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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Nov 11. 2023

강아지야? 나야?

2023.07.02

"2년 뒤에 연락해~"


4개월 전 햇볕이 따가웠던 7월의 어느 무더웠던 여름날. 내가 찾은 바닷가를 배경으로 네이버 검색창 1등인 맛집에서 밥을 먹고 뜨거운 열기를 따라 선배 차를 타러 가고 있는 중에 그가 말을 전했다.




"참나. 2년 뒤에 사람이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2년 뒤에 연락하래?"

"그리고 2년 뒤에 내가 연락해야 돼? 선배가 먼저 연락하면 안 돼? 먼저 연락하라고! 웃겨 정말"


당연히 속마음이다. 아직 난 이 남자 앞에서 대들 깡다구는 없다. 키도 나보다  10cm는 커서  내가 밑에서 쫑알거리면 씨알도 안 먹힐 것 같다.




”이 남자 진짜 뭐지?“




가만 생각해 보니 웃긴다. 왜 내가 매번 연락해야 되냐고. "그렇게 따지면 선배가 먼저 연락해."

"나도 바빠!! 바쁘다고.. 누구는 뭐 시간이 남아 돌아서 4년 뒤에 연락하고 지금까지 선배 연락 기다리는 줄 알아?" 얼굴 보면서 얘기를 못하니 여기에라도 답답함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브런치는 나에겐 유일한 속마음 창고니까 말이다. 그는 그냥 한 말일까. 의미를 담아서 한 말일까. 뭐지 진짜. 도대체 이 남자 뭐야? 무슨 생각을 가지고 내가 전화했을 때 3번이나 연속으로 밥이나 먹자 한 건지 대체 진짜 잘 모르겠다. 누가 이 남자의 말을 해석 좀 해줬으면 좋겠다.


밥 먹으러 가기 전, 우리는 뜨거운 햇살을 못 이겨 목이 말라서 근처 카페에서 주스를 사서 푸른 바다를 보면서 시원한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선배가 주스를 사줬다. 분명 난 내 거 내가 살려고 했는데 진동벨이 올려 계산대 앞에 가니 좀 전에 분명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0.2초 만에 날아와 내 옆에서 빠르게 계산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난 생각했다. "와.. 이 선배 행동이 이렇게 빨랐어..? 분명 4년 전엔 속이 터지도록 행동도 느리고 말도 느린 거북이었는데.." 역시 사람이 일을 하니까 사람이 빠릿빠릿해진 걸 느낄 수 있었다. 근데 또 예민하게 행동해 줘서 좋았다.


주스를 하나씩 들고 카페를 나와 둘은 시원하고 가슴이 뻥 뚫리는 푸른 바다의 경치를 만끽하면서 한 정자 의자에 앉았다. 어쩌다 대화를 하면서 선배가 결혼 관련 얘기를 꺼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우리 사촌 언니는 연애 좀 오래 하다가 결혼했다느니. 올해 중학교 친구가 생일에 남자친구한테 프로포즈 받아서 결혼했다느니. 근데 결혼도 돈이 있어야 한다느니 뭐 이런저런 얘기를 선배 앞에서 쫑알쫑알하다 문득 이런 얘기를 서로 했다.




근데.


'27살은 너무 아까워! 내 기준 아직 27살은 결혼하기 너무 아깝고 이른 나이인 것 같아.'라고 얘기했더니

'그렇지. 27살은 너무 이르지. 아직은 너무 빠르다. 음.. 빨라.. 빠르지..'라고 선배가 답했다.


'결혼은.. 진짜 인생에서 일생일대의 너무 중요한 일이라 돈도 모아야 되고 일도 좀 하고 돈을 좀 모아서 해야 될 아주 중요한 일인 것 같아. 음.. 난 31살이나 32살쯤에 할 생각 가지고 있는데?"라고 했더니

이 남자가 하는 말은 '그렇지. 맞다 맞다. 네 말이 맞다.'라고 내 의견을 순응을 해줬다. 다른 건 모르겠고 그냥 내 의견을 순응하고 받아 들어줬다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음. 가치관이 좀 비슷할 것 같은데..?“


라고 순간적으로 느낌이 왔다.




날씨는 좋았지만 뜨거운 쬐약볕에서 차가웠던 주스는 금세 녹았고 이제 밥을 먹으러 갈 시간이 성큼 다가와서  선배 차를 타러 주차장에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그가 '지은이 니 올해 27살 이제?'라고 물어서 엥? 갑자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물어보니 친절하게 답해줬다. '응. 나 선배보다 1살 작잖아? 기억 안 나? 선배 지금 28살이고 나 27살이잖아?? 예전에 나 학교 그만뒀을 때 그때도 나 23이었고 선배 24살이었잖아? 까먹었어??'라고 답했다. 이 남자가 말한 2년.. 2년은 무슨 얼어 죽을 2년.. 선배애.. 미안한데 난 2년까진 못 기다리겠는데.. 그냥 내가 이번에 졸업하니까 최대한 졸업 전까지 연락하면 그때 받아주면 안 될까. 뭔 2년이야. 사람이 2년 뒤에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2년 뒤에 연락하래. 기억해 기준일은 23년 7월 2일이다.


"그럴 거면 먼저 연락하던가." 차마 얼굴 보고 말할 깡다구는 없다. 또 불쑥 화가 올라온다.

"선배.. 나 그렇게 인내심 넘치는 스타일 아닌 거 알지 않아?"라고 오늘도 난 속으로만 생각한다.





이 남자. 이런 새끼 강아지를 키운다. 강아지 품종이 포메라니안인가 뭔가. 강아지도 견권과 초상권이 있다고 생각해 이 남자가 키우는 강아지를 차마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 난 강아지랑 안 친한데. 이 남자는 강아지랑 아주 각별해 보인다. 진짜. 내가 살다 살다 강아지한테 질투를 하고 있다니.


"아니 강아지가 그렇게 좋아?"


난 매일 밤 아니 시간 날 때마다 그의 배경사진과 카톡사진 안에 있는 포메라니안 강아지에게 묻는다.


 "얘. 너네 주인 지금 도대체 뭐 하고 있니?"


이 선배와 관계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황이 잘 된다면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선배. 아니 오빠. 얘가 좋아? 내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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