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죽음과 삶의 경계선

by 제나랑


석범은 칠흑 같은 어두움이 드리우는 저녁때가 된 후 움직이지 시작하고 어둠 속에서 그의 눈은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러면서 그의 모습은 회춘하여 30대로 변했고 천천히 해주의 집 앞으로 걸어갔다.

문에 달린 고리 장식을 두드리며 노크를 한다.

해주의 양아버지가 문을 열고 방법창 너머로 보이는 석범에게 인자한 얼굴로 인사를 한다.

"(영어) 누구신지요? 어떻게 오셨어요?"

"(영어) 해주 있나요? 대학 동창인데 오랜만에 본가 왔다고 해서 얼굴 보려고 왔어요. 아버님이시죠? 안녕하세요~"

"(영어) 아, 그래요? 해주 불러줄게요. 잠깐만요~"

"(영어) 밖이 좀 추운데 일단 들여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영어) 아, 그래요. 일단 들어와요~"

양아버지는 의심 없이 방범창까지 열어 석범을 거실 소파로 안내했고 2층으로 올라갔다.

해주는 대학 동창이라는 소리에 불안함을 느꼈다.

어머니가 책을 보시던 방에 아버지를 들여보내며 방문을 단단하게 걸어 잠갔다.

방에서 시나리오 작업 중이던 욱에게도 문을 잠그라고 문자를 보냈고 이환이 어디 있는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1층 거실로 숨죽여 내려가는 해주

거실 소파에 다리를 꼰 채로 뒤로 기대어 있던 석범을 발견하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고모? 오랜만이야? 얼굴 좋아 보이네?"

반가움도 잠시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해주의 뼈마디를 짓누르는 듯했다.

해주는 석범 몰래 등 뒤에서 검을 뽑으려 했지만, 석범은 손짓 하나로 주변에 어둠의 힘이 모여들었다.

"석범아, 여기 어떻게 왔니?"

"흠...날아서? 내가 고모 만나려고 450년을 죽음의 숲에서 어떻게 이승으로 왔는지 알면 까무러칠 텐데"

"출가한 후로 통~ 집에 오지 않아서 걱정하고 보고 싶었다. 어떻게 지낸 거니? 젊어 보이는데...어쩌다가..."

"내 부모를 죽여놓고 내 생사가 궁금해?"

"석범아, 그건..."

"당신은 내가 출가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날 돌봐줄 유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

우리 가문은 당신이 아니었으면 반정 세력이든 뭐든 파괴되지 않았을 거고 명예도 물거품이 되는 일은 없었을 거야.

당신의 손에 자라면서부터 난 부모님의 비극, 그리고 중종과 당신의 책임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남는 건 증오뿐이더군. 하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어 버렸고 당신을 따라 죽는 건 또 내 인생이 아깝더군.

내 수명까지 살다가 죽고 나서 당신이 환생했다는 걸 알았고 무슨 자격으로 당신이 환생한 건지,

그런 능력들을 가지고 불사의 인생을 살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고 화가 나. 죽음으로 당신이 모든 것은 책임져라."

석범 뒤로 모여든 짙은 그림자 같은 어둠의 힘이 해주를 향해 공격을 시작한다.

어둠의 검이 해주의 손에 나타나고 꽉 쥔 채 휘두르며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했고 해주는 빠른 움직임과 민첩한 검술로 어둠의 힘을 공략하고,

움직임을 제압했고 석범의 공격과 방어를 꿰뚫었다.

석범은 해주의 공격에 피할 틈도 없이 당하고 말았다.

석범은 해주의 실력에 당황했지만 분노와 결의로 가득 차 해주에게 맞서기 시작했다.

석범의 검은 어둠의 힘을 받아 한층 강력해졌고 강인한 의지를 발휘하며 해주를 밀어붙였다.

석범은 분노와 절망의 표정으로 해주를 향해 소리치며 마지막 반격을 시도했고 그의 공격은 강력하고 예측불가능했다.

해주는 석범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을 가하기 위해 모든 기술을 동원했다.

그러다 석범이 휘두른 공격에 갈비뼈 아래쪽 옆구리에 부상을 입고 잠시 주춤하는 순간 이환이 어디선가 나타나 해주에게 향하는 공격을 막아낸다.

마침내 해주는 이환의 도움을 받아 석범에게 결정타를 가해 승리를 거두었다.

석범은 고개를 숙이며 패배의 고뇌에 빠졌고 그대로 주저앉으며 뒤로 넘어가, 대자로 누워버렸다.

해주는 악마의 힘을 억누르는 데에 성공했다.

"동생과 매부 일은 미안하다. 그래, 네 말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또한 책임이 있다면, 그렇게 네가 자라는 동안 느꼈다면 내가 미안하다.

소멸되기 전에 이것만 알아줘. 궁에서 쫓겨나고 4살이었던 널 처음 봤음에도 널 지킨 거, 17살 때까지 누구보다 아끼며 키운 거,

네가 출가한 후에도 널 기다리고 그리워했던 날들도, 모두 진심이었다. 지금은 아주 먼 날들이지만 그것만큼은 잊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승사자가 나타났다.

"김.석.범. 1502년 11월 17일생. 본인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김.석.범. 김.석.범. 김.석.범."

저승사자가 석범의 이름을 세 번 부르자 저승사자와 함께'신' 앞에 소환되어 심판대에 오른다.

죽은 모든 자들이 처음 가는 초반지옥, 강력범죄자가 가는 독사지옥, 산 목숨을 죽이는 죄인이 가는 등활지옥,

도둑질을 하고 사악한 의견을 설법하거나 자살하는 사람을 돌보지 않은 이가 가는 흑승지옥,

살인과 도둑질 그리고 사악한 음행을 한 죄인이 가는 중합지옥,

거짓말과 사견 등으로 남을 속이고 착한 사람을 더럽힌 죄인이 가는 대초열지옥,

성범죄를 저지른 죄인이 가는 풍도지옥, 그리고 7단계 지옥을 통과하지 못한 자가 가는 후반지옥까지 있으며,

후반지옥을 제외한 7단계 지옥을 각각 7일씩 49일 동안 심판을 받게 된다.

혐의에 따라 '신'이 판결을 하게 되고 판결 결과에 따라 '신'이 정한 지옥에서, '신'이 정한 년수만큼 수감되어 고통받다가 그 이후에 소멸된다.

바로 소멸되고 싶다고 해서 망자가 바라는 대로 바로 소멸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다.

석범은 악귀가 되어 450년간 구천을 떠돌며 살생을 주저하지 않았기에 중합지옥 450년을 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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