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 Jun 28. 2024

가지각색 출판사 면접

우주 대통합 '아멘'

서울특별시 소재 출판사 3곳,

경기도 소재 출판사 1곳,

부산광역시 소재 출판사 1곳.




지금까지 내가 출판사 면접을 보러 간 곳이다. 면접 보러 다니면서 느끼는 건 출판사마다 본인들의 니즈가 다 달랐고, 그들이 나에게 원하는 필요한 부분 역시 다양했다. 면접 보는 방식과 체계, 면접관들의 성향들도 다 달랐다.


나에게 연봉을 협상하는 출판사도 있었고,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게 면접만 보고 가는 출판사도 있었다. 출판사마다 나를 대하는 면접관들의 태도와 말투에 따라 그 면접관이 내가 1차 서류 전형에 통과한 이유가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출판사의 면접은 진짜 가지각색이다. 대표님과 편집장님과 2:1로 면접을 진행하는 출판사, 편집장님과 1:1 면접을 진행하는 출판사, 5:5 면접을 보는 출판사, 대표님과 1:1 면접을 치르는 출판사까지. 장소는 보통 미팅룸과 회의실이지만 때로는 출판사가 속해있는 빌딩 카페에서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시간은 짧게는 보통 20-30분, 

길면 2시간 정도 면접을 진행했다. 


출판사가 가지고 있는 성격 따라 면접할 때 묻는 질문도 다 달랐다.




실용서나 에세이를 출간하는 출판사는 교정 교열을 비롯해 윤문을 하는 능력을 보았고, 학원 교재나 수험서 같은 문제집을 출간하는 출판사는 윤문을 보지 않았으며 지극히 딱 1차 서류 전형에 제출했던 자소서와 대학 때 활동했던 경험 위주를 보았다. 그렇다고 실용서나 에세이를 출간하는 출판사는 자소서와 경험 위주를 보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윤문도 편집자가 당연히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이니까 더 자세하게 본 것 같다. 


면접관들이 나에게 질문을 할 때도 다양했다. 어떤 출판사는 나의 가정환경과 학교 다닐 때 성실하게 활동했던 교지 활동에 대해서 보다 심층적으로 질문을 했었고, 혹시 마케팅 한 번 해 볼 생각이 없냐며 마케팅 제의도 대표님께서 하셨던 적도 있다. 그러면서 더 배워야 할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출판사에서 일을 할 때 본인이 어려운 부분이 발생했을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지의 대해서 위기대처능력을 평가했던 출판사도 있었고, 또 어떤 출판사는 나보고 너무 포트폴리오와 출간 기획서를 잘 준비해 왔다며 칭찬과 인정을 해주신 출판사도 있었으며, 반대로 열심히 준비한 자료들을 가지고 갔는데 초반부터 엄청 까는 출판사도 있었다. 자소서를 보시고 자소서의 대해서 심층적으로 질문하고, 지필고사를 쳤던 출판사도 있었다. 특히 지필고사를 쳤던 출판사는 처음이었다. 학생들이 보는 문제집을 만드는 출판사라 16개의 객관식 국어 지문과 4개의 서술형 문제를 내어주었다. 이 4개의 서술형 문제의 핵심은 '내가 문제집의 해설서와 교사  연구용 문제집을 만든다면 과연 어떻게 개념과 해설을 설명할 것인가'로 이해했고 문제를 풀었다.  틀린 오답과 맞는 오답을 쓰는 이유를 비롯해 간단한 문법적인 개념, 한 문단을 내어주고 문제 형식으로 바꾸라는 문제까지. 20-30분간의 면접을 보고 1시간 가량의 지필고사를 치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


"하. 진짜 인생 진짜 쉽지 않다."

"뭐 하나 내 뜻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네 진짜."


그런데 지필고사를 쳤던 출판사는 뭔가 다른 출판사 보다 레벨이 확연히 달라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면접을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평소 가고 싶었던 출판사 빌딩에 결국 가서 2층부터 5층까지 자동문 앞에서만 어슬렁거리다가 1층에 있는 북카페에 앉아 면접에서 시달렸던 내 마음을 혼자 또 심심하게 위로를 했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그래도 잘하고 온 거 맞다고. 

그래도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 했으면, 그거면 된 거라고."


눈물 글썽거리는 것도 스스로가 나약해지는 것 같아 

흘러내리기 전에 얼른 삼켰다.




출판사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느끼는 건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 중에 어떤 부분을 출판사 측에서 괜찮게 봐서 1차 서류 전형을 통과시켜 주셨는지의 대해 더 생각하고 깊게 고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난 내가 얼른 잘 됐으면 좋겠다. 무교지만 요즘 같은 헛헛하고 건조한 일상을 살아가는데 부처님, 예수님, 알라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의 우주 대통합이 나를 위해 기도해 줬으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 


초등학교 2학년쯤 하늘나라에 가신 외할아버지,

5살 때쯤 갑자기 뇌출혈로 하늘나라에 가신 친할머니, 


하늘나라에서 이렇게 열심히 악착같이 아둥바둥 살고 있는 어여쁜 손녀딸을 보고 계신다면,

제발 우주의 모든 기운을 저에게 딱 한번만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멘'


이전 24화 잠시 철학이 지나가겠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