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작가의 서랍에 생각나는 글 제목들을 여러 개 써서 저장해 둔 적이 있다. 위에 '가보지 않은 길은 언제나 두렵다'를 적을 땐 어떤 글이 쓰고 싶었던 건지 오늘 보니 잘 생각나지 않는다. 간단하게라도 몇 줄 더 적어둘걸 그랬다.
오늘부터 남편과 새벽 5시에 일어나 보기로 했다. 처음이니깐 일주일만 도전해 보기로. 첫날인데 5시 20분에 남편이 깨워서 겨우 일어났다. 남편은 4시 51분에 눈을 떴는데 잠깐만 더 눈 붙였다가 일어나야지 했는데 30분이 금방 지나가 있었다고 한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면서 두려웠던 적은 여러 번 있다. 두 살이 안된 아이와 해외여행할 때 그랬고, 3살이 되었을 땐 혹시라도 2주 미국 로드 트립중 차가 고장 나거나, 애가 아프거나 한다면 어쩌나.. 하는 안 좋은 생각들이 나를 찾아왔었다. 남들이 추천하지 않던 동네에 첫 투자 집을 살 때도 그랬다. 왜 하필 그 도시냐고, 무슨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좀 더 토론토에 가까운 곳으로 사야 하지 않겠냐고 강력한 훈수를 두는 사람들이 많았다. 20년 이민 와서 살던 토론토를 떠나 멀리 새로운 도시로 이사올 때도 두려웠다. 좋은 자연환경만 바라보고 내린 결정인데, 시골에서 애들 교육은 어찌할 건지 걱정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른 은퇴를 결심하고 밀어붙이는 과정도 두려움에 연속이었다. 하루하루 우리의 계획에 문제는 없는지, 정말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위에 내가 겪었던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계획한 데로 행동하고 난 후 느낀 점은, 대부분 '하길 잘했다'이다. 모르는 길로 가는 중에, 남편과 뜻을 합쳐 같이 헤쳐 나가야 하는 일이 참 많았다. 그때마다 둘 다 이 모든 걸 혼자가 아니고 둘 이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와 해서 참 다행이야 라고 얘기하곤 했다.
다음 주에 10일 동안 명상수련원에 가기로 등록했다. 묵언 수행을 해야 하는 곳으로, 전 세계에 100개 넘은 수련원이 있고, 한국에도 하나 있다고 알고 있다. 남편은 토론토 살 때 두 번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다고 적극 추천을 몇 년간 해왔다. 이사 온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해서 이번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 것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두렵다. 내가 새벽 4시에 잘 기상할 수 있을지, 베지테리언 음식으로 열흘을 잘 버틸 수 있을지. 핸드폰도 못하고, 책도 못 읽고, 글도 못쓰는 환경에서 말도 못 하면서 나 자신만 잘 탐구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면서도 두려움이 있다. 열흘을 못 채우고 실패할 경우, 전화하면 곧장 데리러 오는 걸로 약속했다.
휴가가 한정적인 직장인 일 땐, 한꺼번에 열흘을 이 명상 수련원에 가는 걸로 쓰는 게 부담이었지만, 회사도 안 다니는 지금은 좀 더 마음 편히 등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 직장인일 땐 잘 경험하지 못했던 육아를 하고 있어, 남편과 아이들과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조용히 갖고 싶은 환상도 조금 있다. 의도가 약간 불순한 것 같긴 하지만, 명상을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라 긍정적인 마음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내가 없는 열흘 동안 남편과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최대한 준비해 두기로 했다. 식단도 짰고, 7살 아이 학교 도시락 메뉴도 적어뒀다. 이번 주말에 엄청난 요리를 할 예정이다.
원래는 9월인 지난달에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비씨주에 산불이 여름 내내 심하더니 그 동네에도 산불이 잡히지 않아 위험하다고 하여 일정이 취소되었다. 이제는 비 오는 시즌이 시작 되었기 때문에 산불은 거의 다 잡힌 듯하다. 이사 오고 알았다. 이 동네에 산불은 자연적으로 매년 일어나는 일이 라는걸. 다만 올해는 너무 더웠어서 유달리 산불이 심했던 것 같다. 토론토에는 산이 없기 때문에 몰랐던 부분이다.
5시 반부터 7시까지 글쓰기를 하기로 했는데 이제 6시 5분이다. 이렇게 하면 새벽 기상하는 동안 하루에 하나씩 글을 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내일도 파이팅이다.
류현진 선수가 소속된 블루제이즈 야구장. 이번 토론토 방문때 야구보러 못가서 참 아쉬웠다. 토론토도 좋지만 작년에 이사온 이 동네에 자연을 보면 대도시는 생각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