 해주가 의식을 찾아 깨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집 밖에서 결투를 시작했기에 해주의 양부모님에겐 이환이 석범이 강도였고 제압하는 과정에서 해주가 부상을 입은 걸로 설명을 했고
덧붙여 해주의 지인이라는 말로 문을 열어달라고 하면 절대 열어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욱은 침대 옆에 있는 간이의자에 앉아 해주의 손을 잡는다.
해주는 손에서 느껴지는 촉감에 서서히 눈을 뜨고 옆구리 부상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밀려와 고통스러워하자 이환이 간호사를 호출했다.
잡은 손이 어색해져 둘 다 놀라며 손을 놓는다.
간호사는 진통제 주사를 링거 주사와 바꿔서 달아줬고 10분 정도 지나자 통증이 가라앉는 듯했다.
시간이 흘러 의사가 다시 와서 해주의 상처 부위를 드레싱 하면서 드레싱 하는 법과 실밥 뽑으러 오는 날을 안내했다.
이환은 해주의 퇴원 수속을 마치고 병원 내에 있는 약국에서 드레싱 약품도 받아서 나온다.
본가로 돌아오자마자 해주는 방으로 올라갔고 거실 소파에 모여 앉았지만 역시나 서로 말이 없는 나머지 네 사람
방으로 들어온 해주는 통증 때문에 천천히 침대에 눕는다.
(인빈시블 능력이 제한당하니까 힐링 능력도 제한된 건가?
으...ㅈㄴ 아프네...후...능력이 제한되자마자 이런다고?)
누운 채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석범 생각에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흐른다.
이환은 해주가 걱정되어 2층으로 올라가는데 해주의 흐느끼는 소리가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고 멈칫한다.
그래도 몸을 돌려 조용히 계단을 내려온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울던 해주는 지쳐 잠이 들었는지 조용하다.
해주의 방문 앞에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욱이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해주가 일어났는지 씻는 소리가 나고 그 소리에 욱은 동요 하다가 주방으로 향한다.
"(영어) 죄송한데..제가 영어를 잘 못해서...혹시 차..."
해주의 양어머니는 웃으며 티포트와 얼그레이, 머그잔을 꺼내어 얼그레이 차를 끓여준다.
욱은 잘 우러난 얼그레이 차를 머그잔에 옮겨 담고 해주의 방문 앞에 서서 기다린다.
해주는 씻고 옷까지 갈아입고 나와 머리를 말리는 중이다.
드라이기 소리가 멈추자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는 욱
"네."
"저 욱이요. 들어가도 돼요?"
"들어와."
욱은 해주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 머그잔을 해주에게 내민다.
"얼그레이 차예요. 진정 효과에 좋다고 해서..."
"고마워."
드라이기를 내려놓고 머그잔을 받아 드는 해주
"어..제가 머리 말려 줄까요? 그동안 천천히 마셔요."
해주가 당황한 듯 욱을 바라보자 욱은 드라이기를 들어 해주의 머리를 조심스럽지만 야무진 손길로 말려준다.
"많이 해봤나 봐?"
"네? 아뇨. 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데요? 짝사랑만 했지..."
"뭐? 진짜야? 서른에 모태솔로라...뭐, 그럴 수 있지."
"제가 문제인 건지. 늘 짝사랑하다가 고백하면 차이고..."
"외로웠겠네..."
의외의 말에 놀란 욱은 드라이기를 멈춘다.
"네?"
"외로웠겠다고. 악마인 나도 독수공방은 심심하던데..."
"아..뭐..네..."
"남편도 그렇고 조카도 그렇고, 둘 다 내가 가장 그리워했고, 만나고 싶어 했고, 누구보다 믿었던 사람들인데 내 기억과는 다른 행동을 하니까...
순간 내가 지금은 채경이 아니라 악마라는 사실을 까먹었어. 14년 동안 소멸시킨 인간이 몇 명이고, 그렇게 인간들을 경멸해 왔으면서...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악마로서의 임무 수행에만 집중해 왔는데..."
"악마이기 이전에 신채경이라는 인간이었잖아요. 처음부터 악마로 태어난 게 아니니까...형편없이 멍청하고 한심한 인간들만 보다 보면 누구나 그렇죠.
근데 그들은 남편이었고, 조카였으니까 그때의 감정이 다시 되살아난 거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아봐야겠지만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너무 애쓰지 마세요.
같은 상황일 때 모두가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죠. 잘못은 그들이 했고, 사정이 뭐였든 대표님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됐어요. 제가 보기엔 그들이 악마 같아요.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대표님 탓이 아니에요."
욱의 진심 어린 위로에 다시 눈물이 나 고개를 떨구는 해주
욱은 조심스럽게 해주의 고개를 자신의 가슴팍 쪽으로 당긴다.
계속 눈물을 흘리는 해주의 어깨에 손을 올려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