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개꽃 Feb 21. 2022

딸아 "넌 계획이 다 있구나"

결혼한 지 2년쯤 되었을 때다. 내 나이 만으로 27살이었다. 우리 엄만 왜 애기가 생기지 않느냐며 재촉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일 년에 한두 번 물어보더니 결혼 3년 차가 되니 빈도수가  잦아져 간섭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엄마 내가 결혼을 일찍 해서 그렇지. 아직 우린 아이 낳을 계획이 없어. 1-2년 더 있다 30살 되기 전에 낳는 게 목표야. 이제 내가 임신이 되거든 알려줄 테니 그만 좀 물어보면 좋겠어."


"그래 너네들이 계획이 다 있구나. 너무 미루지만 말고 알아서 잘해 그럼."


중에 괜히 이제 임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가 매달 체크를 당하는 스트레스를 또 겪고 말았지만.. 사람들은 결혼하면 의례 첫째는 언제 가질 거냐 묻고, 첫째를 낳으면 둘째는 또 언제 낳을 거냐 묻는다. 조금 다행인 건 시대 트렌드상 둘째까지 있는 나에게 셋째를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임신과 출산이 나름 수월한 편 이었는데도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다 분만의 고통을 경험하고 그 뒤로 8년 가까이 엄마로 지내온 나는, 여동생 부부가 아이 없는 결혼생활을 하겠다고 했을 때 그들의 결정을 지지했다. 나의 지지가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어쨌든 걱정을 시작하는 엄마에게 단호하게 일체 간섭하지 마시라 힘을 보태긴 했다.


근 우리 집 두 딸은 남동생을 원한다며 나에게 조르기도 했었다. 단호하게 그럴 일은 없다며 내 인생에 자식은 둘로 족하다고 했더니 몇 번 조르다 요즘은 또 잊어버린 듯하다.


애들 없는 우리 부부는 이제 상상할 수 없다. 아이들을 세상에 데려온 책임을 성실히 지고 있다 생각할 때가 많다. 사랑받고 사랑을 주고 하는 무한반복의 하루하루가 힘들면서도 행복하다. 세상사는 많은 일들이 이런 양쪽의 감정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태가 많은 것 같은데, 부모 자식 관계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다. 힘들면서 행복하고, 기쁘지만 슬플 때도 있고, 짜증 나는데 사랑하기도 하고, 고마우면서 밉기도 하다.


나의 사랑과 책임감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어른으로 크길 바랄 뿐이다.


우리 애들은 자식을 셋씩 낳고 싶다고 벌써 그러는데.. 앞으로 어찌 될지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롱롱롱 위켄드이다. (캐나다 패밀리데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