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하든지 계획하는 걸 시작의 반을 넘어 아주 중요한 스텝으로 생각하는 남편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많고,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은 아이디어로 넘쳐나는 요즘이다.
계획을 좋아해서 식탁 앞에 한 벽을 다 차지할 만한 유리 보드도 샀다. 이걸 잘 쓸까? 싶었는데 엄청 잘 쓰고 있다. 모든 아이디어를 그곳에 적는다. 요즘엔 우리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은퇴 후 삶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들을 적곤 한다.
지금 식탁에 앉아 그 보드를 보자니, 회사 이야기가 있다. 지금 회사 생활의 뭐가 문제인지, 원하는 퇴사 시기는 언제인지, 그 사이에 무얼 바꿀 수 있는지 등이 남편 섹션에 적혀 있다. (어젯밤 10월 17일, 김다현 작가님이 쓴 '부부가, 마흔에 함께 은퇴합니다'를 읽다가 남편이 급 공감한 부분이 은퇴 전 회사 이야기이다. 은퇴하기로 마음먹으니, 회사의 부조리에 안 내던 목소리를 더 내게 됐다는 대목이 있었다. 남편도 그랬다. 예전엔 참았던 문제를 회사를 그만둘 거라 생각하니 더 당당하게 문제제기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신기한 부분이다)
나는 지난 일요일 장보기 리스트로 적어둔 흔적이 남아있다. 쓰레기봉투, 식빵, 샐러드 소스, 파, 베이컨, 과일, 요거트, 우유.. 등등이 적혀있다.
6살 큰애 것도 있다. 적는 건 남편이 했지만, 며칠 전 큰아이에 결심이 적혀있다. 매일 밤 혼자 잠들기. 새벽에 깨서 엄마, 아빠 방에 오지 않기. 일주일간 성공했을 시, 선물 받기!
그리고 어제 추가된 메모가 하나 있다. 하루 1시간 글쓰기.
그래서 지금 남편과 나는 식탁에 앉아 처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첫 20분은 은행 주택담보 융자 직원과 통화하느라 날려 버렸다. 글쓰기도 중요하지만, 융자를 이번에 잘 받는 것도 우리 은퇴 계획에 매우 중요하므로 1시간 뒤로 미룰 수 없었다. 그래도 첫날 이니깐 20분 늦게 시작했다 치고 1시간을 채울 예정이다.
우리는 앞으로 우리의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한다. 유튜브가 그중 하나였는데, 처음 대화를 시작할 땐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단 글쓰기를 통해 먼저 우리의 스토리를 풀어가 보자고 결론지었다. 그래서 매일 한 시간 글쓰기란 계획이 탄생하게 되었다.
벌써 6년 전에 브런치를 시작했다. 최근엔 일하고 사업하고 하느라 글쓰기를 많이 하지 못했었다. 새로 나온 브런치 책 만들기 기능을 사용해서 우리의 은퇴 이야기를 '퇴사 전'과 '퇴사 후'로 풀어나가 보려 한다.
혹시라도 우리 부부처럼 조기 은퇴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간접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 무거운 보드를 두번의 시도끝에 설치할 수 있었다.
여기부턴 10월 18일 아침 현재이다. 작가의 서랍에 써 놓고 올리지 못했던 글들을 뒤져보다 발견한 1월에 써둔 글이다. 우리가 3월 말에 은퇴를 했으니, 엄청 고민과 혼돈의 시기이기도 하다.
저때의 결심대로 매일 한 시간 글쓰기를 지금 까지 했더라면, 나의 글쓰기 실력이 매우 발전했을 텐데 그 결심은 지켜지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 4일간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아침 7시까지 글 쓰자는 결심은 지키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