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이해> 후기
태생적으로 드라마 알러지가 있어서
평생 드라마를 못견뎌 하며 안보고 살아왔는데
아글쎄 요즘들어 드라마가 곧잘 봐지는거다.
특히나 신파 로맨스의 정석,
자존심 때문에 당사자와 확인하지 않고 상대를 쉬이 오해하고,
정작 스스로는 솔직하지 못해 마음과 행동이 따로놀아
쉽사리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내숭 자존심녀에 대한 분노역치가 매우 낮았던 나로서는
대체적으로 그런 캐릭터의 여주인공이 판치는
한국 드라마를 못견뎌 했다.
근데 이제 나이를 먹어가며 공감능력과 이해심이 폭발을 하는지
이런 모든 특징들을 최고치로 갖춘 최강 K-답답녀가 나오는
현대판 신파, <사랑의 이해>를 내가 다 봐버렸다는 거다.
드라마 속에는 스스로를 “보통사람“ 축에 못낀다고 느끼는
다소 어렵게 마음고생하며 자란 여주인공이 은행 텔러로 나오는데,
돈에 따라, 계층에 따라, 노골적으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차별하는
은행이라는 일터 속에서,
자신이 넘으면 안된다고 느끼는 상위계층의 상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겪게되는
내적갈등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예전 같았으면 여주의 답답한 행동에 거품물고 분노했을 테지만,
이제는 신파를 사서하는 답답한 그녀를 보며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연민을 느낀다.
미처 처리하는 방법을 깨닫지 못한 미숙한 여러가지 어려운 감정들,
열등감, 자격지심, 자존심, 내적갈등, 불안함 등이
아직 어리니깐 그렇게 밖에 표출이 안되는거다.
나이 먹어봐. 구렁이 한 열마리를 구워 삶아먹은 듯한
능글맞음과 솔직함으로 피곤해서 그런 행동은 하라 해도 못하거든.
처음엔 드라마의 제목이 다소 진부하다고 느꼈었는데,
다 보고나니, 제목이 드라마의 주제와 스토리라인을
아주 성실하게 반영한 딱맞는 제목이란 생각.
작가는 사랑은 무엇일까, 어떤 형태일까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이를 망설임, 연민, 고마움,
케미, 미안함, 용서, 분노, 배신, 자존심 등으로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사실 스토리는 자칫 지루할 정도로 잔잔한데
숨막히는 디테일과 현실감 있는 묘사를 통해
시청자로 하여금 공감을 잘 이끌어 냈다는 생각.
마지막 서너편은 보기에 좀 많이 지루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완주해냄.
시청 포인트는, 남자들 꼭지돌게 만드는 답답함을 가졌음에도
너무 예뻐서 넋놓고 바라보게 만드는 여신미모 여주(문가영)와,
쿨내풀풀 풍기며 세계최강 애교를 선사하는 매력철철 쾌녀 서브여주 (금새록),
두 여주인공의 신선한 마스크와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