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젠젠 Oct 13. 2020

내 아이의 발달장애, 불안장애

그리고 앞으로 나의 인생계획


때로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건들에 의해서 인생의 행로는 급격하게 그 방향이 틀어지기도 한다. 


돌도 채 되지 않은 내 아이의 주 양육자를 계속 바꿔가는 실수를 저지르며 내 할 일을 하겠다고 주말부부를 자처하고 타 도시로 떠났을 때 아이에게 찾아온 발달장애와 불안장애가 나에게는 그것이었다. (이제와서 안 사실이지만 – 이제야 알다니, 난 진정 무지하고 멍청했던 엄마였다. – 아이가 만 다섯살이 될 때까지 부모가 주는 안정감은 실로 crucial 하다.) 


물론 비슷한 상황에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크는 아이가 더 많다던데.. 암튼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또한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의 원인을 부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또다른 폭력이 될 수 있기에 (부모가 모든 사랑과 관심을 쏟아붓고도 여러가지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이 많다.) 내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나 자신을 자책하는 것도 여러가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다른 부모들에게 본의 아니게 죄책감의 사슬을 덧씌우는 것이 될까 사실은 매우 조심스럽다. 하지만 어쨋거나 내 결론은 “내가 세상으로 불러내온 아이인데, 내가 잘못했네…” 였고, 그 때부터 내 삶의 모토는 “Be there for her.” 였다. 


현재의 나는 어떻게 하면 “Be there for her.” 를 지키면서 내 삶을 조화로이 영위할까를 늘상 고민하는데, 문득 이 영상을 보면서 이 또한 조심해야겠구나 하는 걸 느낀다. 분명 갓난아기 적에는 부모가 주변에 항상 있기를 바랬고 그로인해 나의 삶은 그녀를 중심으로  re-shape 이 되었는데, 4학년 부터는 그런 부모의 헌신적인 관심이 그들의 스트레스 주 원인이 될 수 있다니! (사실 영상에서 말하는 포인트는 살짝 다르긴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나는 벌써부터 억울해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아직 존재하지도 않은 4학년 짜리 딸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내가 상상이 될 정도이니… “분명 그때는 니가 원해서 이렇게 했던 거”라고… 


영상을 본 뒤 그녀를 위하는 나의 삶은, 시기별로 정말 조심스럽게 큐레이트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다. 3학년 때 까지는 유아기를 거쳐 아동기를 살고 있는 그녀를 위해 “Be there for her.” 를 지키는 엄마이다가, 4학년 pre-teen (청소년기 시작? 혹은 청소년기 직전 심리적 독립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때?) 을 겪는 시기부터는 쿨하게 그녀를 내버려 두며 그제서야 예전에 실수로 미리 저질렀던 내 삶을 찾아가기 를 시전해야 하는건지? 


첨부터 헌신했던 엄마도 아닌데, 호된 교훈 뒤 뒤늦게 삶의 변화를 줬다가 나중에 오히려 헌신한다고 욕먹으면 너무 서글플 것 같아서 미리 내 인생계획을 세워봐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xBjtXfwnvRo&feature=youtu.be&fbclid=IwAR3OPgFZrNRCgxXBAILz9ydwwfZ8HOTrC1yxjOXL4LipV6xJHhskLRk3Jew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로 인해 심판대에 놓인, 대학 등록금의 가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