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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사람

by 책읽는 헤드헌터




10월 6일 월요일 “추석에 내린 비”

추석날 많은 비가 내렸다.
진욱이가 힘들게 만든 갈비찜, 잡채, 전, 오이소박이를 싸서 아파트로 돌아갔다.
석원이에게 한 끼를 맛있게 차려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뚱아 고맙다.
석원이에게 한 끼를 맛있게 차려 준 만족감으로 하루종일 정인래랑 재밌게 놀았다.
저녁 무렵 달리기를 하러 나가려는데 여름 장마처럼 비가 내렸다.
거센 빗소리를 들으며 정인재 드럼 연주에 춤도 한바탕 추었다. 추석이 다 저물어간다.









10월 7일 화요일 “브런치”

모처럼 늦잠을 잤다.
새벽에 반드시 달려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매여 살아야 하는 나이는 지났다.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해도 걸리는 것이 없도록!













10월 8일 수요일 “아빠, 고맙습니다”

아침 일찍 아빠에게 다녀왔다.
오늘은 우리 아빠의 생신날.
크게 잘해드린 기억이 없어 슬픈 마음이 들었던 날이기도 했다. 딸 다섯 키우시느라 애만 쓰시다 너무 일찍 돌아가신 우리 아빠.
아빠 무덤 앞에서 각자의 기도를 했다.

점심은 진욱이랑, 대두커플, 정인재와 먹었다.
수제버거집에서 waiting 없이.
점심식사 후 뒤죽박죽 별장으로 자리를 옮겨,
아주 얇은 컨테이너의 그늘에서 오손도손 놀았다.
하늘은 유난히 파랗고, 우리는 즐거웠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다 엄마가 소리를 질렀다.
은숙이에게 김치볶음이라도 해서 저녁식사를 차려주고 싶어서 유난을 떨다가 서로의 기가 충돌했던 것이다.
그래도 맛있게 밥을 먹고, 심각한 이야기를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대두커플과 나누었다. 의미있는 대화였다. 그리고 달리기. 거뜬히 5km를 달린 후 안나언니, 정아. 나는 한참이나 달님을 감상하며 넓은 운동장을 가득천 마음으로 즐겼다.

오늘도 참 좋은 하루였다.




10월 9일 목요일 “꼼꼼한 사람”

하루종일 정인재님은 '마'를 캤다.
그렇게 꼼꼼할 수가 없다.
마 입장에서도 이렇게 정성을 다해주니 엄청 고마워할거다. 마를 장장 3박 4일 동안 캐는 동안 나는 콩이랑 놀다가 낮잠을 자다가 가끔 시원한 물을 떠다 주었다.

5km를 달리고 와도 크게 진전된 상황은 아니어서
참… “더디기도 하지!”
“삽으로 캐라고~~” 하고 소리를 질러야 말했다.

도곡리에서 삽을 가져와서 캐더니 진즉에 삽으로 캘걸… 하며 후회를 했다.
흐리고 바람 부는 날, 영흔이 푹 쉬었다.









10월 10일 금요일

생선조림이 먹고 싶다는 윤콩이의 말에 삼치 1 마리를 사들고 집으로 갔다. 돌보지 않은 집에서는 퀴퀴한 냄새와 먼지가 깃들어 있었다.
석원이는 아파서 누워 있었다. 꿀물을 타다 주었다. 다음 주부터는 집으로 가야겠다.

점심식사 후에 학원에 갔다.
1시부터 5시까지 수업을 하고 뒤죽박죽 별장으로 갔다.
우와......
오늘도 정인재님은 비를 맞으며 마를 캐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분이다.
진정한 꼼꼼함을 위하여 햇반이 아니라 햅쌀로 밥을 지었다. 동태전과 동그랑땡으로 전찌개도 끓였다. 밥 익는 냄새가 좋다.






10월 11일 토요일 "우리 씩씩하게 살자"


부산에 왔다.
정아, 수진, 정윤과 함께.
지도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에 맞게 이 세 친구를 재미있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새벽 5시 20분에 길을 떠나서 11시부터~ 5시까지 교육!

무사히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부산역으로 향했다.
waiting을 해서라도 먹고 싶었던 "신발원"
이번에는 성공, 만두 7접시를 먹었다.
카페 '호연'도 가고 역에서 오뎅과 물떡도 먹었다.
나의 10월도 이렇게 뿌듯하게 채워지고 있다.









10월 12일 일요일 "나도 멋진 어른이 되어야지"


미경 선배님과 보리밥을 먹었다.
선배님의 보살핌 덕에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되었다. 선배님과 보낸 지난 몇년이 꿈만 같다.

강릉 여행 가서 하염없이 걸었던 일,
선연사에서 가을을 느끼며 명상하러 다녔던 기억,
산토리니에서 함께 추웠던 춤,
말레이시아에서 배부르게 사주신 딤섬,
코타키나발루에서 마셨던 와인,
나트랑의 설레었던 첫 시작.

모든 순간 우리가 웃고, 나눴던 대화들이 나의 정신이 영양분이 되어 씩씩하게 홀로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미경 선배님.
베트남에서 돈 많이 벌어 오세요.






브런치 연재 준비만 5년. 결국 실패. 나는 뻐꾸기처럼 동생 제니퍼 브런치에 내 이야기를 얹기로 했다. 우후~ 밤이면 내일 아침메뉴 생각에 즐겁고 아침이면 달밤달리기 생각에 즐거운 삶.

즐거운 세상에 즐거운여행자가 되길.

from 로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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