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리더의 중요성
얼마전 새삼 리더의 중요성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그땐 이렇게 엘에이 한인사회가 정치적으로 급물살을 타던 때도 아니었고, 나의 생각은 주로 기업경영에서의 리더를 염두에 두고 했던 말이었다.
“리더는 과연 중요한가?” 라는 화두로 나눈 대화였는데, 리더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왜 중요한가에 초점을 둔 대화였다.
어릴 때부터 귀가 마르고 닳도록 들어온 리더십, 리더의 역할, 리더의 중요성… 너무 식상해서 다시 말해 무엇하나 할 정도의 당연한 말인지도 모르지만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기업을 보면, 꼭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조직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 한 사람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아니, 오히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것 처럼 보인다. 많은 의사결정이 경영진, 이사회 등 다수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때로 집단지성이 발현되기도 하고, 혹은 점잖은 척 하지만 결국은 패싸움인 당파싸움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어쨋거나 한 명의 리더가 독단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잘 없어 보여서, 문득 그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가 중요한 이유는?"
내가 새삼스레 리더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 이유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 경영진이나 이사회의 의견수렴을 차근차근 밟을 여력도 없이 상황이 너무 긴급하여, 짧은 시간에 너무나도 중대한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때야말로 바로 한 명의 리더 (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 의 상황판단력과 집행력 (execution), 그리고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다르게 판단할 수가 있고, 같은 상황판단을 하고도 다른 전략을 짤수가 있고, 심지어 같은 전략을 짰더라도 execution 에 있어서는 수만가지 다른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촌음을 다투는 고도의 심리전과 협상의 상황에서 언제, 어느 타이밍에 어떤 말을 어떤식으로 건낼 것인가는 같은 전략계획을 가지고도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게 구현될 것이다. 교통사고가 나는 상황에서, 그 찰나의 순간에서, 운전자가 핸들을 어느 방향으로 돌리고, 브레이크는 어떤식으로 밟고 등의 문제는, 순전히 그 운전자의 동물적 감각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옆에 탄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훈수 둘 시간도 여력도 없다. 찰나의 결정이다.
요즘 다시 이와 관련하여 느끼는 바는, 한인타운이 정치적으로 여러 도전과 어려움을 맞딱드리면서, 여러 조직들이 생겨나고, 그 안에서 리더가 서고, 사람들이 따르고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처음에 지지했던 단체의 행보가 후에 가서 자신의 철학과 맞지 않다고 느끼게 되는 일도 있는 것 같고, ‘나였다면 저렇게는 안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분명히 어느 포인트에서 그 리더의 판단을 지지했지만, 후에 더이상 지지하기 어렵게 되는 계기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이 다 다르기에, 내 마음에 꼭 들게, 마치 나를 복사해 놓은 듯 같은 사고를 하며 똑같은 철학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굵직굵직한 큰 줄기만 보고, 힘을 보태주려고 한다.
하지만 리더의 일련의 결정에 개인철학과의 충돌로 동의를 못하겠는 일들이 보다 빈번하게 일어나기 시작하면, 이것은 개인에게 심한 내적갈등을 가져다 주므로, 자연스럽게 지속적인 지지는 어렵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내가 어떤 조직에 속해 있다고 해서, 그 조직에서 결정된 모든 사항에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에 속한 개개인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조직의 철학과 개인의 철학, 그 괴리가 커지기 시작하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모 기업의 경우 처럼 조직원들이 들고 일어나 자신들이 속한 조직을 부정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가 중요하다. 리더의 철학, 가치, 집행능력, 동물적 감각, 상황판단력 이 모든게 너무너무 중요하다. 리더를 잘 세워야 한다. 아주 중요한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