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 Dec 15. 2023

조기취업

작가님? 저도 성격 있답니다 ?

방송작가 준비한다고 만들었던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다시 다른 직장에 지원을 한다.


다시 서울로 지원을 했다. 괜찮을까.


7월에는 서울에 자신만만하게 올라갔는데 아직은 나를 안 받아주는 느낌이 났다. 메인 작가님한테 대차게 까이고 부산 내려가기 전 마지막 날. 혼자 63 빌딩에 올라가 마지막 엘리베이터가 올라올 때까지 한참을 서울 야경을 보면서 청승을 떨었다. 그렇게라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었다. 첫 직장에서 잘리고 다음 날은 여의도 근처에 어느 한적한 북카페에 가서 글을 썼다. 안타깝게도 작가님한테 까인 바로 다음 날이어서 마음이 송곳으로 누가 찔러 피가 철철 나는 때었다. 대차게 성공한다고 조기 취업하고 서울까지 올라왔건만 이런 취급을 받아야 되냐며 혼자 신세한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세상 그것보다 값진 경험이 인생 살면서 없었던 것 같다. 지상파 메이저 프로그램에서 일을 한다는건 누구나 쉽게 할 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또 하고 싶었던 일의 대한 동경을 실제로 행동으로 기어코 옮긴 경험은 꽤나 짜릿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 그 자체로도 엄청 설레니까. 일을 하는데 메인 작가님과 안맞았어도 난 분명 하루하루 설레면서 일을 했다. 그 때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생각했다. 일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건. 본인이 그 직업을 선택하고 하는데 있어 설레는 일을 해야한다고. 재미없는 일상에 매일 로봇처럼 움직이는 차가운 감정이 드는 일 말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어서 선택을 하고, 그 직업을 택하고, 하고 있을 때 설레는 일.




매도 빨리 맞아야 낫다고 꼭 백신을 맞아서 항체가 생긴 기분이다.

이제 사회 생활 하면서 어떤 상황에서 무슨 말을 들어도 딱히 아무렇지 않을 것 같다.


"작가님 감사해요. 작가님 덕분에 제가 좀 단단해진 것 같네요."


사실 아직까진 작가님의 대한 감정이 좋진 않다. 당시 회사 대표님은 이번에 들어온 막내가 아주 인재라면서 또래 조연출과 피디한테 얘기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작가님은 그렇게 생각 안 하셨나 봐요." 아직은 마음속에 적지 않은 독기가 있는 것 같다. 이것 역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길 바란다. 취직을 준비하는 이 과정이. 졸업을 앞두고 대학교 학부 과정 4년제의 마지막 시험을 치고, 졸업을 앞둔 이 시점이. 그냥 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시간이 값지고 너무 소중해서 절대 가볍게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내일도 남아있는 시간을 쪼개서 도서관을 가려한다. 취직을 준비하는 이 시간이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니까. 한 시간이 하루가 되고, 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여 일 년이 되는데. 이 '시간'이라는 게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냐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가 좌우되고 변화가 된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잘 쓰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인생에 예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쓸데없이 허무맹탕하게 쓰지 않고 자신을 놓는 일은 없을 테니까. 글을 쓰면서 생각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계획하고 준비를 하는 이 과정의 시간이 꽤 고요하고 어둡다. 다시 미래를 준비하는 이 시간이 조용해서 좋고,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아 더 좋다.




첫 직장에서 첫 직장 상사 었던 지랄 맞은 메인 작가님한테 까이고 대차게 잘렸지만,

그래도 또 나를 위해 도전한다. 이번엔 출판사다. 차마 아직은 솔직히 7월에 서울 올라갔던 것처럼 대차고 용기 있게 대담하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지금은 어떤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상사가 한다면 견딜 깡다구는 생긴 것 같아서 일단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전 09화 과제에 시험에 알바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