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 토닥

[나무 같은 사람]

by 제나랑


20대 때까지는 이상형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뚜렷한 대답을 할 수 있었어요.

우직하고 듬직하며 체격이 좋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나무 같은 사람, 잘생긴 얼굴,

큰 키, 겉모습만 화려한 사람이 아닌, 마음이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 내가 기댈 수 있는

그런 나무 같은 사람이요.

근데 서른이 넘으면서부터 그런 이상형이

의미가 있나 싶고, 나무 같은 사람인 줄

알고 만나도 거짓말할 수 있고, 속이고

상처를 줄 수 있는 게 사람인데, 나무 같은

사람이라고 다를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이상형

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무 같은 사람을 기대하면서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괜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닌지,

그 요구를 다른 사람에게 하기 이전에 과연 나는

그런 나무 같은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과연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나무처럼 기댈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줄 수 있을까요.

솔직히 아직은 자신이 없네요.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데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에게

요구할 수 있을까요.

지금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나부터 그런 나무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겠죠.

그래서 그 나무 같은 사람이 되는 건 어떻게 해야 하고,

뭐부터 해야 하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러다 30대 중반이 지나고 있고, 사람을 대하는 게,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워지면서 혼자가 더 편해지고,

점점 귀찮아지네요.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구요.

꼭 연애를 해야, 결혼을 해야 행복한 것도 아닌 거

같고, 내가 사무치게 외로움을 느끼는 게 아니라면

그게 반드시 나에게 필요한 건 아니지 않을까…

그럼 조금 더 내가 나무 같은 사람이 되는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나무 - 나태주>

너의 허락도 없이

너에게 너무 많은 마음을 주어버리고

너에게 너무 많은 마음을 뺏겨버리고

그 마음 거두어들이지 못하고

바람 부는 들판 끝에 서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슬퍼하고 있다

나무 되어 울고 있다

<길 위에서 - 신해철>

차가워지는 겨울바람 사이로 난 거리에 서 있었네

크고 작은 길들이 만나는 곳 나의 길도 있으리라 여겼지

생각에 잠겨 한참을 걸어가다 나의 눈에 비친 세상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었지

무엇을 해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알 수는 없었지만 그것이나의 첫 깨어남이었지

난 후회하지 않아 아쉬움은 남겠지만

아주 먼 훗날까지도 난 변하지 않아

나의 길을 가려 하던 처음 그 순간처럼

자랑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고 싶지 않은 나의 길

언제나 내 곁에 있는 그대여 날 지켜봐 주오

끝없이 뻗은 길의 저편을 보면 나를 감싸는 두려움

혼자 걷기에는 너무나 멀어 언제나 누군가를 찾고 있지

세상의 모든 것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고

삶의 끝 순간까지 숨 가쁘게 사는 그런 삶은 싫어

난 후회하지 않아 아쉬움은 남겠지만

아주 먼 훗날까지도 난 변하지 않아

나의 길을 가려 하던 처음 그 순간처럼

자랑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고 싶지 않은 나의 길

언제나 내 곁에 언제나 내 곁에 있는 그대여

날 지켜봐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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