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뽑기 1. 감칠맛에 대해 이해하기.
일본 요리에서는 다시를 ‘뽑는다’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맛은 나오지 않도록 해, 우리가 의도한 맛만 골라 뽑아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의도한 맛 만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식재료의 특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다시의 맛은 인간이 느끼는 5가지 맛(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중 감칠맛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감칠맛을 내는 성분은 글루타민산 (다시마), 이노신산 (가쓰오부시), 호박산(조개), 구아닐산(건표고)으로, 각각 다른 감칠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각각 단독 식재료에서 나오는 감칠맛보다 두 가지 이상의 감칠맛 성분이 결합 시 감칠맛이 배 이상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맛의 상승효과'라고 하며, 이를 위해 가쓰오부시 다시를 뽑을 때 다시마 다시와 합쳐 만듭니다. (다른 종류의 다시를 뽑을 때에도 맛의 상승효과를 고려해 다시마와 함께 뽑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 요리에서 자주 활용되는 다시는 멸치 다시, 다시마 다시, 가쓰오부시 다시 (1번다시, 2번 다시)가 있는데요, 각 식재료의 특성에 맞춰 다시를 뽑아야 잡미가 섞이지 않은 깔끔한 다시를 뽑을 수 있습니다. 각 재료별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① 다시마 다시 (글루타민산)
다시마는 찬물에서 감칠맛이 나오는 식재료로, 찬물에 5~6시간 이상 담가 놓으면 우리가 원하는 감칠맛은 모두 얻을 수 있습니다. 너무 오래 담가 놓을 경우 진액이 나와 요리가 지저분해질 수 있으니 너무 오래 담가 두지는 않도록 합니다. 분량의 물에 다시마를 넣고 냉장고에 넣어두면 끝! 아주 간단하죠.
찬물에 담가 둘 충분한 시간이 없을 경우 냄비에 물과 분량의 다시마를 넣고 불에 올려 약 60℃의 온도를 유지한 채로 약 30분 정도 끓여 완성합니다. 다시마를 높은 온도에 노출시킬 경우 잡미가 빠져나오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일본요리를 다루고 있는 다양한 책들을 보면 다시마를 함께 넣고 끓이다가 끓기 직전 다시마를 꺼내라는 지침이 많이 있습니다. 이는 다시마에서 잡미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 다시마 선택/ 보관법
• 두께가 두껍고 넓으며 광택이 나는 것이 좋습니다.
• 일본산의 경우 리시리(利尻), 라우스(ラウス)라는 북해도산 다시마가 양질이라고 합니다.
• 저는 우리나라의 백령몰 돌 다시마를 사용합니다.
• 다시마는 냉동 보관하시는 것이 가장 좋고, 한번 포장을 뜯고 나면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밀봉해 실온에 보관해 주시면 됩니다.
② 멸치 다시 (이노신산)
건 멸치도 찬물에서 감칠맛이 나오는 식재료입니다. 건 멸치 사용 시, 머리와 내장을 빼내고 사용하며 찬물에 6시간 이상 담근 후 그냥 사용하거나, 한번 살짝 끓여 맛을 우려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감칠맛 상승을 위해 다시마와 함께 찬물에 담근 후 사용하면 됩니다. 멸치 다시에 보리 미소를 넣어 미소 된장국을 끓이면 구수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③ 가쓰오부시 다시 (이노신산)
가쓰오부시 다시는 일본 요리에서 가장 자주 활용되는 다시로, 이 다시를 제대로 내면 대부분의 요리를 완성도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가쓰오부시는 높은 열에 노출 시 생선 비린내가 나므로, 적정 온도 이상 가열하면 안 됩니다. 다시마 다시를 불에 올린 후 약 85℃가 되었을 때 불을 끄고 가쓰오부시를 넣은 후, 약 2~3분 후에 걸러내면 되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걸러낼 때 가쓰오부시를 꽉꽉 짜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수분을 흠뻑 머금은 가쓰오부시를 짤 경우, 비린내 나는 다시로 완성됩니다. 오랜 시간 뜨거운 물에 노출되어도 필요 이상의 맛 성분이 나오니 가쓰오부시를 넣은 후 오랜 시간 방치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기억해 주세요.
첫 번째로 뽑아낸 가쓰오부시 다시를 1번 다시라고 하며, 1번 다시에 사용했던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냄비에 넣은 후, 물을 부어 한번 끓여내는 다시를 2번 다시라고 합니다. 2번 다시의 경우 당연히 생선 비린내 등이 나므로, 조미료의 맛이 강한 조림요리 등에 넣어 사용하면 됩니다.
이렇게 뽑아낸 다시는 냉장고에서 3~4일 정도 보관 가능한데요, 다시의 향은 시간이 갈수록 증발하므로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드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냉동 시 10일까지 보관 가능합니다.
※ 가쓰오부시 선택/ 보관법
• 토사(土佐)지역의 혼 부시(本節) 또는 메지마구로(다랑어 새끼)의 혼부시가 좋습니다.
• 질이 좋은 다시를 우려낼 때는 오부시(등쪽살로 만든 부시)가 적당 합니다. 메부시(배쪽살로 만든 생선포)는 지방이 많아 맛이 떨어진다고 해요.
• 다시로 사용할 가쓰오부시는 전체적으로 크게 썰린 것을 사용하세요. 너무 자잘하게 썰린 가쓰오부시는 고명용으로 적합합니다. 자잘한 가쓰오부시를 다시에 사용 시 잡미가 순식간에 빠져나오므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 가쓰오부시는 한 번 다시를 낼 만큼 소분하여 냉동 보관하시면 됩니다.
④ 조개 (호박산)
호박산의 대표적 식재료인 조개로 다시를 만들 때에는 처음부터 다시마와 함께 넣고 끓인 후, 끓기 직전 다시마를 건져내 조리합니다. 조개에서 나온 감칠맛을 모두 섭취할 수 있도록 조개 국물까지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게 좋습니다.
어패류는 해감해 사용하면 되는데요, 재첩과 같이 담수에서 사는 조개는 맹물에 3시간 정도 담가 해감하고, 바닷물에 사는 조개는 바닷물 염도인 3% 소금물에 하룻밤 담가 해감 후 사용하면 됩니다. (3% 소금물을 만드는 방법 : 물 200cc + 소금 1t 비율로 맞춰 녹여 사용)
⑤ 건표고 (구아닐산)
건표고는 구아닐산을 지닌 대표적인 식재료로, 찬물에서 감칠맛이 나옵니다. 찬물에 6시간 이상 충분히 불려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요, 시간이 없을 경우 30℃의 미지근한 물에 10분간 불리면 금방 불려 사용할 수 있습니다. 건표고는 뜨거운 물에 불릴 경우 표고 표면의 조직이 망가져 부드럽게 불지 않으니, 절대 뜨거운 물에 불리지 말아야 합니다.
건표고를 불릴 경우 버섯의 감칠맛이 물로 모두 빠져나가므로, 건표고 불린 물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불린 표고만 사용하고 싶을 경우, 불릴 물에 소량의 설탕을 넣으면 감칠맛이 물 쪽으로 쉽게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건표고로 다시를 낼 경우에는 불린 표고를 불렸던 물과 함께 냄비에 넣어 끓이면서 위에 뜨는 거품을 제거해 주면 됩니다. (말린 식재료는 불순물이 많아 끓일 때 거품이 많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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