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뭐라고 1

집필실 두 번째 날

by 미라지

아이들 방학이다. 두 아이 점심밥을 차려 두고 집을 나섰다. 노들섬행 버스를 기다리며 선을 그었다.

'이제 나는 집을 떠나 집필실에 간다.

집은 잊자. 빨래 더미와 아이들을 잊고 몇 시간만이라도 작가가 된 양 머물다 오자.

이제부터 난 직장이 두 개인 거다. 작업장 1, 작업장 2. '


작업장 1에서 나는 남편,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아들과 거주한다. 거시적인 기획은 남편이 하고 나는 지원 부서쯤 된다. 우리 부부는 '4인 가족으로 살기'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결성해 진행 중이다. 집필실 오픈 시간인 11시에 맞춰 도착하고 싶었지만, 작업장 1을 뒤로하고 나오기 쉽지 않았다. 어젯밤부터 작은 아들이 눈물범벅이라서다.




작은 아들은 이 년쯤 전부터 용돈을 모았다.

"뭘 사고 싶어서 그래?" 물어도

"그냥 모으는 거예요. 되도록 많이 모을 거예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학교 앞에서 떡볶이 사 먹으라고 일주일에 삼천 원씩 준 돈을 그 애는 하나도 쓰지 않았다. 어린아이가 돈 욕심을 내는 모습이 신기했고 낭비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 아이가 기특했다. 돈을 보태어 주고 싶었지만 그냥 줄 순 없으니 식사 준비하다 재료가 모자랄 때면 불러 심부름을 시켰다. 아이는 두부나 파를 사 왔고 남은 잔돈을 챙겼다.


누구보다도 큰손은 아이의 할머니 할아버지셨다. 자주 못 만나는 아쉬움에 조부모님은 손자들을 만날 때마다 얼마쯤 용돈을 주시곤 했다. 나 어렸을 때 그랬듯 여전히 대목은 명절이다. 아이는 세뱃값과 절값도 꼬박꼬박 모았다. 돈을 모으는 봉투 겉면에 몇 일 얼마를 받았다고 일일이 적었고, 동전과 지폐를 고액권으로 바꿔달라고 가져왔다. 쌈짓돈을 세어보며 아이는 흡족해했다.


얼마 전부터 아이는 오랜 시간 모니터를 응시하며 뭔가에 집중했다. 전자제품을 리뷰하는 유튜버 방송과 애플 홈페이지를 주로 보는 듯했다. 평소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신기술이나 노트북 종류나 스펙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는, 워낙 기계를 좋아하는 아이라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더니 방학 때 가고 싶은 곳이 있으니 데려가 달라했다.


"어디? 스케이트장? 친구네?"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 매장이요."

"거긴 왜? 애플 매장은 다른 곳에도 많잖아."

"다른 데는 리셀러예요. 저는 직영 매장에 가고 싶어요."


가고 싶은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하며 찾아간 가로수길 애플 매장은 한 번도 애플을 써 본 적 없는 내게 놀라움 그 자체였다. 빨간 티셔츠를 입은 애플 지니어스들이 미래에서 온 사람들처럼 보였다. 애플 왕국에는 국경도 인종도 없는지 외국인이 많았다. 언어는 문제가 아니라는 듯 지니어스들은 온갖 인종의 손님과 유쾌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아이는 천국에 온 듯한 표정으로 기기를 만지며 나에게 상세 스펙을 설명해 주었다. 빨간 티셔츠만 입혀 놓으면 최연소 지니어스로 등극할 기세였다.


새로운 자극에 곧 방전된 나는 말했다. "난 지금 절전 모드로 들어간다. 벽에 붙어서 충전하고 있을 테니 혼자 구경할래?" 아이는 덩굴을 타는 타잔마냥 돌아다녔고 그 후로 나는 아이 등쌀에 가로수길을 수 차례 더 방문했다. 그걸로 부족했는지 아이는 다음 행선지를 말했다.


"엄마, 방학 때 가 보고 싶은 곳이 또 있어요."

"어디?"

"도쿄요."


- 2 편으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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