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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May 05. 2022

7년 만에 한국으로 갑니다.

캐나다에서 일 년 살이 하러 한국 가기

작년 11월부터 연말까지 우리는 올 3월이면 한국에 가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비자를 알아보다 보니 절차는 생각보다 까다로웠고 우리의 기대는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바뀌어 버렸다.


천천히 준비해서 가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니 다행히 마음이 다시 편해졌다. 그렇게 해서 올 가을이나 겨울에 다 같이 한국에 가는 것으로 마음을 정해 두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3월에 발표가 나왔는데 4월 1일부터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갈 경우 다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갑자기 마음이 다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한국에 가족들은 당장에라도 들어오라고 성화였다. 마지막 방문이 7년 전이니, 그럴 만도 하다.


우리는 원래 계획대로 천천히 준비해서 9월에 가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한국행 티켓을 구매했다. 4월부터 8월 말까지.. 한국에서의 일 년 살이를 하기 위해 뭘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도 하다. 일 년이 이년이 될 수도 있는데.. 지금 사는 우리 집은 세를 놓고 가야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 타던 차도 팔고 한국 가서 중고차를 하나 사야 할 테고, 가지고 있는 물건도 최대한 없애고 돌아와서 다시 사기 아까운 것들은 창고를 빌려서 보관해야 하나 고민이다. 뭐 시간이 돼서 닥치면 또 다 해결할 수 있겠지 생각하며 뒤로 미뤄놨다 (몇 달 뒤 미래의 나에게 부탁한다). 누가 그러던데 옷은 웬만하면 다 버리고 하나만 입고 가서 한국에서 다시 다 장만하라고 ㅋㅋㅋ 어차피 스타일이 달라서 잘 못 입을 거라고 했다. 요즘 우리가 어떤 기조로 살고 있는지 정말 모르니깐 할 수 있는 얘기다. 입던 잠옷 바지도 기어 입는 상황인데 (손바느질하다 피본 게 벌써 몇 번째다) 잘 입던 옷을 다 버리고 가라니.. 당연히 추려서 들고 가게 될 거고, 가서도 또 잘 입게 될 것 같다. 한국 가서 쇼핑을 안 할 순 없을 것 같으니 내 옷이 얼마나 늘어나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다. 잠자던 소비 욕구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살이를 상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음식이다. 지금 사는 도시에서는 한식 재료를 마음껏 구하기 어려운데, 한국에 살면 먹고 싶은 메뉴의 재료 구하는 일이 얼마나 쉬울지 상상만 해도 기분 좋다. 물론 배달의 편리함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도 된다. 그래도 한 번도 안 해본 재래시장에서 장보기를 가끔 상상해 본다.


어제는 이상한 생각도 찾아왔다. 이 동넨 백인이 많은 동네라 아이들이 한데 섞여 놀 때 우리 애들 찾는 게 사실 좀 어렵지 않다. 그런데 한국에 가서 한국 아이들 20명과 섞여 놀면 우리 아이를 금방 찾을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면서 낯설고 사람 많은 곳으로 갈 때 긴장하듯 애들 잃어버리지 않게 잘 봐야겠군 이란 생각을 했다. 남편은 별 걱정을 다한다고 했다. 우리 애들은 아직 한국말도 잘 못하니 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직 여기서도 안 한 미아 방지 시스템에 등록이라도 해야 할까 싶다.


또 하나 기대되는 건 미용실이다. 작년 2월쯤 남편이 뚝딱 한 번의 가위질로 잘라준 내 머리를 아직도 그대로 기르는 중이다. 대충 뒤로 묶으면 잘 티가 안 난다. 한국 가면 신데렐라 변신하듯 머리 변신 한번 해 보고 싶다. 요즘 부쩍 늘어난 흰머리도 염색으로 가려보고 싶다.  


그다음 생각해 둔 건 학원 다니기이다. 나는 고1 때 이민 오기 전까지 학원을 다녀보지 못했다. 남편은 서울에서 외고를 다녔고 외아들이었으므로 동갑내기인 내가 학원 한번 안 다녀본 사실에 대해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우린 한국에서 만큼은 동시대를 살았다고 하기 어렵다 ㅎ) 한국 가면 미술학원도 다녀보고 싶고, 수영도 배워보고 싶다. 지금 여기서 배우는 수영은.. 흠.. 아마 일 년을 다녀도 자유형을 과연 내가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매우 의문스럽다. 일주일에 한 번 가는 수업이 내일이면 끝인데 (수영 얘기하니 내일 수영클래스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또 못 갈뻔했다) 그냥 물속에서 30분 운동하고 왔다 생각하고 있다. 지난주엔 구명조끼에 대해 5분 넘게 설명했으니 물속에서는 20분만 있었다. 아무튼 한국 가면 이것저것 얼마나 많은 학원들이 내가 배운고 싶은 것들을 효율적으로 가르쳐 줄지 정말 기대된다.


엄마는 왜 꼭 제주도냐면서 왜 그렇게 멀리 가냐고 하신다. 그러면서 은근 제주도 살아보면 별로 일 거라고 비 많이 오고, 눈 많이 오고? (매우 의문스러운 포인트였다 ㅋㅋ), 바람 많이 불고 뭐가 좋냐고 한다. 우린 그래도 제주도에서 살아보려고 한다. 12년 전 한국에서 결혼식 후 갔던 신혼여행지 이기도 했고, 제주도를 생각하면 우리가 토론토에서 칠리왁으로 이사 올 때처럼 설렌다. 자연에서 여행하듯 살아보고 싶다.


오늘은 한국에 당근 마켓처럼 사용 중인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다 애들이 잘 뛰어놀던 미니 트럼폴린을 $10에 팔았다. 그리고 내가 아끼는 화분 3개 중 하나도 오후에 누가 와서 $10에 사갈 예정이다. $10이면 화분과 화분 받침대 가격도 안되지만 중고는 싼 맛에 사는 거니깐 ㅎ 남은 두 개의 화분은 좀 더 비싼 가격에 팔 예정이다. 남은 몇 달 동안 엄청난 물건을 중고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니 마음이 분주하다. 둘째가 엄마가 아끼던 화분을 팔다니 슬프지 않냐고 물어왔다. 생각보다 슬프진 않다. 일주일에 한 번씩 물 주고 잎사귀 먼지 닦아 주고 하면서 충분히 사랑을 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렇게 정들었던 물건들을 하나씩 팔 때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할 것 같다. 모두 다 비우고 나면 지금보다 더 자유롭다 느끼게 될까?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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