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은이가 꽂혀 있는 게 있다. 종이 접기이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고르고 나를 붙잡고 도와달라고 한다. 처음엔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도와주다 아이보다 빨리 집중력이 흐려지고, 재미가 없어지면서, 어깨와 목이 결려오고, 슬슬 하기 싫어 짜증도 올라온다.
어제저녁에는 이틀에 걸쳐 노력 중인, 종이 접기를 하다 폭발하고 말았다. '아 엄마 이거 못하겠어 ㅜㅜ', '네가 너무 어려운 걸 골라서 엄마한테 해 달라고 한 거야. 이건 애초에 엄마 수준보다 너무 어려운 거라 힘들 거 같아. 우리 포기하자' 등의 말을 했던 거 같다.
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 해 진다. '내가 도와줄게. 포기하지 말고 해 보자. 나 이거 완성된 거 오늘 꼭 보고 싶었단 말이야'
흠.. 갈등이 올라온다. 그래도 애 생각해서 더 노력해 보려 했다. 근데 잘 안됐다. 결국 난 타임아웃을 선포했다.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 그만하고 쉬었다가 내일 다시 시도해 보자'
아예 안 하겠다도 아닌데, 지금! 할 수 없음에 속상해서 또 운다. 난 기분이 안 좋아졌다. 내가 열심히 했는데, 결국 성공하지 못한 것도 화가 나고, 정말 어깨와 목이 결려 오는 것도 아프고,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노력과 같이 하면서 즐거웠던 시간은 온데간데없고, 속상해서 울고 있는 아이에 모습에 화가 났다. 그래서 또 한마디 한다. '너 그렇게 계속 울면 엄마 내일 안도와 줄 거야! 그니깐 그만 울어. 내일 또 시도해 보면 되지. 울 일이 아니야'
아.. 이렇게 쓰고 나니 참 못된 엄마 같다.
지금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포기하는 거 같은 엄마 때문에도 속상했을 텐데 거기다 데도 달래 주지는 못할 망정 매정한 소리만 해 뎄다.
애들을 키우면서 한 번씩 이런 내 못난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밖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없이 어린애들한텐 내가 이렇게 대하는 구나. 인내심은 내가 원하는 것보다 바닥이고, 성질은 드럽게 못됐다.
남편은 그래도 가끔, '너 애들한테 하는 거 보면, 인내심이 진짜 나보다 훨씬 좋은 거 같고, 잘해 주는 거 같아'라고 한다.. 그런데 혼자 돌이켜 보면, 나 스스로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너무 내 감정이나 생각을 감추고 포장된 완벽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는 건 아니지만, 내 성질에 못 이겨서 화낼 일이 아닌데 참지 못한 거 같은 때는 반성이 찾아온다.
아이들이 참 의젓하다고 느낄 때가 가끔 있는데, 최근에 나눈 대화가 두고두고 생각난다. 새로 옮긴 은행에 적응 속도가 원하는 만큼 빠르지 않아 스트레스받던 나날이었다. (지금은 2주 휴가니 좀 잊고 지내는 중이다.) 6살 큰애에게 말했다. '엄마가 은행을 A에서 B로 옮겼잖아? 그런데 엄마가 새로운 회사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잘 모르겠어서 속상해. 엄마가 똑똑하지 않은 사람이 된 거 같은 기분이야' 이랬더니, 큰애가 이렇게 말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야. 새로운 회사니깐 엄마가 잘 모르는 게 당연해. 그게 엄마가 똑똑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야. 힘내 엄마. 엄마는 금방 배울 수 있을꺼야!'
와..또 이렇게 쓰고 나니 거짓말을 지어낸 거 같이 어른스러운 아이에 대답이다. 친구 만날 일도 없고, 집에서 혼자 트레이닝 받으며 스트레스받던 와중에 큰 위로가 되었다.
둘째도 최근 한 건 했다. 밤에 서로 '아이 러브 뷰~'를 주고받던 중이다. 내가 먼저 'I missed you when you were at daycare (너 데이케어 갔을 때 보고 싶었어~)' 했다. 그랬더니 고대로 나에게 'I missed you too when you were at work~' 그런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 붙인다.
'I am so sorry that I have to go to daycare mom' (엄마 내가 데이케어 가야 해서 정말 미안해)
'I wish you don't go to work, so I don't have to go to daycare' (나 엄마가 일 안 갔으면 좋겠어. 그럼 나도 데이케어 안 가도 되니깐)
아.. 엄마가 너 데이케어 갔을 동안 보고 싶었다니, 그 상황을 만든 게 본인도 아닌데. 자기를 보고 싶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하는 아이.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다음 달이면 만으로 3살이 된다. 이 작은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자기 생각을 또 짧은 문장이지만, 이렇게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