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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Oct 10. 2023

우린 간헐적으로 커피를 끊는다

학생때는 커피를 아무리 마셔도 밤에 잠이 잘 왔다.
그러나 이젠 낮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들기 힘들다. 그래서 우린 하루에 한번 아침식사때 토스트와 함께 한잔씩만 마신다.


회사를 퇴사하고 여러가지를 새로 시도해 보면서 살아보자 했다. 그중 하나가 중독에서 벗어나기 이다. 우리가 중독되어 있는건 커피와 핸드폰 이었다. 내가 그것에 중독 된건지 아닌지를 알려면 그 행동을 하지 않았을때 나의 상태를 보면 된다.


커피를 마시지 않은 첫날 우린 엄청난 두통과 싸워야 했다. 처음엔 그 이유를 모르고 ' 이렇게 머리가 아프지?' 라고 했다. 그러다 몸에 들어오던 카페인이 안들어오니 내 몸에서 보내는 커피 금단현상 이구나 싶었다. 그래도 버텨봤다.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보자라는 심정도 조금 있었다.

머리도 아프고 기분도 다운되었다. 아이들에게 인내심도 줄어들었다. 몇일째 힘든 몸과 싸우고 있는데 아이들이 한마디 했다.

'엄마 그냥 커피를 다시 마셔'

나의 승질을 커피를 끊어서 그런거라 핑계를 대니 딸아이가 한 말이다. 그래서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집중도 더 잘되는것 같고 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먹진 않는다. 집에서 원두를 갈아서 드립커피를 마시던지, 맥심 인스턴트 알갱이 커피를 마신다. 커피값이 밥값인 세상이다. 그렇게 하다간 돈을 모으기 힘들다.

우린 퇴사후 월급없이 알바로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 있다. 바로 바리스타 파이어족이다. 커피를 끊어보려 시도하는 파이어족인데, 내가 그 바리스타 파이어족으로 불리다니 아이러니하다.

회사를 다닐땐 쉬는 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커피한잔 사마시러 자주 나갔다. 그게 낙이었다. 내것도 사고 남에것도 사주고. 오늘은 달달한거 내일은 더 단거로 이렇게 시켜먹고 살았다. 어떤날은 싼 맥도날드 커피. 어떤날은 비싼 스타벅스나 버블티 가게에 갔다.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곤 나가서 내돈주고 커피를 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달달한 커피도 끊었다. 요즘도 한번씩 커피를 잠시 끊는다. 그럼 밤에 잠도 엄청 잘 온다. 9시도 전부터 졸린다.

20대 대학시절엔 잠이 적이었다면 30대가 되니 반대다. 어떻게 해서든지 좀 더 잘 자려 노력한다. 잠을 잘 자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고, 그러기 위해 커피가 얼마나 안좋은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 난 아픈 배를 부여잡고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곤 오후에 이젠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커피 한잔을 마셨다. 소화불량으로 밥은 굶어도 커피를 끊을 수 없었다. 오후에 커피 마셨는데 오늘 밤 잘 잘수 있을런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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