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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Jul 25. 2022

세입자가 펑펑 울었다

3월 어느 날. 우리는 고민 끝에 투자 집을 하나 팔기로 했다. 시장은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일처리를 진행하기 위해 마음을 굳히자마자 부동산 중개인과 통화해 집을 팔겠다고 말하고, 그다음 세입자 둘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비행기 타고 5시간 걸리는 곳에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집을 팔 때 지금 살고 있는 세입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집도 잘 정리해 줘서 마케팅에 필요한 사진과 비디오도 찍게 해 주어야 하고, 집에 관심 있어하는 사람들이 보러 오고 싶다고 할 때 집도 공개해 주어야 한다.

남편과 나는 함께 심호흡을 하고, 남편이 윗집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와이프에게 걸었는데 요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남편이 받았다. 나중에 보니 스피커 폰으로 받았다고 한다.

"잘 지냈어? 우리가 전할 소식이 하나 있어서 전화를 했어. 안타깝게도 집을 내놔야 할 것 같아."

우리 남편이 이 말을 꺼내자마자 옆에서 세입자 와이프가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화를 받았던 세입자 남편은 당황해서 자세히 통화하지 못하고 알겠다고 하고 우선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지금 살고 있는 세입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걱정하면서 전화를 하긴 했는데.. 그렇게 울지는 몰랐다. 점점 우리가 내린 결정이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친 건지 실감되기 시작했다.

이 집은 2020년 여름, 우리가 퇴사 전 가장 마지막에 산 집이었다.


이젠 아랫집에 전화를 걸었다. 같은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아랫집 반응은 이랬다.

"어 그것 참 안타까운 소식이네. 이 집에 사는 동안 정말 좋았는데. 너네들도 집주인으로써 정말 좋았고. 그래도 너희들에게 필요한 일이면 진행해야겠지. 알려줘서 고맙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지 말해"라고 했다.

"정말 고마워. 그리고 갑자기 이런 소식을 전하게 돼서 미안해. 너도 정말 좋은 세입자(테넌트) 였어. 너랑 좋은 관계로 지내서 좋았어. 그리고 아무래도 이 집은 셋업이 두 집이기 때문에 투자자가 살 확률이 높지 않을까? 그럼 너도 그 집에 계속 살아도 될지도 몰라"라면서 긍정적인 미래를 점쳐 보기도 했다. 이런 대화를 윗집과도 나눴다면 좋았을텐데..급하게 끊은 전화에 마음이 무거웠다.

  

윗집은 아랫집과 전화를 끊었을 때쯤 장문에 문자를 보내왔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럽고, 화도 난다면서 도대체 언제부터 집을 팔 생각이었는지 물어왔다.

긴 이야기를 짧게 줄이자면, 윗집이 마음에 안정을 찾고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한 달 정도 걸리게 되었다. 우리는 자고 나면 변하는 부동산 시장에 맞춰 지금 당장 팔고 싶었는데 세입자가 살고 있는 경우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라는걸 배웠다. 다음번에 또 집을 팔게 된다면 적어도 3달은 먼저 세입자에 언질을 주는 게 부드러운 진행에 도움이 된다는 걸 배웠다.

 

윗집은 처음에는 주말에 바쁘다면서 부동산 중개인이 집 상태를 보러 오는 걸 미뤘다. 그렇게 한주가 넘어가니 약속 날이 되기 전날 밤, 펑펑 울었던 여자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열흘 (자가격리기간)이 지나갈 때쯤, 나머지 가족이 코로나 양성 판정이 나와서 또다시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약속이 계속 미뤄지자, 부동산 중개인이 세입자가 양성 판정받은 서류나 사진 같은걸 보내왔는지 조심스레 물어봤다. 우리는 그런 건 못 받았고 문자로 연락을 받았는데 세입자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 거라 믿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서도 설마 우리가 갑자기 집 판다고 해서 화가 나서 어떻게 해서든지 집 파는 걸 방해하기로 마음먹은 건 아니겠지..? 라며 불안한 생각을 떨쳐 내느라 고생 좀 했다.

