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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May 22. 2024

잠시 철학이 지나가겠습니다.

문과 VS 이과

나는 가끔 방에 있는 네모난 전신 거울에 비치는 나를 보며 존재의 이상과 이유. 가치의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분명 남동생과 엄마는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을 것 같아 물어보지도 못하겠다. 가끔 깐족거리는 남동생한테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물어보면 질문하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이렇게 얘기할 것 같다. "누나. 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 그런 게 왜 필요한 건지 모르겠는데? 나는??" 그러면 또 나는 이유 없는 빡침과 답답함이 공존해 말이 안 통하는 이 녀석과 100분 토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


전형적인 문과 성향인 나와 달리 완벽한 이과 성향인 엄마 아들에게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하면 과연 그 아이의 답은 대화가 통할 듯한 답변이 나올지도 의문이긴 하다. 글과 언어랑 친해 평소 글 쓰는 것을 즐기고, 인문학과 사회학 등 교육, 심리, 철학 교양서를 좋아하는 나와 달리 남동생은 기. 승. 전 영어인지 수학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기계 공학, 항공 우주, 미분 적분, 공역학, 동역학, 대학물리 등 듣기만 아니 보기만 해도 어려운 이과 계열의 책을 읽는다. 난 정말이지 이런 분야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운데 이 녀석은 어떻게 이 어려운 공부를 척척 해내고 전 학기에 과탑을 했는지 정말 알면 알수록 신기한 생명체다.


"얘는 내가 더 신기하다 하겠지.."


맨날 만나면 투닥거리고 엄마가 "진짜 너네 유치짬뽕이다"라고 얘기를 해도, 그래도.

유일하게 티키타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잘 되는 존재다.  


21살의 남동생은 이제 대학교 2학년. 푸릇푸릇한 대학교의 참맛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 모습이 내심 대견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너무 공부랑 과제에 파묻히면서 사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본인이 해야 할 하루의 분량 치를 척척 똑 부러지게 해내는 것을 보고 있으니 사실 좀 뿌듯한 감정도 든다. 동생들은 위에 누나들과 언니들을 보고 자라서 위의 첫째가 잘해야 된다는 생각을 사실 무의식적으로 지금까지 가지고 살아왔다. 의도치 않게 내가 무의식적으로 했던 얘기와 행동이 동생한테 영향이 가는 것 같이 느껴져 첫째가 잘해야 둘째도 잘된다라는 말이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은 느낌. 시간이 갈수록 동생한테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첫째이자 누나인가 보다.

 



아무튼.


"나는 여기 이곳에 왜 있는 거지"

"나는 왜 태어났을까"

"어디를 통해서 이 나라에 왔으며 어떻게 여기 있는 것일까"


"나는 누구인가"의 대한 아주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것의 대한 물음이 생기는 빈도수가 잦아졌다. 아주 가끔은 "나 자체의 대한 존재의 의미가 과연 뭘까? 왜 태어난 거지?"라는 깊은 생각에 몰두하면 약간 혼자 넓은 우주를 항해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끝이 없는 검은색과 남색의 중간의 드넓은 광야 같은 우주에서 나라는 존재는 얼마나 먼지 같은 존재 일까의 대한 생각들을 하면서 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훨씬 더 깊고 심층적으로 생각한다.


그 질문의 대한 해답을 요즘 부쩍 찾고 싶다. 편집부에 들어가면 일단 에세이는 베이스로 깔고 인문, 교양, 심리, 문학, 계간지, 어린이 동화, 청소년 분야의 아주 다양한 책을 편집자로서 기획과 출판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뭔가 지금은 살짝 철학 분야도 관심을 기울이니 꽤나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과 결과물의 완성도가 생각보다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살짝 든다. "아주 많은 책을 읽으려고 꾸준히 끊임없이 노력할 거고, 작가님이 주신 원고를 바탕으로 기가 막힌 책제목과 목차를 뽑아야지!!"라는 생각이 또 가득해졌다. 그리고 선배들한테도 칭찬을 듬뿍 받아 책을 멋지게 만들어 인정받는 기획 편집자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면 "강아지 다리는 왜 4개일까?"라는 생각도 들고

"강아지는 왜 꼬리가 있을까" , "만약 나한테도 꼬리가 있으면 어떤 느낌일까?" 하늘은 왜 하늘색일까" “벚꽃은 왜 봄에 피는거지?”의 대한 궁금증. 그것의 대한 답이 속 시원하게 혼자 깨우쳐지지가 않는다.


철학적 사고의 더 전문적인 글을 써놓은 책을 봐야 될까.


법정스님 같은 큰 스님의 책을 읽어 봐야 될까? 생각을 향유하고 그 궁금증을 풀어내는 과정이 꽤 재미가 있다. 조만간 철학적 질문의 대한 명쾌한 해답이 적혀있는 책을 한번 읽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별책부록


어느 날, 아빠랑 단 둘이 동네에 좋아하는 초밥집에 갔을 때한테 평소 궁금했던 걸 물었다.

'아빠, 아빠는 왜 내 이름을 지은이라고 지었는데? 나 예전부터 엄청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물어보네.'

'내 이름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아빠가 지었다고 얘기했었지 않나?'


아빠가 답했다. '지은이라는 이름이 세련되서, 세련되서 지은이라고 지었다.'

아빠 말을 듣고 보니 '지은'이라는 이름이 좀 세련돼 보였다.


평소 난 내 이름이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은'이라는 이름이 예전부터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이름이었다. 실제로 타인들이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지은'이라고 했을 때, 이름 예쁘다고 말을 종종 듣는다. 인간 극장 방송 작가 면접 갔을 때도, 메인 작가님이 얼굴을 보면서 이름 예쁘다고 하셨던 예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학원 아르바이트 했을 때도 어떤 학생이 이름 예쁘다고 했었고, 새로운 학교 다닐 때도 아는 동생이 '언니 이름 예뻐요'라고 소리를 실제로 여러 번 들었다. 난 내 이름의 만족도가 200%다.


지은. 한자로 지혜 지, 은혜 은이다.

智恩. 난 내 이름이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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