 

우여곡절 끝에 세입자들에게 집을 팔게 되었다고 말한 지 거의 한 달 만에 집을 시장에 내놓게 되었다. 월요일에 부동산 전문 사진작가가 와서 비디오와 사진을 찍어 올렸고, 화요일에 3팀이 집을 보고 갔다. 그중 한 팀이 그다음 날인 수요일에 오퍼를 보내왔고, 우린 바로 승낙을 했다. 그렇게 집을 시장에 올린 지 한지 하루 만에 비딩 경쟁 없이 오퍼 하나 받고 집을 금방 팔게 되었다. 집 가격은 한 두 달 전, 피크일 때보다 조금 부족한 금액이지만 그 정도면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팔 만한 액수이긴 했다. 가격 조정 실랑이도 없었다.

 

아랫집 세입자는 우리가 집을 시장에 내놓기도 전에 이사를 나가겠다고 이메일을 보내왔다. 새로 사는 사람이 이 집을 다 쓸 건지 아니면 자기는 안 살고 투자용으로 계속 지금 세입자들을 유지할 건지 불확실한 상황에 본인을 맡기는 것보단 확실하게 이사를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잘 팔기를 바란다며 행운을 빌어줬다.


윗집은 마지막까지 새로 사는 사람들이 투자자 여서 이 집에 계속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로 산 사람들은 투자자가 아니었다. 자기들이 들어와 살 거라고 지금 사는 세입자는 우리가 다 내보내야 하는 조건이 되었다.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팔리자마자 윗집에 이 상황을 전해줬다.

윗집은 바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같은 동네에 새로 지은 타운하우스로 이사 가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전해왔다. 그러면서 새로 이사 갈 곳에 집주인이 나에게 연락할 수도 있는데 괜찮냐고 물어왔다. 우리도 세입자를 구할 때 그 전 집주인에게 연락해서 이 세입자가 어땠는지 물어본다. 어쩔 땐 두 집 전까지 전화하기도 한다. 그래서 당연히 내 연락처를 줘도 된다고 했고 좋은 레퍼런스를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윗집은 먼저 이사 나가겠다고 한 아랫집보다 한 달이나 빨리 새로 지은 타운하우스로 이사를 갔다.


우리가 집을 팔게 되면서, 새로 산 사람들이 직접 들어와 살 경우,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에게 60일 이후엔 이사 가야 한다고 정식 안내서를 주게 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에겐 한 달치 렌트비를 이사비용으로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 사이 새 집주인으로 부터 전화 연락도 받았다. 지금 세입자가 왜 이사를 가는지에 대해 물었고 (우리가 집을 팔게 되면서 그렇게 됐다 설명했다), 매달 돈을 제시간에 잘 내는지, 집 관리는 잘하는지, 우리와 별다른 문제는 없었는지, 전반적으로 이 세입자를 추천하는지 등을 물어왔다. 우리도 세입자를 구할 때 전 집주인과 연락해하는 질문들이다. 지난 2년간 세입자와 관계는 좋았고, 매달 1일에 렌트비도 늦지 않게 보내왔기 때문에 좋은 이야기들을 전해 주었다. 그렇게 다행히 윗집이 맘에 드는 같은 동네에 새로 지은 타운하우스로 이사 가게 되면서 세입자와의 텐션도 잘 마무리되었다.


등기 마무리는 7월 초에 하기 때문에 모든 돈은 그날 받게 된다. 아직 두 달이 남았다. 그래서 이 글은 4월부터 쓰고 있는데 지금이 5월 중순도 지났는데 아직 못 올리고 있다. 혹시라도 계약이 파토 날 경우를 대비해 미리 확정된 것처럼 굴고 싶지 않았다. 금리는 계속 올라가고 있고, 피크에 산 부동산 거래들이 종종 엎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모든 잔금을 받고 계약이 마무리될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일을 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 하나는 내가 사는 집을 파는 게 아니고 투자 집을 팔 때 필요한 스텝들이다. 최소 2-3달 전에는 언질을 주는 게 좋고, 최대한 세입자들의 상황을 고려해서 기다려 주면서 진행하는 게 좋다는 점이다. 우리도 얼굴을 붉히기보다는 기다리면서 진행했기 때문에 일이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 또한 집 보러 온다고 부동산이 연락을 했을 땐,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는 게 좋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식당에서 식사라도 하라고 돈을 보내 주기도 했다. 이런 제스처가 세입자가 우리를 도와주려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생각한다. 두 번째는 역시나 부동산 중개인은 그 동네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사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2015년에 방 한 칸짜리 콘도에 살다가 타운하우스로 이사 갈 때 그 콘도를 팔 때 빼고는 처음 집을 팔아봤다. 우리가 함께 일한 부동산 중개인은 그 동네에서 매물을 가장 많이 파는 사람이고, 그래서 최근 자기가 판 두 개의 집에 아깝게 두 번째로 높은 금액으로 오퍼를 적어 경매에서 진 사람들을 알고 있기에, 그쪽 부동산에 우리 집을 소개했고, 두 번이나 아깝게 진 사람들은 우리가 한 번에 만족할 만한 거절하지 못할 적당한 액수를 써서 우리에게 보내왔던 것이다. 이렇게 콕 집어서 우리 집에 관심이 있을만한 구매자를 알고 있었던 부동산 중개인에게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수수료가 보통은 비싸다고 생각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집을 파는 사람은 집값의 총 3-5% (타리오주의 경우)의 수수료를 지불하는데, 우린 총 4%의 수수료를 냈다. 2%는 우리 중개인, 다른 2%는 사는 쪽 중개인에게 지불된다. 집을 사는 사람들은 중개인 수수료가 없다. 우리가 원했던 속전속결 스피드는 아니었지만, 결국에 시장에 나오고 나서는 하루 만에 바이어가 나타나 줬기에 그 부분에서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흘러 7월 말이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이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될 것인가 기다림의 연속으로 지냈었다. 7월 초가 등기 옮기고 남은 잔금 받는 날이었는데, 마무리 일주일 전 상대 쪽 변호사 사무실에서 우리 쪽 변호사 사무실로 연락이 왔다. 모기지를 빌려주기로 한 은행에서 갑작스레 어렵겠다고 연락이 오는 바람에 잔금 날짜를 2주 반 정도 미루면 안 되겠냐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은행을 찾았는데 그쪽에서 서류 심사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굉장히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그 사람들이 집을 샀을 때 보다 요즘 집 가격이 8-10%는 빠진 것 같기 때문에 딜을 깨려는 것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변호사와 상의한 후, 4월에 집 약시 걸었던 7만 불 외에, 3만 불의 디파짓을 더 보내오는 조건으로, 그리고 딜이 안될 경우 3만 불은 우리가 바로 받는 조건으로 날짜 연장을 해 주었다. 첫 7만불의 계약금도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경우 (시간이 좀 걸리지만) 우리가 받게된다.


그렇게 다시 초초한 기다림 끝에 며칠 전 남은 잔금을 다 받았다.


캐나다는 전세가 없고 월세 시장만 있기 때문에, 보통 1년 계약을 한 후 그다음부터는 계약조건 없이 매달 렌트비를 내면서 살게 된다. 세입자가 이사 나가고 싶을 경우엔 집주인에게 60일 노티스를 주면 된다. 하지만 집주인은 별다른 이유 없이 세입자를 60일 노티스 주고 이사 나가라고 할 순 없다. 이번처럼 집을 팔았는데 새로 산 사람이 투자자가 아니고 직접 들어와 살 경우엔 60일 노티스를 주고 이사 나가라고 할 수 있다. 또는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60일 노티스를 주면 된다. 이 외엔 거의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강제로 이사하라고 할 순 없다. 이유가 있다면, 세입자가 월세를 잘 내지 않았을 경우, 집을 심각하게 훼손한 경우인데 집주인과 세입자 중재기관에서 세입자를 강제로 내보내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데 최소 몇 달은 걸린다.


그래서 우린 처음 세입자 구할 때 세입자 인터뷰를 굉장히 세심하게 하는 편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세입자 인터뷰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써볼 수도 있겠다.


세 달이 넘는 기다림 끝에 일이 잘 마무리되어 한시름 놓고 있는 요즘이다.


(사진출처)https://www.forbes.com/sites/taramastroeni/2020/01/22/when-is-the-best-time-to-sell-your-home-4-factors-to-consider/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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